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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말보다 함께 가는 말이 합격을 만든다

토론면접, 말 잘하는 척은 통하지 않는다

by 김용진

면접관은 당신의 논리가 아니라 태도를 본다


나는 지금까지 민간기업과 공공조직에서 수백 명의 면접관을 교육해왔다.
그런데 면접장에서 늘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지원자들은 준비해온 말을 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면접관들은 그 말이 아니라 그 말이 ‘어떻게’ 나오는가를 본다.

특히, 토론면접은 ‘누가 옳은가’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라,
‘누가 함께 생각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자리다.


Ⅰ. 말 잘하는 지원자보다 ‘함께 생각하는 지원자’


면접관 교육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있다.
“면접은 발표대회가 아닙니다.”

토론면접에서 ‘논리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꼭 높은 점수를 받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함께 문제를 풀어가려는 태도가 훨씬 높은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주제가 ‘국립공원 내 탐방객 수 제한’이라면
지원자 대부분이 ‘환경보호’와 ‘경제활성화’의 균형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면접관들이 메모하는 지원자는 따로 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제가 보전 측면을 강조했는데, 방금 ○○님 의견을 듣고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부분이 이해됐습니다.
두 관점을 병행하려면 예약제 방식이 대안이 될 수도 있겠네요.”


이 한 문장이 협업의 언어다.
면접관은 “이 사람은 논리적으로 완벽하진 않아도, 함께 일할 수 있겠구나”라고 판단한다.

결국 면접에서 점수를 올리는 건 논리보다 관계적 태도다.


Ⅱ. ‘공감 후 전환’이 가장 높은 점수


나는 실제 면접 현장에서 피드백을 할 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당신의 의견이 틀린 게 아닙니다.
다만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 주장만 했다는 점이 감점입니다.”


토론면접은 논쟁이 아니라 협업이다.
상대의 말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때 높은 점수를 받는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말씀하신 접근성 부분 정말 중요합니다.
다만 생태 훼손이 누적되면 결국 탐방객 경험 자체도 떨어지기 때문에,
저는 단계적 제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감 → 전환 → 대안"
이 3단 구조는 면접관이 가장 선호하는 답변 패턴이다.

공감을 통해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은 팀플레이형 인재로 보인다.

면접관은 토론 중에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지원자가 우리 조직 회의에 들어왔을 때 어떤 사람이 될까?’
공감은 설득의 기술이 아니라, 함께 일할 수 있는 신호다.


Ⅲ. 면접관은 조용한 리더를 알아본다


면접관 교육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이 나온다.
“말을 많이 안 해도 합격하나요?”


내 대답은 단호하다.
“그렇습니다.
말의 양이 아니라 토론의 질을 높인 사람이 합격합니다.”


실제 공단 면접에서는 이런 장면이 자주 있다.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며 주장을 주고받는 가운데,
한 지원자가 조용히 말한다.


“정리해보면, 지금 세 분의 의견이 보전·이용·지역상생 세 가지 방향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


면접관들은 이런 순간에 밑줄을 그으며 메모한다.
‘조정자’, ‘균형감 있는 사고’, ‘협업 가능’.

그 사람은 말의 중심이 아니라 대화의 중심에 선다.

리더십은 주도권을 쥐는 게 아니라
대화를 조율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조용한 리더는 조직 안에서도 가장 오래 성장한다.


Ⅳ. 토론면접 준비는 ‘말하기 연습’이 아니라 ‘사고 정리 연습’


많은 지원자들이 토론면접을 앞두고 스피치 연습만 한다.
하지만 면접관은 유창한 말보다 ‘생각의 구조’를 본다.


준비는 단순하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음 세 문장으로 정리해보라.

나의 입장

근거 하나

현실적 대안


예를 들어
“탐방객 수 제한은 생태 보전과 안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정책입니다.
근거는 탐방로 훼손률과 인명사고 통계이며,
대안은 계절별 예약제 도입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핵심이 명확하고, 주장이 간결하다.
이런 구조를 익혀두면 어떤 주제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반드시 상대 발언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라.
면접관은 그 메모 습관 하나로 당신의 태도를 읽는다.

“이 사람은 대화를 귀하게 여긴다.”

그게 바로 공공기관이 원하는 인재의 첫 번째 조건이다.


Ⅴ. 면접은 평가가 아니라 리허설이다


면접장 안에서 당신은 평가받고 있는 것처럼 느끼겠지만,
면접관의 눈에는 당신이 ‘조직의 일원으로 시뮬레이션 중’인 사람으로 보인다.

토론면접은 실제 업무회의의 리허설이다.

그래서 정답은 없다.

대신 태도는 있다.


면접관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평가 기준은 이것이다.

말의 논리가 아니라 태도의 균형

경쟁이 아니라 협력의 자세

지식보다 사고의 유연성


나는 면접관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원자가 토론 중에 ‘같이 생각하자’는 말을 한 번이라도 한다면, 그 사람은 통과시켜라.”


그 한마디에
그의 조직관, 협업관, 문제해결력, 리더십이 모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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