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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하 Feb 28. 2020

왜 집을 직접 고치나요?

집 고치는 진짜 이유


주변에서 가장 많이, 정말 백번은 들은 질문 같다. 저번 집도 그렇고 이번 집은 한술 더 떠 모두 뜯어가며 도대체 왜 그렇게 힘들게! 사서 고생하면서 직접 고치냐고 다들 궁금해했다. (심지어 부모님들도 괜한 고생하지 말고 그냥 살라고)


마음에 드는 집이 없어서?
집이 낡아서?
업자의 실력을 못 믿어서?
남편이 손재주가 많아서?
심심해서?
등등.. 심지어
포스팅을 하기 위해서?
라고도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이 이유 때문에 절대 이 고생을 하진 않아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허무할 수도 있지만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맞는  구하기


우리도 요즘 시대 많은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도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며 전셋집 하나 구하기도 힘든 신혼부부이다. 우리의 최종 꿈은 주택이라 처음엔 꿈에 부풀어 무턱대고 주택을 알아봤으나 주택은 대출의 비율이 너무 낮아 나중을 기약하며 깔끔하게 포기를 했다. 다음으론 직장과 가까운 서울의 전세를 알아봤으나 우리 사정으로는 아주 작은 평수의 다세대나 빌라 정도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없는 와중에 우리 부부는 참 하고 싶은 게 많은 부부이다.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 짐도 많아질 수밖에. 맥시멀리스트라 작은 집은 우리의 생활을 담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갑갑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 번은 직장과 좀 떨어지더라도 가격대가 낮은 지역의 집들을 보러 갔는데 직장과 멀어질수록 집들은 좋아지고 넓어졌다. 우린 집 밖에서의 생활보다는 집 안에서의 생활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멀어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서울의 작은 전셋집에서 경기도의 큰 아파트로 집의 모습이 변경되었다.


이런 결정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모두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하루에 집에 얼마나 많이 있냐며 직장과 가까운 게 최고고 무조건 집값이 오르는 서울에 사야 한다며 우리를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둘 다 멀어도 우선 집이 편하고 좋아야 한다는 주의라 전혀 망설이지 않고 이 선택을 하게 되었다.






 집인데 비싼  vs 오래되었지만  


이런 상황은 알겠는데 돈 때문에? 그럼 고치는 돈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정해진 예산은 있기에 예산 안에서 집을 보다가 비슷한 동네에서 새 집인데 비싼 집 / 오래되었지만 싼 집 이 두 개의 선택이 최종으로 남게 되었다. 오래된 집이 같은 평수인데도 더 넓게 나오고 구조도 특이해서 마음에 들은 데다 고치는 예산을 더한다 하더라도 새 집보다 돈이 남았다.

또 둘 다 건축을 공부해서 그런가 평범한 집은 싫고 색다른 집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물론 예산이 충분했으면 업체에 맡겨서 빠르고 쉽게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었겠지만 앞서 언급했듯 우리는 집도 겨우산 부부라 직접 고치며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모하지만, 한 번쯤은 젊을 때(몸이 따라줄 때) 원하는 대로 모두 고쳐보자는 것에 둘의 생각이 통해서 오래됐지만 싼 집을 사서 직접 고치기로 했다.





다시,  직접 집을 고치나요?


우리 생활을 담은 우리만의 공간을
예쁘고 저렴하게
실현시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들지만 스스로 공사해서 인건비가 절약되는 만큼 더 많은 것을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고치게 되었다. 그 결과 적은 예산 안에 해보고 싶은 것들(페인트 마감, 매입등, 평상, 주방가구 디자인 등)을 거의 모두 해볼 수 있었다. 또 곳곳에 그 당시의 추억도 새록새록 남아있다. 직접 고치는 동안 힘든 순간도 너무 많았지만 직접 고친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고 오히려 우리 만의 공간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오래도록 살 집, 평생 살 집이라고 생각해서 공들인 것은 아니다. 우린 잠깐을 살더라도 우리의 취향을 담고, 우리의 생활을 반영하는, 우리 만의 공간에서 살고 싶은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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