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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Jul 23. 2024

경험하는 삶

나를 지칭하는 용어로 자아라는 개념이 있는 데, 보통 사람들은 대개 하나의 자아를 갖고, 평생 동안 어루만지며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라 믿는 듯하다. 그러나 다양한 책을 통하여 얻는 지식으로는, 자아는 하나가 아니다. 자아는 두 개, 혹은 세 개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 데, 여기서는 두 개의 자아만을 우선 다뤄보도록 하겠다. 


소유냐 존재냐처럼 자아에는 기억하는 자아(자책하고 후회하고 기억하는)와 경험하는(현존하는 최선을 다하는, 집중하는) 자아가 한 사람의 내부에 공존한다. 그리고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를 분리하는 내적 기술(역량)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의 분리가 시대적으로 중요할까? 


표면적으로 나와 '뇌'를 분리시키는 작업을 하기 위함이 아닐까? 다른 말로 하면 메타 인지 능력을 활성화시키기 위함이기도 하고, 뇌의 편도체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에둘러 말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이런 상상을 많이 해왔다. '뇌'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하루의 시간을 보낸다면, 하루의 삶이 충만하지 않을까? 혹은 '뇌'의 능력을 120% 발휘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등등의 생각말이다.


하지만 일상을 되돌아보면, '뇌'는 삶 앞에 처리해야 할 급급한 문제를 해결하느라 '흥분한' 상태로, 생존에 급급한 의사 결정을 하며, 삶의 다양함과 그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경험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매번 한탄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런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후회와 자책이 일상인 삶 말이다. 이런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도 읽고 명상이라도 할라치면,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실에 집중하라는 충고를 듣는다. 과연 현실에 집중한다는 뜻은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는 것은 결국 오롯이 순간순간을 경험하는 훈련을 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결국 나와 '뇌'를 분리시켜, 아침마다 '뇌'를 깨끗이 정화함으로써 가능하다. 즉 뇌가 긴장하지 않도록, 그리고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샤워도 시키고 먹이도 주라는 의미와 같다. 나는 이렇게 경험하는 자아가 숨을 쉴 수 있게 삶에 있어서 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주로 모닝 페이퍼와 모닝 드로잉을 통해서다. 


크로키의 순간에 집중하고 오롯이 경험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뇌가 강직한 상태에서 유연한 상태로 바뀌는 것을 느낀다. '뇌'를 꺼내놓는 행위이고, 메타 인지 활동을 하는 순간이다. 나에게는 '뇌' 샤워 시간이다. 나는 이 순간이 너무 좋다. 그리고 이 순간이 너무 기다려진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순간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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