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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Mar 27. 2021

선택적 거리두기


코로나 직격타를 맞은 바깥순이의 집콕 적응기

16선택적 거리두기





코로나로 인해 약속 잡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은 반만 맞는 말이었다. 때로는 만나고 싶지 않거나 불편한 관계의 약속을 아주 합리적인 이유로 거절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진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과의 약속 잡기는 더 수월해진 셈이기 때문이다.


대놓고 갈등을 겪은 적은 없지만 내심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따로 교류하고 싶지는 않은 그런 사람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지 않은가. 특히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영악해지고 동시에 게을러지다보니 사람을 더욱 가리게 된다. 예전에는 거절하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만나기도 하고 사회미소를 장착한 채 예의상 자리를 지키는 일이 꽤 있었다. 즐거움이 보장될 것 같지 않아도 시간이 된다면 일단 가보는 모험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더 열심이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로 인해 실천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실 선택적 거리두기였다. 소중한 사람과는 집에서라도 조심스레 만났고, 도저히 참지 못할만큼 이야기 보따기를 가득 품은 날에는 동네를 몇바퀴고 빙빙 돌면서라도 소식을 나누었다. 그렇게라도 가끔 아끼는 이들을 만나면 그로 인해 또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나도 선택적 거리두기를 했지만, 내게 선택적 거리두기를 하는 이들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다음에 봐야겠네~ 하면서 몇번이고 약속을 미루는 모습에 자연스레 조금씩 그들과 나의 미래가 보였다. 이 시국이 지나도 만나지 않게 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흔히들 결혼식을 앞두고 인간관계가 정리된다고 한다. 청첩장을 돌릴지 말지를 고민하는 단계에서 어느 정도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정립되는 것이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내게도 비슷한 기회가 주어진 격이다. 이렇게 정리되어 가는 관계가 다소 서운하면서도 동시에 시원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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