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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the Deer Dec 03. 2024

미안합니다 회사 또 옮겼습니다.

이제 14번째 직장이네요


1.

회사를 또 이직했다.

이직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불안함이 있을 정도로 이 회사는 정말 다이내믹하다. 정말 최고다.

그래서 브런치를 쓰려고 해도, 불안함과 초조함에 쓸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왠지 여유가 생겼다. (주말에는 '쉬어야 돼! 나는 쉬어야 돼!'를 외치면서 키보드를 멀리 했더랬다.) 그래서 몇 자 적어본다.


세상에.


열네 번의 회사를 옮겨봤지만, 이런 회사는 또 처음 보았다.

다니면서도 놀라고 있다.

나를 뽑았던 인사담당자도 나가고, 얼마 안 있어 위에 담당 임원도 나갔다.

(나가는 과정도 문화적 충격이 있었다)

사람은 줄고 일거리는 늘어나고 있다.


ㅋㅋㅋㅋㅋ


'나는 안주하고 싶지 않아. 나는 발전하고 싶어. 정치는 나는 안 해'라는 삼단 논법으로,

결국 안주도 통하지 않고, 정치는 할 수도 없고, 발전은 어차피 안 할 수 없는 그런 곳으로 왔다.

(대표도 이렇게 말하며 나를 놀렸다 '너 안주하기 싫대매? ㅋㅋㅋㅋㅋ')


사실 내가 바라는 직무이긴 했다. 투자하면서 신사업도 할 수 있는 직무.

그런데 아휴. 이럴 줄은 몰랐지 ㅋㅋㅋ

퇴근길이 얼마나 달달한지. 대리 이후로 오랜만인 거 같다.


퇴근할 때 터덜터덜 걷다 보면 이 생각이 꼭 스치고 지나간다.

'내가 지금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멀쩡하게 좋은 회사는 왜 또 나왔을까'


그리고 이 생각을 아내에게 고대로 전하곤 했다.

아내는 보통 이렇게 외치곤(?)했다.


"It's your choice!"


라며 감정선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아하곤 했다.


지난 주말이었다.

내가 또  '난 누구? 여긴 또 어디?'라며 직장에 대해 투정을 부리고 있으니,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여보. 여보는 개척자라서 그래. 괜찮아"


이 말에 심쿵했다. 그리고,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아. 맞아. 내가 선택한 길이었지. 그리고 내가 지독하게 원하던 길이었지.


깨달음이 왔다.


2.

사실 은퇴가 두려웠더랬다. 내 유튜브 알고리듬에도 곧잘 뜬다. 대기업 은퇴, 은퇴 후의 삶, 준비 안된 은퇴 등등..


그래서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직장을 다니면서 내가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지?라는 궁금증은 계속 나의 미래를 그려보게 했다.


돈을 모아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 물론 좋지만 일이 없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돈이 제공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의미 부여와 어느 정도의 재미가 있는 일, 그리고 나에게 정말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일지 나는 계속 찾았었다.


나의 고민이 다 맞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안주하지 않음에 감사하고 있다. 나의 가능성과 한계를 계속 테스트하면서 보내고 있기에 이력서는 너덜너덜 해질지언정 부끄럽지는 없다. '어쩔 수 없어'라는 말은 내가 맨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이다.


그래서 아내의 말이 달게 들렸던 거 같다.

내가 하는 '일'을 정확히 말해주고 있으니까.


정답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뿌듯하고 보람이 있음에,

그리고 누군가에 해줄 얘기가 있음에,

오늘 하루는 다가올 미래에 곱게 쓰일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기는 것 같다.


절망은 간절함과 동전의 양면이라는 말씀을 교회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래.

절망할 에너지를 가지고 간절함으로 가져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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