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시착토마토 Mar 24. 2023

일러스트레이터와 그림AI 2편

AI 그림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


저번 편에 직접 그림 AI를 몇 개 사용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몇 가지 생각들을 다듬어지지 않은 형태로 적어보았습니다.


저는 사실 프로그램에 대해 빠삭하게 잘 알지도 못하고 AI 프로그램으로 이것저것 많이 해본 사람은 아니라서 틀린 점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아주아주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01 


ChatGPT

저작권은 사람이 만든 저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에 ai 그림이 여러모로 골칫덩이가 되었습니다. ai 그림은 다른 사람들의 방대한 그림을 학습해서 재조립해 결과물을 생성해냅니다. 


그렇게 된다면 ai가 만들어낸 그림의 저작권은 ai를 만든 제작자에게 있나요? 아니면 키워드를 쳐서 결과물을 뽑아낸 사용자에게 있나요? 아니면 그 데이터 셋을 제공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있나요? ai가 그린 그림을 다시 학습에 사용하게 되어서 또 새로운 ai 그림을 제작하게 되면요? 또 그다음은요?


그래서 저작권에 대한 판결이 어떻게 될지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름의 합리적인 방법은 그림 ai로 생성된 그림을 사용하면 그에 대한 일부 저작권료를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 셋을 준) 아티스트들에게 주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02 

저작권법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이상 기업 차원에서 ai 그림을 쓰진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기업이 저작권법을 잘 지킬 정도로 윤리적일 것이라 믿는 것이 아닙니다. 


A 기업에서 제작한 게임이 대박을 쳤습니다. 그리고 그 게임에 들어가는 삽화는 Ai 그림을 이용했습니다. 이걸 본 다른 기업 혹은 개인들이 그 회사의 삽화를 무단으로 가져다 이윤을 창출합니다. 하지만 A 기업에서는 이를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이런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ai 그림을 쓰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글이나 작곡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03 

그림 AI의 희망편은 일러스트 작가가 자신의 그림을 더 강화할 수 있는 도구로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각자 본인의 그림 AI를 만들어서 어도비 같은 툴로서 사용하는 것이지요. 그림 ai는 순수 본인의 작품만 넣어서 러닝 할 수 있으며 이것으로 다양한 상황이나 포즈의 작품들을 빠른 시간 안에 뽑아낼 수 있게 됩니다. 많은 상황의 그림을 그려야 하는 웹툰과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04 

AI 그림 프로그램을 통해서 '의도가 있는 그림'을 만드는 것은 아직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는 으리으리한 AI 그림들은 키워드를 입력하는 사람이 머릿속에 정확한 의도를 가지고 뽑아낸 그림이 아닙니다. 우연의 산물이지요. 정확한 의도를 가지고 원하는 이미지를 뽑아내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도와 우연히 필요합니다. (직접 이용해 보시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저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그림 랜덤 가챠를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원하는 결괏값을 빠르게, 근접하게 뽑아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데이터 (참고할 그림이나 이미 검증된 키워드)가 필요한데 이것은 결국 다른 이용자들과 유사한 이미지를 얻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아직일 뿐 개발자들은 이걸 해결할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



 05 

그림을 그리는 기반이 '언어'라는 것이 혁신적이지만 또 다른 허들을 만듭니다. (이미지에서 이미지로 변환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은 논외로 합니다.) 그림은 시각적인 것으로서 텍스트와 1:1 조응하지 않은 면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그리고 싶은 그림의 얼굴 부분의 시각적 요소들을 텍스트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잠시 동안 저의 그림 AI가 되어서 제가 원하는 그림을 상상해 주세요.


<키워드>

20대의 한국 여성, 아름다움, 귀여움, 붉은 볼, 매끄러운 피부, 하얀 피부, 강아지 같은 얼굴, 동글한 눈, 글로시한 입술, 갈색의 긴 생머리, 앞머리는 5:5이지만 거의 넘겨져 있음, 몸이 오른쪽을 향해 있음, 얼굴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음, 세트장 배경, 파란 쿨톤 배경, 도도한 표정, 실사풍

.

.

.

.


아이유화보


저는 아이유의 화보 사진을 보면서 이와 유사한 그림이 그려지길 원하면서 위의 키워드를 입력했습니다. 모두 이 사진과 얼마나 유사한 이미지를 상상하셨나요? 키워드가 틀린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디테일한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이 사진을 그대로 프로그램에 넣지 않은 이상 말이지요. 



위의 키워드를 가지고 그림 AI에 넣었을 때 나오는 걸과 값들입니다. 포즈나 소품들을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한 것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그림 AI에도 이런 부족함을 인지하고 있고 있기에 그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다른 그림을 추가적으로 참고시키도록' '간단한 스케치를 참고하도록' '모델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아티스트가 두번째로 크게 분노하는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다른 그림을 추가적으로 참고시키도록'하는 것에 무단으로 그림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모델도 새로 제작된 것이 아닌 한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참고해서 무단으로 제작된 것도 이와 마찬가지 입니다.) 당연하게 이미 완성도가 높은 그림을 기준점으로 참고시키면 그곳에서 조금 변형해서 좋은 퀄리티의 그림을 뽑아내는 것은 굉장히 쉽습니다. 다량의 데이터셋에 내 그림이 섞이는 것은 어쩔도리가 없을지 모르지만 명백하게 결과값에 참고시키는 행위는 저작권침해가 맞지 않을까요?



 06 

그림 AI 결괏값이 너무 편차가 크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원하는 이미지를 뽑아내기 위해 일정 부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그것은 바로 역으로 내가 원하는 이미지와 가까운 결괏값의 키워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smooth soft skin, symmetrical face, soft lighting, detailed face, concept art, digital painting, dart romanticism, 32k, intricate details, sharp focus, trending on artstation 


이런 키워드들을 쓰면 예쁘고 반질한 반실사 그림이 나옵니다. 그 외에도 좋은 퀄리티의 그림을 뽑아내기 위해 빈번하게 사용되는 키워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masterpiece 같은 키워드) 그동안 이용자들이 프로그램의 몇 가지 공략을 알아낸 셈입니다. 이러한 키워드 공유가 많아질수록 유사한 스타일의 그림이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07 

만약 동일한 키워드를 같은 AI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러면 같은 그림이 나올까요?


같은 키워드를 넣어서 같은 결과가 나와도 문제, 안 나와도 문제입니다. 만약 키워드를 동일하게 써서 같은 작업물이 나오면 그것은 천편일률적인 그림이 나온다는 것 일 테고 (프로그램이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 키워드를 동일하게 썼는데도 다른 작업물이 나오면 그림이 랜덤성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컨트롤의 한계)



 08 

사실 랜덤성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부분도 많습니다. 특히 기획의 단계에서 랜덤으로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는 것은 아이디어 발상에 유리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보통의 나라면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조합을 보여주기도 할 것입니다. 


이제는 인간의 영역이라 여겼던 기획도 AI에게 손쉽게 자리를 내어줄지도 모르겠네요. 



 09 

그림 AI의 등장으로 일러스트 업계에 대한 회의감이 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큰 박탈감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상당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업계는 AI에게서 안전한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상당 부분을 AI가 대체할 것입니다. 경영사무, 마케팅, IT, 디자인, 영업상담, 서비스, 교육, 건설, 미디어, 전문직, 생산직 이 중에서 AI보다 인간이 잘할 수 있는 직종이 몇개가 될까요? 인공지능이 등장한 이상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부디 이렇게 제 생각을 담은 글을 쓰는 것만큼은 빼앗기지 않고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일러스트에 대한 큰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은 그림 AI를 한번 사용해 보길 추천드립니다. 



 10 

결국 기본으로 회귀하게 될까요? 이미 기술적인 퀄리티는 AI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으레 공부했던 기술적인 테크닉보다는 투시, 빛, 인체구조 등의 그림의 기본 구조를 알고 있는 것이 그림 AI와 공존하기에 유리할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이제 일러스트레이터/일러스트라는 말도 없어지고 다른 말로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11 

스포츠를 보면 어떠한 해답을 찾을지도 모릅니다. 골프경기에서 로봇 골프선수가 등장한다면 인간은 맥을 추릴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로봇 골프선수는 매 스윙을 홀인원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절대 스포츠에서 기계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럼 골프라는 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공을 한 번에 홀에 넣는 능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그저 자연상태 인간의 놀라운 능력과 한계를 보기 위한 것입니다. 공을 멀리 보내서 구멍에 넣는 것은 지금 21세기에서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그런 능력이 필요했던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지금은 오롯이 유희를 위한 것입니다. 스포츠에서 도핑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이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도 이제 하나의 퍼포먼스와 유희의 영역으로 산업의 방향성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림을 완전무결하게 그려주는 것은 AI가 더 잘하기 때문에 결과에 주목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지 그 과정이 주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한 측면에서 앞으로 미술대회도 스포츠 대회처럼 도핑(그림AI)을 금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마 <그림 과정>을 첨부해야 하는 새로운 룰이 생기게 될까요? 분명한 것은 지금의 그림 AI는 결괏값을 프린트처럼 제시해 주는 것이지 밑그림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지는 않으니까요. 



 12 

이제는 디지털 드로잉은 기획과 리터치(수정) 정도로 업이 바뀔것입니다. 이제는 그림을 '그린다'가 아니라 키보드로 쳐서, 클릭 몇번으로 '만들어낸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손'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들은 AI와 겨루지 않아도 되는 아날로그 드로잉으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마지막 디지털 드로잉 세대가 될까요? 이거는 조금 무서운 가정이네요. 



 13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 "재미". 그것이 그림이 존재할 이유를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뛰어나게 연주하는 ai 연주자를 두고 사람들이 악기를 배우고 연주를 하는 데에는 단순히 뛰어난 연주곡에 초점이 맞춰져있지는 않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아마 뛰어난 결괏값만을 위한 그림 행위라면 취미미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겠죠. 취미 코딩은 없죠. 분명히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14 

하지만 문제는 상업적인 디지털 드로잉 영역입니다. 사실 그림이 보편적으로 또 상업적으로 쓰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그림을 그렸으며, 그림을 사거나 의뢰하는 사람도 극소수였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겪으면서 지금은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림이 필요로 한 곳도 많아졌습니다. 시장이 커진 것이지요. 시장이 커지면서 이걸 값싸게 해결할 수 있는 그림 공장이 들어선 셈입니다. 마치 산업혁명의 그 순간처럼요. 


아마도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크게 3가지 정도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된다.

:  새로운 일자리인 그림 리터치 가를 본업으로 삼아서 일을 한다. 그림 의뢰를 받으면 그림 AI로 결과물을 뽑고 약간의 어색한 부분을 수정해서 완성시킨다. 

2) 공장에 이용료를 지불하고 물건을 생산한다. 

: 그림을 그리되, 그림 AI에게 도움을 받아서 완성한다. 

3) 수공예를 한다. 

: 그림 AI를 사용하지 않고 꿋꿋하게 나의 그림을 그린다. (윌리엄 모리스 당신이 옳았어)



 15 

ChatGPT와 그림 AI를 써보니 이제는 사람이 더 똑똑해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생각하기를 멈출 것 같습니다. A-Z까지 모든 걸 알려주는 친절한 선생님들이 항상 내 옆에 있으니까요.






사실 이 모든 예측은 무의미합니다. 처음 기술이 등장했을 때의 물결을 우리는 서핑보드를 타며 즐겼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가 어딘지 조차 알 수 없습니다. 겨우 서핑보드를 붙잡고 거센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이 파도가 어디로 나를 데려갈지 그것은 신만 알 것입니다. 


얼마 전에 제 사촌 언니가 아이를 낳았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상황이 자라나는 이 아이에겐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으니까요. 기술의 발전이 분명히 두려운 일이지만 달라지는 상황에 맡게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 것입니다. 




인스타 @tomato__crush

이메일 monun159@naver.com

블로그 https://blog.naver.com/monun159  



 14 

매거진의 이전글 일러스트레이터와 그림 AI 1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