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마케터의 기함
나는 지금 맞은편 빵집에 앉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눈을 부라리고 있다. 몇 잔 째지? 네 잔 째인가?
길 건너 맞은편 팝업 스토어에서 가방 하나 사보겠다고 퇴근길에 한 시간을 낭비하다니. 지금만 느낄 수 있는 걸 중요시한다는 요즘 애들의 트렌드, 마케터지만 정말 싫거든요. 그리고 요즘 애들은 정확히 몇 살부터 몇 살까지죠? 한 번도 “그” 인구통계에 잡힌 적이 없는 본인은 유령인가?
크리넥스 티슈보다도 못한 일회성 문화라 말하면 심한가. 있었다 금방 사라지는, 어디에든 뿌리내리지 못하는 신기루 같은 문화라 싫다고 하면 이해하려나.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모으고, 만년필을 십 년째 길들이며, 아직도 왁스를 녹여 편지를 봉하는 인간이라 겉멋만 잔뜩 든 걸까?
물건이 싸고 예쁜 건 사실이다. 이 가격 어디 가서 못 본다. 온라인으로 주문할 순 있지만, 난 아직도 물건 구매는 직접 봐야 안심이 된다. 특히나 옷 같이 직물, 가죽 제품이 그렇다. 아버지는 늘 양보다 질을 강조하셨다. 그런 당신도 지금은 테무에 환장하시는 걸 보면 변화란 참 신기하다.
나는 인스타그램의 모회사를 다녔고-빙글빙글 돌려 말하는 건 법적 이유라기보단 그저 이름에 붙은 불길함을 믿는 소인의 탓이다-지금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그것도 탄생지인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이지, 누가 뭘 샀느니, 어떤 삶을 사느니 따위, 편집된 모습으로 보고 싶지 않다.
밴댕이 소갈딱지라 그래 그거.
28팀이던 대기조가 그새 절반으로 줄었다. 난 1분 컷을 노린다. 가자마자 정해둔 가방 재고를 확인하고 바느질과 버튼의 마감을 확인한 뒤 결제하고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겠지. 이런 날 얼마나 위선적이라고 볼까 문득 궁금해진다.
젠장!
찾는 물건이 매장에는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