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자리, 땅땅땅
연애가 싫었어.
그런데 우리가 하고 있는 건 연애가 아니라 사랑이었네.
날이 추울 땐 사탕을 입에서 굴리며 산책한다.
그냥 하늘을 올려다보면 항상 오리온자리가 있었다.
오리온자리만 보면 읊조리는 아홉 개의 음절.
하낫, 둘
땅땅땅,
하나, 둘.
가장 밝게 빛나는 오리온자리는 겨울철 별자리. 착각은 아니고, 실제로 오리온자리는 일등성 두 개와 이등성 다섯 개를 갖고 있다. 오리온은 달의 신 아르테미스의 연인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고 잊을 수 없는 사랑. 인간과 신의 사랑은 고전 서사의 원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어떻게 말하면 클리셰인가. 다들 반대하는 이유는 알지만 몰라.
바람둥이 같은 오리온이 좋아 순결 맹세를 저버리려는 아르테미스가 못마땅했던 쌍둥이 오빠 아폴론은 활쏘기 내기를 한다. 저 멀리 있는 금색 물체를 맞히지 못할 것이라고 도발하자 아르테미스는 보란 듯이 활을 쏴 명중시킨다. 아폴론이 오리온을 죽이려고 보낸 게 전갈이라는 설도 있다. 전갈자리와 오리온자리는 보이는 시기가 겹치지 않는다. 오리온을 사랑하는 나는 하필 전갈자리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죽이는 건 어떤 감정일까.
어렸을 때는 그리스로마신화 만화책을 즐겨봤지. 옛날 사람들이 별자리를 생각하는 걸 보며 그들을 비웃었다. 별 몇 개를 보고 대체 어떤 형상이 보이나 싶은 거지.
"끼워 맞춘 거 아냐?"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그래도 달라진 건 조금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거다. 만들어진 빛이 가득한 지금보다야 캄캄했던, 온통 검은 밤에는 불과 별만이 빛났을텐데 그것들을 그리며 생각했겠지,
우리는 하루의 끝에 사람 없는 길을 걸었다.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는 오리온. 가끔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들어 생각 없이 달린다. 찬바람이 불어 볼이 차갑고 입김 때문에 얼굴이 촉촉해진다.
날이 추워서, 달리면 입에서 피 맛이 난다. 그가 건네준 사탕은 볼이 얼듯이 차갑지만 먹다 보면 달달하다.
날이 추워 사탕은 입천장과 볼 안쪽에 달라붙는다.
걷다 보니 얼굴이 시려서 마스크를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막대를 분리하려고 어금니로 깨물어 본다. 대개 타원 두 개와 조금 둥근 삼각형 하나로 부서진다. 가로등 빛이 비치면 광물처럼 반짝인다. 겨울철 대삼각형 같다. 억지인가. 그래도 옛날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것. 내 오리온은 너인가. 죽이진 않고 괴롭힐게.
오리온자리만 보면 전화를 건다.
하낫, 둘
땅땅땅
하나, 둘
"여보세요?"
겨울맛 사탕은 바스락거린다.
단 맛이 나는 반짝이는 사랑 아홉 개.
오리온은 겨울맛이 나는 사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