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간의 내 집 찾기 프로젝트
첫 전세 신혼집에서 왕복 4시간을 출퇴근하며 다녔던 우리. 둘 다 설계사무소를 다니던 터라 야근도 꽤나 많았기에 지칠 대로 지쳐 회사 근처로 이사하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거의 6개월 동안 회사 퇴근하고, 주말에, 심지어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서울, 경기 거의 200개 정도의 집을 보러 다녔다. 이번에는 6개월 간 우리 집을 갖기까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 강동구 단독주택 전세
2. 광주 타운하우스 매매
3. 강북구 단독주택 매매
4. 남양주 아파트 매매
위의 네 집은 우리가 본 200개의 집들 중 우리 집이 될 수도 있었던 곳들이다.
회사가 강동구로 이사를 가서 우리가 처음으로 알아본 곳은 강동구 근처의 전셋집이었다. 회사 다니기 좋은 쪽으로 강동구, 광진구 근처의 빌라들을 많이 알아봤다. 강동구, 광진구 근처에서도 30개가 넘는 집들을 봤다. 우리의 예산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으므로 보는 집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주 낡은 다세대거나 신축빌라여도 너무 작았다. 그 와중에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났다.
외관은 이래 보여도 마음에 드는 단독주택이었다. 2층과 옥상 전체를 사용할 수 있는 단독주택이었는데 내부는 수리를 해서 깨끗했고 방도 4개나 되어 매우 넓었다. 게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건 한강공원까지 도보로 5분 정도라는 것. 땅콩이를 매일 산책시켜야 하는 우리에겐 너무나도 좋은 곳이었다.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서 계약을 하기로 했는데 계약을 하려던 찰나 월세로 살겠다는 사람이 생기는 바람에 주인은 그 사람을 택했다. 집주인이 당연히 이해가 가지만 이사 갈 생각하며 어떻게 꾸밀지 구상도 하고 남편과 땅콩이랑 매일 한강에 나가서 산책하는 상상을 하면서 행복했던 터라 이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허무했다. 만약 이때 이 집을 계약했다면 우리의 모습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겠지.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도 더 이상 없었을 것이다.
첫 계약이 무산되고 나서 다음으로 본 곳은 강북구의 단독주택이다. 계약이 무산된 이후론 강동구 쪽에서 본 집들은 그만한 조건이 없어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원래 우리의 최종 꿈이 단독주택이었기 때문에 이왕 이렇게 된 거 회사랑 좀 멀어도 우리 집을 갖자고 해서 서울의 작은 단독주택을 알아보게 되었다. 북한산 아래에 위치한 우이동을 갔는데 동네가 조용하고 공기도 좋고 참 마음에 들었다.
그곳에서 발견한 집은 사진의 왼쪽의 집이다. 집도 마당도 작긴 했지만 동네도, 집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우선 가격이 우리 예산에 들어왔고 고치면 재미있는 집이 될 가능성이 무한한 곳이었다. 드디어 단독주택에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들떴었다. 서울시에서 지원해주는 리모델링 대출도 있다고 하여 시청에 문의도하고 집도 두 번이나 가봤다.
하지만 이 곳에도 문제가 발견되었다. 토지 대장을 발급해보니 집 옆의 도로와 옆 집의 마당이 이 집의 대지로 잡혀있었다. 뭔가 대지의 관계가 찜찜했다. 이것저것 알아보다 이 곳은 포기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난 이 집이 우리 집이라 마음속으로 거의 확정을 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계속 생각나고 가장 아쉬운 집이다.
앞서 거의 우리 집이 될 뻔한 집이 떠나간 그 이후 다른 지역의 단독주택을 많이 알아봤지만 단독주택은 대출이 많이 어려웠다. 단독주택은 방공제를 하기 때문에 아파트는 60~70%를 대출할 수 있는 방면 주택은 40~50%도 받기 어려운 곳이 많았다.
그래도 주택에서의 삶을 포기할 순 없어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을 섞어놓은 주거형태인 타운하우스를 알아보게 되었다. 타운하우스는 경기도 광주에 꽤 많았다. 그렇게 해서 본 광주, 용인의 타운하우스와 복층 빌라도 30개 정도는 되는 듯하다.
이 곳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었다. 빌라 투어라는 것인데 예산에 맞는 그 동네의 타운하우스와 신축빌라들을 10개고 20개고 마음에 들 때까지 보여준다. 이 곳에는 정말 좋은 타운하우스와 빌라가 많았다. 마음에 드는 곳이 많아서 오히려 결정하기 힘들었을 정도. 아무래도 그 근처에 신축 복층 빌라와 타운하우스가 많아 경쟁이 치열해서 그런지 서로 다양한 디자인과 다양한 평면, 구조를 뽐내고 있었다.
그중 이 곳이 우리 예산에 맞으며 우리가 사려고 가장 많이 고민했던 타운하우스이다. 2층 집으로 거실이 개방되어 있고 거실에 작은 마당이 있어 마음에 들었다. 타운하우스들이 옹기종기 언덕 위에 위치해서 조용하고 공기도 좋았다.
하지만 이 곳은 큰 도로에 나가기까지 도로가 하나밖에 없는 데다 난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던 곳이어서 그 도로 하나에 많은 빌라와 타운하우스 주민들이 의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도로가 확장될 가능성도 없어 보였다.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이 곳을 찾아보니 출퇴근 시간에 이 곳이 엄청 밀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공기 좋은 언덕즘에 위치하다 보니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은 힘들고 자차로 출퇴근을 할 생각이었는데 집 밖을 나서면 매일 교통지옥을 경험해야 된다는 생각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게다가 우리의 최종 목표는 단독주택인데 타운하우스 같은 경우 아무래도 수요가 많은 편은 아니기에 다음 집으로 이사할 때 매매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이런저런 이유로 이 집도 떠나보내게 되었다.
또다시 우리 집을 찾아 삼만리. 이왕 단독주택으로 가지 못한다면 단독주택을 가기 전 머무르는 집이기 때문에 잘 팔리는 집으로 사야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알아본 것이 환금성이 좋은 아파트이다. 서울 노원구, 경기도 구리, 하남, 남양주 등 여러 아파트들을 보게 되었다.
2억 후반대 아파트 (우리가 알아볼 때 기준)
- 노원구 10평대 복도식 아파트
- 하남 20평대 복도식 아파트
- 구리 30평대 주상복합 (대출 어려움)
- 남양주 30평대 아파트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과 가까울수록 경기도의 아파트도 매우 평수가 작았다. 우리는 이미 첫 신혼집에서 맥시멀리스트가 되어있었기도 했고 서울과 멀어질수록 좋아지는 집을 보고 이미 눈이 높아져버렸다. 결국 우리의 최종 선택은 남양주의 아파트가 되었다.
그곳에서 우리가 찾는 집은 거실 두 면에 창이 있는 구조를 지닌 아파트였다. 우리 계획상 주택으로 가기 전 마지막 아파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평범한 아파트보다는 특이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대게 ㄱ자 형태의 타워형 아파트의 모서리 부분에 위치한 곳이 이런 타입이라 이런 형태의 아파트를 위주로 찾아보았다. 이 곳에서도 여러 아파트를 보다 마지막으로 남양주의 30평대 아파트에서도 두 가지의 선택이 남았다.
새로 분양한 아파트 / 2억 후반
9년 된 아파트 / 2억 중반
사진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9년 된 아파트가 같은 평수인데도 훨씬 더 넓고 구조도 특이했다. 또 버스도 우리 동 바로 앞에서 바로 탈 수 있어 출퇴근도 새 아파트보다 수월했다. 무엇보다 가격이 꽤 차이가 났기 때문에 남은 돈으로 우리의 취향에 맞게 고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우리 마음속에 거의 모든 방향이 이 집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게 결국 이 집은 우리 집이 되었다.
앞서 말했듯 주택으로 가기 전 사는 아파트인데 다 뜯어고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봐도 뭔가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여태껏 살아온 것들을 살펴보면 약간은 무모하고, 어떻게 보면 용감한 게 우리인 것 같다. 얼마큼 이 곳에 살진 모르지만 이왕 살 거 예쁘고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곳에 천변 산책로가 있고 (우리는 당시에 모르고 들어가긴 했지만) 집 앞에 큰 공터가 있었는데 그곳이 우리가 이사오자마자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또 지하철보다 버스를 좋아하는 나는 집 바로 앞에서 버스를 타고 출퇴근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집에 있을 때가 너무 좋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여행만 꿈꾸던 내가 집순이가 되었다. (이건 나이가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이 여정도 드디어 마무리가 되었다. 주변에서 우리의 스토리를 듣고 건축가부부가 6개월 동안 찾은 집이 결국 아파트냐고 물었다. 나도 집 찾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아파트를 사게 될 줄은 몰랐다. 인생은 가끔 우리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풀스토리를 읽었다면, 이젠 조금이나마 우리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