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은 더 좋아서
엄지 손가락으로 핸드폰 화면을 톡톡 두드린다. 자물쇠가 열렸다. 잠시 고민하다… 엄지 손가락을 아래서 위로 쓸어 올린다. 화면이 띄워지자 일사불란하게 다음페이지로 넘기는 것과 동시에 시선은 왼쪽 하단을 향한다. 작고 네모 둥글한 하얀색 바탕에 연필을 손으로 쥐고 있는 듯해 보이는 흘림체 b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려본다. 1초, 2초 3초. 숨을 고른다. 결심에 찬 듯 한 엄지손가락이 가리고 있던 그 b를 누른다. 엄지 손가락의 터치감이 느껴지기도 전에 두 눈동자는 오른쪽 상단 미니멀한 종모양이 위치한 곳으로 향한다. 손의 움직임보다 눈의 움직임이 빠르다. 뇌에서 멀어질수록 신경전달물질이 더 늦게 도달한다는 그 미세한 차이를 이번 기회에 느껴본다.
손보다 빠른 눈으로 종모양 옆에, 아니 정확히는 종의 오른쪽 상단에 하늘색 점이 찍혀있는지 확인한다. 하늘색 점이 눈을 통해 뇌의 시신경에 전달되면 도파민이 마구 나오나 보다. 그렇게 기분이 좋고 마음이 설렐 수가 없다. 막 연애를 시작했을 때, 그때 느끼는 감정이 이런 것들이었을까. 이 순간을 그냥 넘길 수 없기에 잠시 머물러 몽골몽골, 간질간질한 마음을 느껴본다. 이렇게 몇 초간 브런치스토리 메인페이지에 머물러 있다가 드디어 그 종모양을 터치해 본다.
****님이 라이킷했습니다.
@@@@@님이 라이킷했습니다.
$$@##님이 라이킷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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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댓글을 남겼습니다.
!@#$님이 라이킷했습니다.
소중한 라이킷과 댓글의 리스트를 한줄한줄 눈에 담아본다. 하늘색 글자의 작가명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하늘색이 이렇게나 마음을 간지럽히는 색이었었나.
가만히 상상해 본다. 이름 모를 누군가 내가 쓴 글의 제목을 클릭한다. 살곰살곰 내리며 글자들을 읽어 내려간다.(때론 다시 글을 위로 올리기도 하겠지만…) 어떠한 마음이 일렁이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수고를 들여 왼쪽 아래 검은 하트를 누른다. 마음이 더 일렁인다면 오른쪽 아래 말풍선을 눌러 더 큰 수고를 들여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본다.
나의 말이, 생각이, 마음이 글을 통해 누군가의 눈에 가 닿았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 하트를 누르게 하고 손가락을 움직여 화답하게 했다는 것이 참으로 위대한 일을 해 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은 혼자 쓰는 것이지만, 쓰고 있는 지금 혼자가 아니라 ‘이름 모를 누군가’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만 같다. 따뜻하고 든든하다. 슈퍼 우주 에너지 파워업이 되는 느낌이다.
‘이름 모를 누군가’분들께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쓴 것이다.
내가 누르는 하트와
내가 남기는 댓글도
‘이름 모를 누군가’분들께
힘이 되고 응원이 되기를…
우리가 이렇게 연결되어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