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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영 Sep 01. 2021

정성이라는 의심(醫心)

음식의 맛은 정성, 치료에도 정성이?

의사 생활을 통해  여러 가지 소소하지만 신기한 경험들을 

하게 됩니다.

그 중 신기하다고 느낀 것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서 어머니의 '손맛'을 얘기합니다.

똑같은 재료, 똑같은 조리법으로 한 음식인데 유독

어머니의 음식이 더 맛있습니다.

이것은 느낌일 수도 있는데 확실히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껴보신 분들은 아마 아실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결국 '손맛'이라는 것이 '정성'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의사 생활을 통해 또다른 분야에서 이와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겪었을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오랜 기간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저는 거의 확신합니다.


저는 정형외과 전공으로 외상 또는 질환에 대해 수술을 

합니다.

다쳐서거나 수술을 해서거나 상처에 대해 소독을 하는 것은

일상입니다.


소독할 때 쓰는 소독약의 종류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흔히 빨간약이라고 부르는 포타딘, 과산화수소, 알콜 정도입니다.

그 다음에 항생제 연고 정도?

치료 제재까지 하면 종류가 많지만 보통 이 정도를 사용합니다.


이런 단순한 치료제로 똑같은 상처에 똑같은 소독약을 

같은 순서와 방법으로 쓰는데도 걱정을 하고 신경을 써서 치료한 

환자가 루틴하게 치료한 환자보다 훨씬 잘 회복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신경을 더 썼다는 것이 더 꼼꼼하게 했다는 것 아니냐 

는 생각이드실 수도 있지만 저는 환자 한명 한명에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라 어떤 환자는 꼼꼼히 하고 어떤 환자는 대충대충하지는 

않기 때문에

정말로 말 그대로 변수는 신경 즉 쓴 마음의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신경을 더 쓴 상처가 빨리 잘 나았다는 것입니다.  


신경을 더 쓴 상처, 모든 상황이 동일하지만

마음을 더 쓴 상처가 더 잘 나았습니다.


저는 객관적 결과와 데이터에 따라서 이를 근거로 결정하는

과학을 기반한 의학자이기 때문에 이런 비과학적인 것을 

사실이라고 주장할 수 없지만..


최소한 제가 경험하고 제가 느끼기로는 사실이었습니다.


병원에서 환자를 보며 생과 사를 오가는 현장에 있다보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많은 일들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것은 기적이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제가 겪은 이 일은 소소하지만 우리의 마음의 가치를

느낄수 있는 저에게는 소중한 경험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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