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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un 13. 2024

MS.Uh.. Everything all right?

하와이에서 제일 먼저 들은 안부인사.

시간은 차곡차곡 너와 나는 별개라는 개념으로 물처럼 줄줄 흘러가고 있다. 이곳 생활을 하면서 일분일초도 아깝다는 생각이 처음 도착시점에서는 들었지만 이틀정도 지난 뒤부턴 그냥 지낼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다 처음과 끝이 없이 어느 중간의 기분이 들 때, '그때 떠나도 괜찮아'라는 마음 가짐을 가졌다.


끝과 맺음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난 자꾸 끝과 맺음이라는 깔끔한 결말을 허공에서 찾곤 한다. 마치 저 멀리 보이는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보이는 지평선처럼. 바다는 딱 저기까지만이라는 착각을 할 만큼 쭉 그어진 경계선처럼 말이다. 하와이 하늘과 바다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발트블루와 짙은 남색이 섞인 오묘한 색이다. 그래서인지 경계가 더욱 선명하네..


바다색이 날마다 달라요. 이날 이쁘죠? 무지개 떴어요~~^^


하와이생활은 적응이 되는 듯 하지만 여전히 낯설다. 여행온 자들과 달리 아이는 매일 학교를 가고 하루 2끼 이상은 요리를 해야 한다. 콘도에 머물다 보니 주방이라 할 것도 없지만 나름 이곳에서 난 매일 아침과 간식 그리고 저녁을 만든다. 마트도 다녀야 하고 아이 픽업과 드롭도 호찌민에서 생활한 것처럼 동일하게 온전히 나의 몫이다. 아빠가 없으니 주말여행까지 내가 책임져야 한다. 엄마하나만 믿고 하루아침에 얼렁뚱땅 이곳에 따라온 아이는 나름 나쁘지 않다는 표정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큰 표현이 없는 아이 얼굴에서 흐릿한 미소를 한국에서 보단 자주 본다. 아이의 고요한 미소를 볼 수 있는 곳, 하와이~.


한국에서 이사와 겹쳐 많은 준비를 하지 못했다. 정확히 5가지만 준비했다. 비행기표, 숙소, 비자, 학교 그리고 렌터카. 함께 오기로 한 친구의 조언으로 대충 인터넷으로 차를 미리 렌트 하고 왔다. 그리고 나머진 맨땅에 헤딩. 우선 가서 보자 라는 결심 하나로 하와이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 당시 나의 상태는 불안, 초조, 공포, 우울, 걱정, 즉 정신적으로 심한 공황 상태였고 비행기 출발 이틀 전부터 잠을 잘 못 잘 만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남편의 한마디에 겨우 마음을 추스렸다.


"성격이야. 완벽하려 하지 마. 가서도 지금처럼 그냥 대충 해, 손해 좀 보면 돼."


사실 한국 와서 돈, 경비 쪽으로 손해를 많이 봤다. 최첨단 시대를 걷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한국사람들이 정한 규칙과 규율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한국에선 소비자가 똑똑해야 한다는 사실을 2년 살고 나서야 인지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 하와이 살이를 준비하면서도 혼자 '야무져야 해!', '더 이상 호구는 되지 말자!'라는 스스로 다짐이 과하게 작용했다.  


인터넷으로 렌트를 하면서도 과연 이곳에서 내가 운전할 수 있을까? 호찌민에서도 했는데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아니야, 미국이라서 신호와 교통 법규가 더 엄격할 거야. 아 운전석이 어느 쪽인지 확인부터 해야지. 이 사이트는 너무 비싼데. 다른 사이트 알아봐야겠다. 등등부터 시작해서 끝도 없이 시간만 나면 렌터카를 확인했다. 그래서 결국 성공했냐고 묻는 다면 결국 마지막에는 대충 한국에서 타던 차와 비슷한 차 사이즈를 선택했고 비용은 잘 모르겠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만큼의 긴장감과 불안으로 도착한 첫날 차 안에서 난 출발할 마음을 감히 내지 못했다. 우선 차 상태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곳저곳 긁힌 곳이 많아 사진을 한참 동안 찍었다. 일본차를 빌렸다. 운전석에 앉아 좌석위치와 높낮 이를 조절하고 시동을 걸려는 찰나 크록스를 신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한국에서는 아무 신발도 괜찮지만, 하와이에서는 불안했다. 다시 Reserved 싸인이 켜져 있는 곳으로 차를 끌고 가서 주차를 한 다음 트렁크에 실려 있는 가방을 꺼내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그사이 아이는 뒷좌석에서 배고프다며 새우깡과 김을 마구 집어 먹고 있었다.


난 배가 고픈지,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 조차도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공기 안에 산소가 부족하지도 않은 청청하고 맑은 하와이 하늘 아래에서 딱 살만큼, 들숨 날숨만 쉬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방 천지에 둘러 싸인 영어를 보니 정신이 확 들었다. 베트남어 간판이 아닌 영어 간판. 몇 년 만인지..


운동화를 갈아 신고 다시 차를 빼서 나오는데 앞에 싸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차! 안경! 운전용 안경이 따로 있는데 가방에서 미처 꺼내지 못했다. 아.. 언제 나가냐고... 하지만 이럴수록 차분해야 한다고 다짐한 뒤 차를 돌렸다.


다시 차고로 들어갔고 급한 대로 빈 곳에 차를 우선 주차했다. 트렁크에서 가방을 두번째 꺼내야 했다. 다행히 안경을 어디 뒀는지 금방 기억이 났고 바로 꺼낼 수 있었다. 다시 운전석에 탔고 뒷좌석에서 아이가 한마디 던졌다.


"엄마, 언제가? 엄마 괜찮아?"

"아... 어, 괜찮아, (아니, 전혀 안 괜찮아. 이놈아. 엄마 지금 죽을 거 같아. 아 놔 넌 새우깡이 목구녕으로 넘어가냐? 엄마 걱정도 안 되냐?라는 말을 꾹 삼킨 체) 잠깐만, 안경을 까먹어서.. 배 많이 고프지? 금방 도착해."

라고 최대한 부르럽게, 안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어치피 남편도 없고 아이는 그나마 가만히 있는 게 지금 시점에서는 도와주는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이 섰다. 엄마인 내가 불안하면 아이도 불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안 그런 척, 다 아는 척, 괜찮은 척했지만 뒷좌석에서 아이는 매의 눈으로 새우깡을 먹으며 엄마를 관찰 중이었다.


이제 진짜~출발하면 된다. 다시 시동을 켜고 출발하려는 순간, 네비를 찍지 않았고 가방 안에서 핸드폰 받침대를 또 꺼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미 1시간 동안 렌터카 대기장소에서 머물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쩜 그곳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사실 그 안에서 시운전 연습으로 몇 바퀴 돌고 싶은 마음이 나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난 세번째 차에서 내려 가방 안에서 핸드폰 거치대를 찾아 설치했다.


드디어 이제 출발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차 안에서 주소를 치고 있는데 갑자기 창 밖에서 누가 똑 똑 두드렸다. 앗.. 직원이다. 한참 동안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고 후진했다가 전진했다가 차를 다시 돌렸다가, 다시 차고 안으로 들어와선 남의 예약차고 자리에 주차를 떡 하니 한 뒤 또 한참을 머물고 있는 날 발견하고선 달려온 것이다.


그의 첫마디, "Uh.. Ms, are you okey?, Everything all rigt? r u sure?"였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겨우 웃으면서 난 미안하다 대답하고 마치 누군가에 의에 질질 끌려 나가는 꼴로 차고에서 차를 빼서 나왔다.


그는 우선 "미스, 너 괜찮은 거 맞아?", '

"확실하지".

"여기 다른 예약차 대기해야 하는 장소야. 차를 빨리 빼서 나가야 해. 아직도 안 나갔어?"

"아.. 쏘리, 쏘리, 지금 나갈 거야. 근데 이거 네비 왜 작동 안 돼?"

"이거 핸드폰 커넥트 연결선하고 연결해야 해."

"아.. 알았어. 이제 갈 거야. 내가 뭐 좀 깜박해서 짐에서 뭐 꺼낸다고 좀 늦었어. 미안, 미안."


그렇게 난 반 강제로 렌터카 차고에서 나와야 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주로 50과 60 사이로 운전을 해서 콘도까지 겨우 찾아왔다. 다행히 빵빵 거리는 차는 없었다. 알아서들 피해 갔고 차선을 바꿀 때도 배려해 주는 마음을 느낄 만큼 이곳 운전자들은 여유롭다. 아.. 얼마나 다행인지..


이른 체크인을 부탁했지만 청소가 늦게 끝나 4시까지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근처 맥도널드에서 아이의 허기진 배를 채웠고 바로 앞 해변가를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하와이 신호등은 손표시에요. 렌트카 회사 차고입니다.

내리쬐는 햇볕은 뜨겁다 못해 따가웠고 해변가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 수영장에서 패들링을 하는 꼬마들, 바람에 휘날리는 야자수는 '이곳이 하와이야'라고 분명히 말해 주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며 운전해서 온 나와 아이에게 바다가 안겨준 첫인상은 평화와 휴식이었다. 허나 나의 머리는 벌써부터 이틀뒤 학교오전 라이딩 걱정에 앞에 캄캄했다.


이리저리 학교는 무사히 다니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여전히 운전할 때 30 이상은 달리지 않는다. 아니 달릴 수 없다. 다행히 하와이 도로는 대부분 35 이상은 달리지 말라는 표지판이 군데군데 붙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늘은 면봉과 크리넥스 그리고 고기 사러 월마트를 다녀와야겠다.


오늘도 무사히

내일도 무사히

조심조심 운전해야지.


거북이처럼.

느릿하게

그렇게.


오늘하루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by choi.


*photo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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