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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a May 08. 2020

#1 부활 찬송 Exsultet

<노래 Anthony Ray 촬영 Christian Amonson, 유튜브 https://youtu.be/RpgTKbCgwWQ>


교회음악가로 살면서 가장 정신없는 날을 꼽으라면 부활 성야 미사와 성탄 전야 미사가 있는 날이다.

3일 동안 10개가 넘는 미사와 전례 이런저런 행사 준비들에 숨 돌릴 틈 없는 날이니까... 

코로나가 휩쓴 세계에서 2020년 부활절은 그 어느 때 보다 고요하다.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그런 밤!


일상을 살았다면

오늘 밤 유향 냄새와 촛불 그림자 속에서 들었을 Exsultet.


Felix Culpa
오 복된 탓이여!

1년에 단 한번 들을 수 있다는 희소성 때문일까?

나는 Exsultet 이 그레고리안 성가가 참 좋다.


향 복사의 향 치는 소리,

사람들이 성가책을 넘기는 소리,

봉헌금을 찾으려고 동전 지갑을 뒤적뒤적하는 소리...

모든 것이 참 많이 그리운 이 밤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는 이때에도,

계절은 늘 스스로의 자리를 지키고,

하느님의 시간도 그렇게 흘러간다.


아담의 '복된' 탓처럼

하느님의 시간 안에 모든 순간이 이유가 있으니,

빠르게 흐르는 무빙워크 위에서 갑자기 내려선 듯,

'잠시 멈춤'의 시간이 어색하기만 한 이때에도

주님의 수난과 부활은 다시 내 안에 찾아왔다.


부활


이 멈춤의 시간이 지나고

욕심, 편협함, 이기심들을 덜어내고 조금씩 비워낸

내 안의 빈 무덤, 빈자리에

부활의 기쁨이 찾아와 주기를 소망한다.



부활 찬송 Exsultet


<부활 찬송 악보>


부활 찬송의  정확한 전례 용어는 Praeconium paschale(부활 찬송, 프레코니움 파스칼레)이지만,

라틴어 가사 Exsultet iam angelica turba caelorum의 첫 단어를 따서

흔히 'Exsultet(엑술텟)'이라고 한다.

Exsultet은 용약하라, 기뻐하라, 환호하라 라는 뜻이다.


재의 수요일에 시작해 40일간의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해가 지면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성야미사가 시작된다.

그 거룩한 미사의 시작은 '빛'이다.

시작이자 마침이시며, 어둠을 이긴 빛!

그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의미하는 부활초와 함께

신부님, 부제님, 복사들의 행렬이 한 발 한 발 캄캄한 성당 안으로 들어온다.


Lumen Christi
그리스도 우리의 빛 

그 빛은 노래 선율과 함께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어둠 속에 모두의 촛불이 밝혀지면 부활 찬송이 이어진다. 


용하여라, 하늘나라 천사들 무리.
환호하여라, 천상의 거룩한 영들아.
구원의 우렁찬 나팔 소리,
선포하여라, 위대한 임금의 승리.
땅도 기뻐하여라, 찬란한 광채 너를 비춘다.
영원하신 임금의 눈부신 광채로
이 세상의 온갖 어두움 모두 사라져 버렸네.
기뻐하여라, 어머니인 교회
부활하신 주님 빛이 가득한 교회.
백성의 드높은 찬양 노래 이 성당에서 울려 퍼진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마음을 드높이.
◎주님께 올립니다.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와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과 뜻을 다하여 소리 높여 찬양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옵니다.
외아드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영원하신 아버지께
아담의 빚을 갚으시고 거룩한 피로 옛 죄를 씻으셨나이다.
이 파스카 축제에서 참된 어린양 죽임을 당하시어
문설주에 바른 당신 피로 우리를 구원하셨나이다.
이 밤에
주님께서는 우리 조상 이스라엘의 자손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시어 홍해를 마른 발로 건너게 하셨나이다.
이 밤에 불기둥의 빛으로 죄악의 어두움을 몰아내셨나이다.
이 밤에 온 세상 어디서나 세속의 악습과 죄악의 어두움에서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을 구하시어 은총을 다시 주시고 거룩하게 하여 주셨나이다.
이 밤에 그리스도께서 죽음의 사슬을 끊고 부활하시어 저승에서 승리하여 오르셨나이다.
오, 놀라워라, 우리에게 베푸신 주님의 자비.
오, 크시어라, 우리에게 베푸신 주님의 사랑. 종을 속량하시려 아들을 내어 주셨네.
오, 참으로 필요했네, 아담이 지은 죄. 그리스도의 죽음이 그 죄를 없애셨네.
오, 복된 탓이어라!
그 탓으로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되었네.
이 밤은 거룩한 힘으로 모든 죄악을 몰아내고 모든 허물을 씻어 주네.
죄인들에게 깨끗함을 돌려주고 슬퍼하는 이들에게 기쁨을 찾아 주네.
오, 참으로 복된 밤, 하늘이 땅과 만나고 하느님이 사람과 결합된 밤!
거룩하신 아버지, 이 은총의 밤에 찬미의 저녁 제사를 받으소서.
거룩한 교회는 벌들이 만든 이 초를 봉사자의 손으로 장엄하게 바치며 아버지께 이 제사를 봉헌하나이다.
주님, 기도하오니
주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봉헌하는 이 촛불이 이 밤의 어두움을 물리치며 끊임없이 타오르게 하소서.
주님, 이 촛불을 향기로운 제물로 받아들이시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게 하소서.
이 불꽃, 샛별보다 빛나게 하소서.
결코 질 줄 모르는 빛나는 별이 되게 하소서.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님,
저승에서 부활하시어 온 인류를 밝게 비추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아멘.


Exsultet은


세상 창조부터 이집트 탈출, 광야의 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그리스도의 다시오심을 노래한다.


주님께서 홍해를 가르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땅에서 불러내신 '이 밤'

광야에서 불기둥으로 이스라엘을 비추던 '이 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혔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이 밤'


그리고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며 수천 년 전 어느 날을 지금 여기, 오늘로 다시금 기억하게 하는 '이 밤'


'이 밤'을 기억하게 하는 거룩하고 성대한 노래로 빛의 예식은 끝이 나고 부활 미사는 이어진다.


이 장엄한 순간을 기억한다면 어찌 부활 성야미사가 그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는 지금이기에 더욱 '그 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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