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인A Jan 12. 2023

나도 워킹맘의 자녀였다 5

그럼에도 나는 왜 엄마처럼 워킹맘이 되었는가

나와 비슷하게 바쁜 엄마의 자녀로 살았던 사람들 중에는 본인이 느꼈던 결핍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고 충분히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전업주부가 되길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 그리고 그 선택에 진심으로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그렇지만 나는 적어도 자의로는 내 일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아마 엄마를 향한 내 감정이 서운함만 있었다면 나도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전업주부를 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를 향한 감정은 서운함 뿐만이 아니었다.


일할 때 엄마는 부정할 수 없이 빛났다.


나는 진심으로 엄마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내주지 않고 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않아 서운했지만, 그럼에도 일을 그만두라고 말하지 못한 이유는 열정을 가진 일을 할 때 엄마가 부정할 수 없이 빛났기 때문이다.


엄마는 본인이 사명감을 가진 선교를 위해 본인에게 허락된 인생의 시간을 썼다.

나는 열정을 가진 일을 위해 ( 일이 비록 돈과 명예가 없는  일지라도) 여러 어려움 속에서 시간을 쪼개어 사는  여자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자랐고,  모습은 (심지어 내가 기독교를 혐오하던 시기에도) 인간  인간으로 경이로움이 드는 삶이었다.  과정에서 가족과 돈이 희생되었고 그것은 "비록"이라고 표현하기엔 너무도  것이었고 무엇보다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지만,  인생과 엄마의 인생을 별개로   있게  어느 시점 (아마도 중학교 3학년쯤)부터는 엄마는  인간으로서 "열심히 사는 용기 있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나에게 기억되고 있다.  


이렇듯 엄마에 대한 감정이 서운함만은 아니었기에

나 역시 한 여자로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

한 번도 아이를 키우는 일과 커리어 중에 하나만 택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물론 늘 조금씩은 타협하며 살아야겠지만 그럼에도 길이 있다고 믿으며 산다.


엄마가 했기에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나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는 나보다 더 잘할 거라고.

너는 곁에서 나의 시행착오를 다 봤으니 나보다 더 멋지게 살아갈 거라고.

작가의 이전글 나도 워킹맘의 자녀였다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