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파노 Mar 22. 2024

2017년 영국 유랑기(6)

요크를 구석구석 헤매다.

요크에서의 첫날이 밝았다. 숙소 사장님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시리얼을 먹고 꽃단장을 하고 요크 시내를 향해 걸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요크 시내에서 숙소가 많았다. 근데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숙소를 외진 곳으로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추억이다. 왜냐하면 네슬레 공장이 요크에 있다는 지식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요크에는 곳곳에 교회가 많다. 물론 성공회다.

이게 우체국이었던가? 그랬다. 뭐랄까! 내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왠지 저 안에서 셜록 홈스가 왓슨과 함께 수사를 위해 어디론가 편지를 보내고 나올 것만 같았다. 요크의 흐린 날씨는 나의 감정을 한껏 올려주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영국의 해외배송 우편요금은 상당히 비싸다. 제임스가 나에게 용기를 내어 짜파게티 좀 보내달라고 했을 때, 한 박스를 사서 보냈는데 라면 값보다 보내는 값이 더 많이 나왔다. 그도 나에게 보답 차원으로 초콜릿이랑 홍차를 보냈는데 역시나 과잣값보다 보내는 값이 더 들었다고 했다.

뒤에 보이는 성벽은 클리포드 타워라고 한다. 그리고 그 앞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오리였다. 가서 손을 내밀자 입으로 오물 조물 내 손을 감쌌다. 저 성벽은 처음에는 목조였다가 불타 없어지고 재건축을 했는데 반란이 일어나서 또 무너지고 그랬단다. 클리포드 타워라고 불리는 이유는 클리포드라는 사람을 처형해서 매달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단다.

이 건물은 하천옆에 있었는데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벽돌집이 아름다워서 사진으로 남겼다.

이거 카약이라고 해야 하나 조정이라고 해야 하나? 하천을 걸으며 새소리를 들으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요크는 작은 규모의 박물관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리고 무료인데도 있었다.

하천을 건너는 작은 다리에서 찍어보았다. 스산한 날씨가 나쁘지 않았다.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의 콘셉트가 계속 생각났다. 개인적으로 잉글랜드 친구 스코틀랜드 친구 아일랜드 친구가 다 있는데 각각 기질이 참 다르다. 물론 잉글랜드 친구는 살짝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를 깔보는 기분이 있었다. 잉글랜드를 그렇게도 싫어하면서 왜 직업을 찾으러 런던으로 오냐고 말하더라... 스코틀랜드에서 직업을 찾으라고 말이다. 그리고 잉글랜드 친구 앞에서 아일랜드 공화국군을 이야기하면 표정이 굳어지곤 했다. 역사를 역사답게 가르치지 못하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윈스턴 처칠을 그렇게도 사랑했던 나의 잉글리시 제임스.... 난 가끔 제임스를 위해 부를 수 있는 독일 군가를 부르곤 했다. 판저탱크의 노래라든가 강하엽병의 노래 같은 것 말이다.

그럴 때면 그 친구는 정색을 하며 그런 노래는 부르면 안 된다고 했다.

개방되어 있는 교회로 들어가서 또 구경을 했다.

독자분들 중에 혹시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톰 행크스의 레인저부대가 오마하 상륙할 때, 연합군의 상륙정을 향해 무참하게 발사되던 기관총이 바로 저거다. 전쟁 박물관에 들렀을 때 찍었는데

아마도 노획물로 전시를 한 것 같다. 그 영화를 보면 상륙전 초반에 레인저 대원들은 총 한번 싸보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죽어 나간다. 저 총의 별명은 '히틀러의 전기톱'이었고 연합군에게 많은 불리함을 가져다준 명총이라고 한다.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명총이라 들었다. 나도 저 총을 가지고 싶다. 그리고 탄박스에 가득해서 탄도 갖고 싶다. 한 2,400발 정도만 누가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좀 먹는 악의 무리들에게 저 총의맛을 선사하고 싶다. 악이 창궐하는 이 세상에서 미디어에서 마주하는 악들의 행진을 보면 아주 가끔은 나도 총기 난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선량한 시민들은 말고 사회를 좀 먹는 모든 악인들을 향해서 말이다.

버스킹 하는 예쁜 처자. 여기서 나의 상상력이 발휘되지 않을 수 없다. 흡사 영화 원스처럼 우리는 운명적인 만남을 하는 것이다. CD플레이어에 넣을 건전지 살 돈도 없는 처지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대화를 시작한다. 요크 구석구석을 다니며 서로의 마음을 열고 짧은 시간 안에 사랑에 빠진다. 물론 돈이 없기에 마켓에서 가장 싼 우유를 사서 나눠 마시며 나는 악상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나의 작곡한 노래를 불러준다.


이렇게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all the more for that.."


-다음 편에 계속-


(진짜... 댓글 한 번만 달아주세요. 이렇게 간구하는 제가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작가의 이전글 2017년 영국 유랑기(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