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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태윤 Jun 10. 2021

나의 한정승인 연대기 4

한정승인 청산 절차_경매와 세금 1

 나는 부끄럽게도 서른 해 넘게 살아오면서 월급에서 알아서 떼어가는 세금 외에 따로 세금을 납부해본 적 없고 월세 계약을 하거나 전세 계약을 하는 등 부동산 업무를 본 적도 없었다. 학교 다닐 때 사회 탐구 과목을 선택할 때도 어려워 보인다고 법과 관련된 과목은 드롭했고 대학교 기본 교양으로도 법과 관련한 과목은 수강하지 않았다. 이렇게 구구절절 변명을 하는 이유는 내가 이번에 한정승인을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취득세, 양도세, 재산세, 상속세 등의 세금을 접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누차 말했지만 한정승인은 일단 상속을 받는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상속을 안 받는 게 아니라 일단 받긴 받는다. 받은 상속재산 내에서 빚을 처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에 붙는 세금들이 한정승인에서도 고스란히 발생한다. 가질 취, 얻을 득, 세금 세, 취득세라는 것은 말 그대로 취득을 함으로써 붙는 세금이다. 부동산과 자동차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 명의로 돌려야 했다. 슬프게도 법무사는 세금 처리는 해주지 않는단다. 세금은 세무사를 찾아가야 한다. 내 돈 가져갈 거면 알아서 가져가라고 하고 싶은데 우리가 직접 신고를 해야 한단다. 신고를 안 하면 세금이 더 붙는 단다. 잘 못해도 붙는 단다. 세무사를 찾아가 취득세 신고를 요청하니 건당으로 수수료를 받았다. 수수료가 또 나갔다. 


 청산을위한형식적경매절차

 취득세 납부, 상속등기이전과 같은 준비가 끝나면 드디어 이름도 복잡한 경매이다. 경매하면 뭔가 번호표 들고 망치 두들기고 그러는 거 같은데, 다행히 상속인들이 갈 필요는 없고 알아서 진행된다. 문제는 알아서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참 친절하다. 이자도 안 내고 계속 연체가 되고 있는데 안 가져가신다. 이자는 다달이 늘어가는데 은행에서는 경매해서 가져갈 생각을 안 한다. 경매해서 가져가라고 서류 다 보냈는데도 이 사람들이 이자 수익 얻으려고 일부로 안 가져가나? 싶을 정도로 감감무소식이다. 경매 안 하시냐고 연락을 해봤다. 경매하기 전에 땅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감정평가를 받고 있단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게 19년 가을이었는데 20년 여름이 될 때까지 부동산 경매가 시작되지 않았다. 


 다행히 자동차 경매는 바로 시작되었다. 시어머님이 타고 다니시던 차는 뽑은 지 얼마 안 된 새 차였다. 아직 카드값이 나가고 있던 자동차였다. 나는 카드 빚이 있는 국*카드에서 경매를 진행할 줄 알았는데 **신용**라는 회사에서 경매가 진행될 거라고 연락이 왔다. 채무 추심을 대행하는 회사였다. 자동차 이전등록도 하고 취득세도 납부해서 잠시 우리의 것이 되었던 어머님의 자동차는 곧 경매로 넘어가서 빚을 갚고 남은 소정의 비용이 우리에게 입금되었다. 경매를 진행하면서 드는 비용들은 집행비용으로 알아서 제해졌다. 몇 천만 원짜리 자동차가 백 얼마가 되어 우리에게 남았다. 물론 그 돈도 다른 빚을 갚기 위해 우리는 보관만 하는 그런 돈이었다.


  자동차가 경매로 팔리고 난 뒤 남편은 조금 울적해했다. 자동차에 걸려있던 방향제, 집에 내려가면 역으로 마중 나와서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아들!'하고 불렀던 목소리, 함께 타고 드라이브했던 기억. 경매를 진행하고 세금을 떼어가고 빚을 받아가는 채권업체에게는 그냥 자동차이겠지만 남편에게는 엄마와 함께한 추억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이 있던 자동차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어딘가에 견인해 가서 팔리고 다른 사람의 자동차가 되는 상황이 나도 조금 많이 속상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처리하고 보내주고 버려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았다. 부동산 경매가 계속 답보 상태라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는 법무사 대신 어떡하면 좋을지를 의논할 새로운 변호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 '한정승인'의 과정이나 절차는 상속 재산이나 상황에 따라서 기간이나 비용이 다 다릅니다. 제 글은 저의 경우에 초점을 맞춰 작성되었습니다.


* 심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상속문제를 처리하면서 겪은 일과 감정을 작성했기에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분들에 대한 불평이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그분들은 절차대로 했으며 제가 삐뚤게 생각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제 심정의 변화들을 솔직히 표현하기 위해 당시 심정을 그대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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