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백세시대.
불안.
자기 주도적인 1인가구들이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
나 또한 아주 주도적인 1인 가구를 꾸리며 살았었고 지금은 아주 주도적으로 엄마와 아들과 살고 있다.
그러다 요즘 들어 불안이 자꾸 밀려온다.
요놈은 나를 뒤숭숭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또한 자꾸 나의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아니네 엄마와 아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엄마의 노후는 어떻게 하지? 아들의 미래는 어떻게 하지?
베개에 머리가 닿기가 무섭게 잠이 드는 나였다. 요즘은 느낌적으로 삼십 분에서 한 시간은 뒤척이다 잠에 든다. 병적인 불면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예전 같지 않다. 그렇게 베개를 못 살게 두드리고 세우고 편편하게 하기를 반복하다 잠이 들면 가끔 꿈도 꾼다. 어느 날은 꿈에 임신한 나 자신을 봤다. 무슨 근심이 내 배속에 가득한 걸까?
엄마의 노후, 아들의 미래.
내가 싱글맘으로 살기로 결정한 가장 중요한 삶의 모토는 나의 행복이었다.
그래서 행복한가?
행복하다. 나의 선택에 만족하고 행복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도 언젠가는 퇴직을 할 거고 늦게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대학 졸업까지 생각한다면 난 아직도 십 년은 더 일해야 한다. AI가 내 업무를 대체할 수 있고 언제 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웹소설을 시작했고 좀 더 탄탄한 기술을 익히기 위해 나의 장점을 찾다 보니 민화를 그려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민화.
미술 전공자는 아니지만 취미 미술을 할 때를 생각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었다. 다른 수강생들이 화실을 써야 해서 선생님의 눈치를 보다 자리를 뜨곤 했으니 어지간히 산만한 내 입장에서 네다섯 시간을 오롯이 그림을 그리며 앉아 있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추석이 지나 본격적으로 알아보니 사설 민화 화실 외에는 평생교육원들은 이미 마감이 된 것이다. 직장과 가까운 경희대학교 평생교육원의 민화실기반에서 자격증을 딸 생각으로 마음을 먹었는데 이 계획은 내년 1월이 돼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가짐이 살짝 바뀌었다. 민화를 배우고 그림 그리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려야지 생각하니 어느 정도 불안이 사그라들었다.
3개월씩 살고 싶은 나라에서 살며 글을 쓰고 민화를 그린다. 정말 생각만 해도 멋진 인생이 아닐까!
제발! 생각한 대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화로 개인전을 하고 나만의 치트키를 개발해서 해외에서도 유명한 그림 선생이 되는 것!
하아. 생각만으로도 뿌듯하다.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불안에서 미래를 찾고 길을 발견했던 것 같다.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서 돌다리도 잘 두드리고 갈 자신감도 생겼다. 연륜이 괜히 있겠는가.
엄마와 아들이 나에게 짐이 아닌 인생의 동반자로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