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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징전 Jul 09. 2020

일 년 전 베이징의 추억

마지막 여행이 아니길

2019년 6월은 내 인생에서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한 달이다.

6월 초, 나는 10살인 아들과 베이징으로 역사 투어 여행을 떠났다. 아직 어리지만 역사책에 등장하는 중국 역사적 유물이나 장소를 직접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에 데리고 떠난 여행이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베이징의 유명 명소는 모두 찾아다녔고, 그중 자금성은 땡볕에 그늘이 없어서 아들이 유독 힘들어했던 장소였는데 지나고 보니 이때 더위에 지친 아들에게  줄 얼음물을 찾으러 다니던 기억이 가장 남는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들과의 마지막 여행이 되어버린 베이징 여행이 자꾸 떠오른다.

자금성을 사진으로 보는 것도 나를 힘들게 한다.

왜냐고?

남편과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6월 말 아들은 아빠에게 갔고 그 이후 1년 동안 나는 아들을 보지 못했다.

2019년 아들이 떠나기 이틀 전 아들은 나의 생일이라고 자신이 손수 포장한 선물과 카드를 주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될 줄 나도 아들도 몰랐다.

어리지만 아들이라고 남자답고 듬직하다고 느낄 만큼 나에게는 늘 애교 많은 최고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아빠에게 가고 나서 아들은 나를 악마로 생각한다.

아들이 엄마를 거부하게 만든 주범인 아빠라는 사람에게 가지는 분노와 울분이 나를 힘들게 한다.

왜 내 아들에게 이런 아픔을 줬냐고 아무도 듣지 않는 허공에 소리도 질러본다.


난 기도한다.

아들이 나와 함께 한 베이징의 추억을 한 번만 생각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때 우리가 베이징에서 봤던 것, 먹었던 거, 느꼈던 거를 잊지 말아 달라고.

엄마가 아들에게 준 선물 같은 여행이었던 우리의 베이징 여행을 기억해 달라고.


2020년 6월, 이틀 전 일 년 만에 우연히 아들을 마주쳤다.

너무 당황해서 내 아들인데 아들 이름을 부르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 10년을 키운 아들인데 고작 1년을 떨어져 지냈다고 이렇게 어색할 수 있을까...

용기 내어 이름을 불렀다. 내 목소리를 듣고 아들도 놀랬는지 순간 멈칫하더니 금세 등을 돌려버리고 쌩하니 가 버렸다.


아들을 생각하면 중국의 문화 대혁명 시절 홍위병이 떠오른다.

마오쩌둥은 당시 어린 학생들로 홍위병을 만들고 자신의 이념을 주입시켜 문화 혁명을 추진한다. 그때의 기록물을 보면 홍위병의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지식인 부모도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죄책 감 없이 폭력을 행사한다. 어린아이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마오쩌둥은 그들이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부모를 공격하게끔 만든다. 홍위병에 가담한 아이들 부모 마음은 찢어지게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지금 나의 아들이 나에게 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는 총으로 나를 공격하는 것만 같다. 마치 홍위병의 어린 학생이 자신의 부모를 공격하면서 자신이 믿는 신념이 정답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아들은 중국의 과거 역사 속 모습을 재현한다.

어떤 날은 다른 누구보다 내 아들의 공격에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래도 부모이기에 너그러이 용서의 마음을 가지고 받아줄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아들과 일 년 전 베이징 여행이 왠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자금성으로 들어가기 전 천안문 광장 중앙에 걸려있는 마오쩌둥이 마치 아들을 현실판 홍위병으로 조정하고만 있는 거 같아서 등골이 오싹하다.


베이징의 여행이 아들과 나의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들을 만나면 다시 베이징으로 떠나고 싶다.

천안문의 마오쩌둥을 아들과 다시 한번 보고 우리의 지나간 얘기들을 진솔하게 해 보고 싶다.

2020년 6월 내 생일을 앞두고 나의 작은 소망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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