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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ul 05. 2024

하와이에서 코스트코를 꼭 가야만 할까?

저는 'No' 라고 말합니다.  

하와이에 도착해서 소셜미디어에 깔린 넘쳐나는 정보를 밤새 읽고, 보았다. 그들이 여행하는 법, 물건 사는 법을 대충 보면서 그냥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실질적으로 이 방법이 좋은지, 저 방법이 실용적인지 알지도 못했고, 정보를 걸러낼 능력이 나에겐 없었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자발적으로 집 밖을 뛰쳐 나온 중년 여성이 맞서야 할 현실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버티기였다. 하지만 난 하와이 대형 마트 할인매장 물가에 두 무릎을 꿇었고, 상상을 초월한 대 용량에 뒷골이 당겼다.


시간이 없어 많이 찾아보지도 알아보지도 못하고 무작정 떠난 하와이에서 막막했다. 계획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준비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로 막막하지 않을 텐데라는 후회도 쪼금 했다. 밤에 아이가 자는 틈을 이용해 마트와 식당 여행할 곳을 찾아 스크린 샷으로 저장하기 시작했다. 핸드폰 메모장에 지역 이름을 나열하고, 꼭 가고 싶은 곳 체크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렇게 아이와 난 단둘이 이곳 생활이 시작되었다.




도착 첫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체크인은 4시. 얼리 체크인을 물어보았지만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방 청소가 늦어진다는 연락을 받았다. 공항 내에서 겁에 질려 렌트차량 트렁크만 4번 정도 열었다 닫았다 한 덕분에 (공항 주차장 밖으로 나가는데 1시간 넘게 걸림) 아이가 허기에 굶주려 가져온 김을 입에 쑤셔 넣고 있었다. 중딩 남자아이는 쓰러질 듯 초취 한 얼굴로 언제쯤 엄마가 정신을 가다듬을지 게슴츠레한 눈으로 지 어미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숙소 근처에 국민 패스트푸드 '맥도널드'가 있었다. 맥도널드가 이토록 반가울 수가!!! 눈물을 휘날리며 아이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맥도널드 매장으로 돌진했다. 익숙한 맥도널드~ 네가 나를 살리는구나!!! 안도감. 친숙함. 그 어떤 걸 시켜도 맥도널드 햄버거 맛이라는 상상이 우리 두 모자를 조금의 긴장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그랬다. 하와이에서 첫 식사는 '맥도널드'였다. 치킨버거세트를 시켜 둘이서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맛있는 음식인 양 먹었다. 시원한 콜라도 쑥 들이켰다. 이제 배도 부르고 무사히 숙소까지 운전도 해봤으니 마트에 가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구글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검색창에 '마트'라고 입력하니, 근처에 널린 게 그토록 유명한 ABC마트였다. 하와이 ABC 마트를 많은 사람들이 언급해서 무척 궁금했다. 맥도널드를 나와 바로 옆 길건너에 있는 ABC스토어를 가보았다.


뜨악! 아! 살인적인 물가라는 게 이런 뜻이구나!!  


놀라운 물가는 나의 용기를 부추겼다. 차를 끌고 코스트 코를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스트코를 가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과 질이 훨씬 좋은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는 희망과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하와이 코스트코는 꼭 가야 한다는 여러 너튜브 말을 믿고 정말 싸고 저렴한 줄 알았다. 한국에서 미리 코스트코 카드도 만들었다. 이사한 뒤 없는 시간을 쪼개 힘들게 만들었다. 게다, 한국에서 코스트코 고기는 최상이다. 미국 코스트코에 파는 고기는 더욱 육즙이 살아 있겠지라는 기대와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니 더욱 저렴할 수도 있다는 착각으로 피곤함을 이끌고 코스트코로 향했다.  


20분 남짓 거리를 거북이처럼 기어가듯 운전을 하는 사이 아이는 뒷 자석에서 떡 실신이 되어 있었다. 9~10시간 비행에, 시차까지 겹쳐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제일 급한 물부터 두 박스, 그리고 대충 그날 저녁에 먹을 음식을 카트에 담기 시작했다. 고기, 과일, 올리브오일등 딱 필요한 것만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400불이 넘는 계산서를 보는 순간 심장이 헉 하고 멎었다. 환율이 1400원을 육박하니 도대체 얼마라는 이야기야? 두 눈만 껌벅 껌벅인체 카드를 내밀었다.



망고, 고기, 먹을것 대충.




숙소에 이어 다시 난 폭망했다.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이를 어째~





이것도 한조각의 추억으로 내 삶의 일부로 남겠지.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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