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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Jul 19. 2024

하와이 ESTA 비자받기

비자 신청 직접 했어요.

이사준비와 동시에 하와이 출국 준비도 해야 했다. 이사도 이사지만 느닷없이 하와이 한 달 살기라..


옆에서 남편이 이럴 때 한번 가는 거라며 부추긴다. 보아하니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가 보다. 경비 때문에 이리저리 망설이는 나를 보고 '어차피 방학 때, 여기 생활비, 학원비 합치면 그 돈이 그 돈일 거야' 라며 더욱 부추긴다.


문득 생각해 보니, 나 역시 하와이는 하와이고, 홀로 어딘가를 가거나, 있어 본 지가.... 없네.. 결혼 전 20년 전 뿐이네. 그는 틈틈이 혼자 한 달씩 쭉 자기 시간을 매번 가졌다. 베트남에서도 아이 한국어 때문에 아이와 내가 한국에 한 달씩 나와 있는 동안 그는 호찌민에서 홀로였다. 갑자기 그가 부럽다. 나도 온전히 나 홀로 한 달 정도 혼자이고 싶다. 남자들은 일정 기간 동굴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데, 난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굴 속에 자주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해방감!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 라지만 현실에 처한 '엄마'라는 입장에서 행방감과 자유는 보기도, 느끼기도, 만져보기도 매우 어렵다. 그 어려운걸 그는 일 년에 여러 번 자주 가진다. 출장도 자주 있고, 나와 아이가 이렇게 한 번씩 해외를 다녀오게 되면 그는 소파에서 뒹굴며 죽도록 사랑하는 티브이와 한 몸이 되어 그의 시간을 맘껏 누린다.


난 항상 아이와 함께다. 분신처럼 한 몸인 것 같다. 나를 보고, 나를 의지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아이 옆에서, 엄마인 내가 필요 없어지는 그 시점까지 옆에 잊어 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사춘기 때가 되면 그 시점이 온다는데.. 우리 집 중딩은 정확히 오락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친구와 어울릴 때만 나를 동네 지나가는 아줌마 정도로 여긴다. 그 외에는 아직도 여전히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특히 밥과 학교, 학원 라이딩!! 덕분에 부엌과 마트에서 벗어날 시간이 거의 없고, 잘 몰랐던 서울 지리를 조금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 아이가 하나이던, 둘이던 내가 엄마로서 감당해야 할 업무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쩔 땐 나의 존재감은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눈물이 갑자기 툭 터져 나오기도 한다. 젠장. 뒷바라지를 하는 아줌마라도 좀 럭셔리할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왠지 모르게 서글프다. 먹고, 자고, 청소하고, 라이딩하고, 요리하고, 마트를 다니며 사고 싶은 향초를 하나 살 수 있다는 만족감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삶이라. 젊었을 때 내가 그렸던 나의 모습과는 참으로 거리가 먼 나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게 현실 속 내가 사는 모습이라며 난 기어코 감사하는 마음을 끄집어낸다. 나를 위해서.  


그의 말대로 '이럴 때 안 가면 언제 가겠어?'라고 중얼거리며 20여 년 만에 혼자 하와이행 절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노트북을 펴고 이리저리 검색하다 삼천포로 빠져 하와이 관광지를 먼저 구경하기도 했지만,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차근차근 수첩에 적기 시작했다. 먼저 비자가 필요했다. 이리저리 인터넷을 검색해 본 뒤 비자신청하는 방법을 익히고 사이트에 들어가 혼자 열심히 빈칸을 채웠다. 무슨 칸이 그리도 많은지. 혹시 실수라도 할까 겁이 나 최소 5번 이상은 알파벳을 체크한 것 같다.


처음에 개인과 그룹으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선택 사항이 있었다. 혹시나 몰라 아이와 나는 따로따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때 까진 몰랐었는데, 일행이 여러 명인경우 그룹으로 비자 신청을 해도 되지만, 그룹 중 한 명이라도 비자 허가를 못 받게 되면 그룹 전체가 다시 신청해야 된다고 어디서 정보를 읽은 기억이 있다. 네이버 어디 블로그에서 읽은 듯하다.


먼저 신청하고 나니 이메일로 신청 접수 확인 이메일이 왔다. 접수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개인고유 번호도 왔다. 혹시나 싶어 전혀 출력할 필요도 없는 접수확인메일을 출력하고 아이 것을 신청했다. 아이 것 역시 한 자 한 자 천천히 키보드를 두들기며 차근차근 빈칸을 채웠다. 역시 접수 확인 이메일을 받았고 아이 것도 출력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하는 서류 작업이다 보니 혹시나 실수할까, 철저하게 준비를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쓸데없는 모든 서류를 출력했다. 요즘은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데, 난 여전히 이 종이 조가리가 더 믿음이 간다.


비자 신청 후 하루나 이틀은 걸린다는 말에 기다렸다. 그런데 오잉? 2시간 정도 후에 바로 비자확정 이메일을 받았다. 아이 것도 함께 받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남편에게 의지 하지 않고 스스로 한건을 해치웠다. 이 뿌듯함 어쩌지? 설레는 마음에 남편에게 맘껏 자랑했더니, 그가 툭하고 던진 말.


" 이거 확인 이메일은 왜 다 출력했어?, 이거 필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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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른다. 아니 곰탱이 같은 그는 알리 없다. 그가 없이, 나와 아이가 단둘이 떠나는 일정 속에 내가 얼마나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백만 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 서류 작업을 했고, 그것도 실수 없이 했다는 것을. 그래서 한 번에 받은 비자 서류 덕분에 내가 혼자 좀 벅차올랐다는 것을.


하와이 비자를 받는 것이, 스스로 여행 준비를 하는 데 있어 처음 시작한 절차 중 첫 번째였다.


https://esta.cbp.dhs.gov/


비자 신청 여기서 하시면 돼요~~~~.

비용은 21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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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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