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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무 Jun 05. 2023

상견례 의복

드레스 코드라는 말이 참 좋다

큰 아이 중학교 엄마모임 중에 딸아이의 상견례를 한 친구가 있다.

훌륭하게 딸을 키워 서른이 넘자 오랫동안 사귀었던 중학교 동창과 결혼을 한단다.

나는 초등학교 어린 시절부터 그 아이를 봐왔기에 감회가 남달랐다.

그 아이는 유명대학 간호학과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종합병원 근무이력을 가진 훌륭한 인재다.

사실, 나도 누구 못지않은 속물인지라...

전문대 나온 동창과 오랫동안 연애하느라 좋은 조건의 남성들을 만나보지도 않은 그 아이가 

대견하기도, 답답하기도 했다.

내 딸은 아니지만 그 아이정도면 더 괜찮은 신랑감을 만날 수 도 있다는 생각이었을게다.

어느 날 조심스럽게 그 아이 엄마에게 물었다.

'사윗감이 아주 맘에 들어? 자기 딸정도면 더 좋은 남자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에구, 자식욕심이야 끝이 있겠어? 하지만 일단, 본인이 좋아하고, 집안이랑 직업이랑 빵빵한데

어디 이상한 놈 데려오면 어떻게? 어려서부터 보니 애가 진국인걸..

그걸로 오케이야'   


띵... 나는 한방 맞은 느낌이다. 요즘같이 험악한 세상, 그 친구의 말이 너무나 옳기 때문이다.

방송을 도배하는 예상치 못한 범죄들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세상에,

사람의 됨됨이와 인성을 생각하는 그 친구의 묵직한 믿음이 참으로 마음에 닿았다.

그럼에도 속물근성의 뿌리가 슬금슬금... 내 안에서 말한다

'그래도, 좀 아깝다...'

나도 창피한 건 알아서 입 밖으로 내지 않다가... 딸아이한테 슬쩍 말했다.

'엄마, 제발... 아무한테 말하지 않았다니 다행이다... 남녀가 만나는데 중요한 게 뭔지 왜들 자꾸 인정을 안 해?'


그 아이들이 상견례를 했다.

이상한 단체복을 입고...

뭐지?

이야기인즉은...

상견례 날짜를 잡고 그 자리에 입고 나갈 옷을 걱정하다가...

서로 알 거 모를 거 다 아는 처지고 격식을 굳이 차리자면 끝이 없으니, 드레스 코드를 맞추자고 했다는 것이다.

신랑집 4 식구는 새파란 면티로...

신부집 4 식구는 스카이톤의 민트색 면티로...

두 가족은 그렇게 어려운 듯 어렵지 않게 서로의 가족이 되었다.

 

나는 이 아름다운 가족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친정식구들에게 말했다. 

일부는 공감하고, 칭찬하고, 

일부는 그래도... 하면서 가능하지 않을 집안도 꽤 있을 거라는 사족을 달았다.

물론 안다.

저들처럼 가능한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각자의 삶의 기준과 방식이 다름을...

단지...

그저 누구도 아닌 서로 다른 가족들이 화합을 이루는 실속 있는 그들의 일치를 칭찬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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