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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장한 Apr 18. 2024

[뉘르24시 D-43] 내가 좋아하는 것들


부서를 옮기고 대략 5년 만에 해외출장을 가는 길이다

전에는 출장이 잦은 업무였지만 사무업무를 하는 부서로 옮겼고 장기간 코로나로 인해 모든 여행이 중단되어서 나만 오랬만에 가게 된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나는 뉘르24시 경기 참가를 위해 작년에도 독일을 다녀왔기 때문에 개인출장이 늘 있었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자동차 테스트엔지니어는 아주 좋은 직업이다

매년 국내외로 출장이 많고 매번은 아니지만 나름 재미있고 중요한 일을 하기도 하는 보람이 있다

동계시험의 경우는 추운 나라에서 최소한 몇 주는 남들에 접근하지 못하는 설원에서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의 위험도 동반한다 아무래도 개발 중인 차를 여러 조건에서 테스트하는 직업은 리스크를 어느 정도 질 수 밖에는 없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 일은 하는 직업군에 비할 바는 아니다


전자여권을 갱신하고 처음 나서보니 여러 가지로 될지 안 될지 불안 불안했다

작년에 어이없게 비행기를 한번 놓쳐본 경험은 확실한 것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

그래서 이번이 5월 말에 경기 참가를 위한 출국의 예행연습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다행히 지금은 비행기 안이고 인터넷이 안 되는 동안 스마트폰 중독을 아이폰 메모장으로 달래는 중이다


기내에서 영화도 하나 봤는데 만추 리마스터링 버전이었다

내용에 관계없이 감독이 사심으로 탕웨이랑 결혼하고 싶어서 찍은 영화임을 그녀의 미모가 화면에서 내내 이야기해 주고 있다

역시 현빈의 미모와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여성도 겨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영화배우라는 축복받은 직업으로 영화 안에서 영생을 얻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무명영화배우나 다름이 없다

재능이 없어 유명하지도 않고 돈을 못 벌어도 연기가 좋아서 배우생활을 하는 무명배우처럼 나도 재능은 없지만 레이싱이 좋아서 20년을 넘게 같은 자리에 남아있다

그동안 많은 동료와 지인들이 이 바닥에서 떠나갔는데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제 그들에게 내가 여전히 좋아하는 일이 의미 없고 하찮게 되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여기서 상처받은 이들은 레이싱을 경멸하기도 한다)


그들의 변해버린 생각은 어쩔 수 없지만 더 이상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에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가장 친했던 사람들이 너 정신 못 차리고 아직도 그러고 있냐고 하는 태도를 보면 의욕이 꺾이고 더 외롭다

이제 나이가 꽤 드니 내 롤모델은 다 멀어지고 혼자서 터덜터덜 가는 길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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