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착한 애들이 더 무서워, 꼭 나중에 딴 말한다니깐’
A는 정말 뒤통수를 당한 걸까, 그래서 상처받은 걸까. A는 과연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오늘의 논제다. 난 일단 꽤나 착한 사람이다. 그래서 저 문장이 불편하다.
우리 엄마 표현에 의하면 난 물러 터졌다. 주변에서도 세상 쓸모없는 ‘착하다’라는 칭찬은 꽤나 듣는 편. 난 착한 게 정말 싫지만, 이젠 인정해야 한다. 난 꽤 착하다.
내 사람이다 싶으면 싫은 말 못 하고, 내가 상처받더라도 안고 간다. 손해를 봐도 참는다. 그냥 내 사람이니깐 그러려니 한다. 문제는 쿨하지 못해서 상처는 있는 데로 받지만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어쩌겠는가.
어쨌든 자의 반 타의 반, 타인에게도 꽤나 친절하다. 굳이 나쁘게 지낼 필요 없고 내가 먼저 친절하면 상대방에게도 호의가 돌아올 거라 착각했다. 그런데 호의가 돌아오는 건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착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에 묘한 중독성은 있는지, 저 사람이 착한 사람이다라고 판명되는 순간, 처음에는 분명 내 호의에 감동했던 사람들이 점점 선을 넘더니, 결국에는 마약 한 사람처럼 막말을 뱉는 지경까지 된다. 친절 중독증의 부작용이다.
사람들은 엄청난 착각을 한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저 사람은 착하니깐 받아줄 거야란 오류에 빠진다. 그 모습은 마치 사춘기 인싸 아이가 학교에서는 세상 성격 좋은 애인데, 집에 와서 만만하고 편한 엄마한테는 온갖 신경질을 다 부리는 모습과 같다.
처음에는 변하는 사람들에 꽤나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관계의 유지를 위해 적당히 착해지기로 했다. 그런데 생겨 먹은 얼굴이 어딜 가는가, 나는 또 착해졌고 사람들은 착해짐과 동시에 인성을 드러냈다. 내가 적당히 어렵게 대할 때는 멀쩡했던 정상인들이 내가 착해짐과 동시에 망나니로 변했다. 10명 중 1-2명만이 돌연변이로 변하지 않고 정상인으로 남아있었다.
그때 결심했다. 어차피 망나니와 껍데기뿐인 관계를 유지하면 언젠가는 상처받을 텐데, 차라리 신속 인성검사로 걸러내자.
‘그 사람의 밑바닥을 보려면, 무조건 친절하게 대해줘라’ 내 인생의 모토다. 꾸준히 잘해주다 보면 언젠가는 그 사람의 인성이 보인다.
내가 꾸준히 잘해주던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어느 순간 약속 시간 어기는 것도 너무 당연했고, 그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몇 번을 참고 넘기다가 어느 날 날 잡고 ‘이건 기분이 나쁘다’라고 지적을 했는데, 이 친구는 끝까지 반박을 했다. 아마 이 친구는 내가 착하니깐 이길 수 있겠다, 조종할 수 있겠다 ‘ 착각을 한 거 같다. 그 뒤로 미련 없이 이 친구를 끊어냈다. 그 뒤로 아는 지인을 통해 전해 들은 말이 그 친구가 ’ 착한 애들이 뒤통수친다 ‘며 피해자 코스프레하며 날 욕하고 다닌다는 소문.
’ 착함‘의 마법은 연인관계에서도 유효하다. 열에 아홉은 보통 착한 여자에 처음에는 감동받던 남자들이 이후에는 점점 막대하고 배려가 당연해진다. 부부가 된다는 건 ’ 서로 위해주는 마음‘이 기본 전제인데, 변한 9명은 결혼해서 챙겨주면 감사한 줄 모르고 아내를 만만하게 보고 막대할 인간들이다. 남녀가 상황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지금 걸러진 게 감사할 뿐.
형식적인 인간관계를 두냐, 진짜를 두냐 물론 선택이겠지만, 누군가를 테스트하고 싶다면 무조건 친절해라. 사람들은 웃는 얼굴에 침을 꽤 잘 뱉는다. 의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