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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현 Oct 15. 2021

HOW > WHERE > WHAT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

공간이 주는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공간은 정체성이다. 건축가이자 철학가이며 화가였던 르 코르뷔지에는 이렇게 말했다. 삶 자체가 하나의 건축이다.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고 만다. 전해지는 것은 사유뿐이다. 건축가는 시대의 생각을 남기는 사람이다.



CROSSROADS, Building the resilient city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일대에서 열리는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여러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주제전과 도시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글로벌 스튜디오, 게스트시티전, 서울전, 현장프로젝트가 진행된다.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은 프랑스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이며, 그는 이번 주제전과 도시전의 큐레이팅을 도맡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사람과 공간의 매개체인 '삶'을 '건축'으로써 풀어내며,  결국 어떻게(HOW)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닌, 어디에서(WHERE) 살 것인가, 즉 어떤(WHAT) 곳에서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고민하게끔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이들의 대답은 지속 가능한 도시(Resilient city)이다.


주제전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전은 '건축 X 인프라'라는 부제를 가지고 건축과 공학기술의 접목에 대해 고민한다. 인프라가 도시의 지속가능성(회복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건축이라는 행위가 도시에 적합한 인프라의 형태로 전환될 수 있을지, 건축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질문하기도 한다. 이는 지금까지 분리되어 온 건축과 공학기술의 융합을 모색하며 도시의 회복력, 지속가능성, 심미성에 대해 새롭게 도전함이다.


주제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작업물은 아래의 Circa Diem(시르카 디엠)이다.



상황의 한계로 작업물이 실제로 구현되지는 못했지만, 어떤 의도를 가진 작업물인지 천막 속의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해볼 수 있다.



사람이 생활을 함에 있어서 큰 영역을 차지하는 것은 '빛'이라고 생각한다. 일조권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시르카 디엠은 빛으로 형성된 패턴을 통해 하루 동안의 태양의 흐름을 묘사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필요한 양의 빛을 적시에 느끼게끔 한다. 그로써 '빛'이 결핍되지 않은 하루를 완성한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어떻게 보면 사람이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인 자연의 영역에 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제어하고자 도전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부분은 인간이 감히 도달할 수 없는 자연의 영역이 아닐까.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지속 가능한 도시라면, 이때 '지속 가능한(resilient)'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한 답을 내릴 필요가 있다.



도시전


도시전은 소주제 별로 진행되며, 지속 가능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공간인 도시와 도시에서 건축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탐구한다. 도시와 자연,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 지상과 지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연결고리를 강화함으로써 도시의 새로운 미래를 상상해본다.


지상/지하(ABOVE/BELOW)

유산/현대(HERITAGE/MODERN)

공예/디지털(CRAFT/DIGITAL)

자연/인공(NATURAL/ ARTIFICIAL)

안전/위험(SAFE/RISK)


개인적으로 도시전은 주제전에 비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전문적이고 깊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이를 접하는 관객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불가피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비엔날레가 주제를 풀어내는 서사에 대해서 만족한다. 관객 동선의 시작을 주제전으로 하며 한국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은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지닌 주제와 그를 논하는 방법을 보다 다양하게 나타냈고, 도시전으로 이어지며 다섯 가지 소주제를 통해 관객과 더욱 상호작용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주제전이 비엔날레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 사실 100퍼센트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다.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않은 채로 받아들이기에는 작품들이 품고 있는 의미들이 어렵기도 했고, 작품들의 설명을 읽고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작품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어떤 내용을 받아들이고, 어떤 내용은 넘길지에 대해서 결정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며, 이 또한 전시의 의도라 생각한다.






회귀(回歸)


HOW > WHERE > WHAT


어떻게가 아닌, 어디에서 살 것인가에 대해 답하고, 그것은 어떤 어디(도시)인지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정의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르 코르뷔지에의 말을 빌리자면, 건축가는 시대의 생각을 남기는 사람이다.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는 이 시대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RESILIENCE"라 답한다. 회복력 있는 도시. 그럼 여기서 우리는 어떤 도시가 과연 회복력이 있는 도시인지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보아야 한다.


크로스로드 전시에서는 회복력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분석한다. 이제 우리의 몫이다.


회복력 있는 도시, 내가 생각하는 RESILIENCE란?


내가 생각하는 회복력을 갖춘 도시는, 상생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시이다. 사람은 공간 속에서 생활하고, 이를 연결하는 매개체는 건축이다. 상생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시란, 이번 비엔날레 도시전에서 다루고 있는 FIVE CROSSROADS, 지상과 지하/유산과 현대/공예와 디지털/자연과 인공/안전과 위험이 상생하는 공간이라 여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Head in the Clouds(구름 속의 세계)이다.

 


궁극적으로 도시가 추구해 나가야 하는 방향은 자연으로의 회귀라고 생각한다. 니체의 영원회귀와 같이, 모든 것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뿌리로 돌아가야 함이다.


回, 돌아올 (회)


그대들이 세계라고 부르는 것. 그것은 우선 그대들에 의해 창조되어야 한다. 그 세계는 그대들의 이성, 그대들의 심상, 그대들의 사랑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대들 인식하는 자들이여, 그러면 그대들은 그대들의 행복에 도달하게 되리라!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회복력 있는 도시'는 자연으로의 완전한 회귀이기보다는 조화라고 말하는 편이 더 낫겠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이 의미를 '융합'이라는 단어로 풀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위의 Head in the Clouds(구름 속의 세계)가 이를 가장 잘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
- 안토니오 가우디


모든 건축물을 자연적으로 설계한 위대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는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 그의 자연주의 건축을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구엘공원과 같은 곳들이 그의 건축, 즉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매력적인 공간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그 건축이 만들어 낸 공간 속에 삶이 담겨있고, 시대가 담겨 있으며, 정체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의 몫이다.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가. 당신이 생각하는 Resilience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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