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FIA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jaroazul Aug 28. 2023

나를 묶고 가둔다면 미래도 묶인 채

소셜네트워크 회사의 이면

 나는 여러 종류의 소셜 네트워크를 굳이 피해왔다. 십 대 시절 잠깐 했다가 정신에 나쁜 영향을 주는 걸 느끼곤 황급히 발을 뺀 셈이다.


 SNS는 도구이고,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지겹게 듣곤 한다. 과연 그런가? 이런 형식의 플랫폼을 잘 쓰는-일정 부분 타고난-성향의 사람이란 어떤 이들인가? 온라인상에서 인간은 진실할 수 있는가? 또 그걸 바라보는 입장에서 예쁘지 않은 부분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있고? 그게 아니라면 SNS란 그저 빚을 내서라도, 렌트를 해서라도 명품백과 차를 대동하고 나가는 동창회의 가상공간 버전인가?


 입사 때 회사는 내게 반드시 계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대외적으로 홍보해야 하는 팀에 소속되다 보니 사이트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되었다. 주변 직원 중엔 인플루언서도 있었고, 실제 플랫폼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도 있었다. 지난주, '피곤하다'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팀 상부에서 지적이 들어왔다. 토끼가 필라테스 기구에 늘어져있는 그림에, "불면증에는 약도 필요 없다! 회사가 직빵이다. 피곤해라."는 이야기였다.


 한 번도 회사 이름을 언급한다거나, (실제 지인만 아는 비공개 계정임에도 불구하고) 우회적으로라도 '회사 일 거지 같다' 거나 '다니기 힘들다'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다만 운동에, 병원에, 인간 스트레스에 여러 가지가 중첩되어 피로했을 뿐이다. 게다가 체력적으로 약하고 운동을 주기적으로 한다는 걸 팔로워인 회사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설마 그걸로 눈치를 줄 줄은 몰랐다. 걱정되어 그렇다며 빙글빙글 돌려 말했지만, 뭐 죽고 싶다는 글을 올린 것도 아닌데. 내 귀엔 "너만 힘들어?" "회사에 대해 나쁜 말 하지 마."라는 지청구로 들렸다. 그 뒤로 나는 프로필 사진조차 내린 채 앱 알림을 아예 꺼버렸다. 조직문화가 수평적이라느니, 우리는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생각한다느니 다 구라였다. 알고 있었지만, 좀 더 정교한 구라를 보여줄 줄 알았다.


 일상의 사건을 골라 편집해서 올리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그게 과연 진실한 소통인지에 의문이 든다는 거지. '관계'와 '연결'을 위해 존재한다고 광고하는 건 거짓말이다. '자기 PR'과 '삶의 큐레이션'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해야 정확하다. 불행을 올리지 말라고 검열하면서 자랑을 부추기는 건 기만이다. 타인이 보이는 장소에서 '하지 말아야 할 짓' 만큼이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고 생각한다.


심하게 말해, 자랑은 본인한테나 좋은 거지, 남의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잡음인 것이다. 오, 질투나 '타인의 기쁨을 나눌 수 없는 사람'이라며 손가락질하기는 왜 이리도 쉬운지. 밴댕이 속알딱지 하련다. 큰 그릇이 못됩니다. 하지만 그 큰 그릇으로 타인의 허영 혹은 가벼운 자랑을 받아준다 한들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죽겠다고 힘들다고 외치는 사람에게 한 번이라도 눈길을 더 주어야,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북돋아주는 편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회사의 올해 모토는 '효율'이다. 정말 웃기고 앉아있다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근길 조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