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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ul 07. 2021

여행이 가르쳐 준 것들

대학생으로써 93일간 천만원 이상을 여행에 쓰며 느낀 점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천만원, 그리고 세달. 내가 지금까지 18,19년도 여름방학에 여행하면서 쓴 돈과 시간이다. 그리고 이 여행경비와 계획들을 위해 쓴 시간들까지 하면, 내가 느끼기엔 난 정말 여행에 전부를 걸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의 것들을 아끼지 않고 투입했다.



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흔히 말하는 금수저는 아니다. 돈이 남아돌아서 이렇게 매 방학마다 해외여행을 가려고 하는게 아니다. 100프로 내가 벌어 간 여행은 아니지만, 경비의 꽤 많은 부분을 스스로 알바를 통해 충당해야만 했고, 여행 외의 다른 것들을 많이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였다. 이와 별개로 여행을 위해 여러 유혹적인 요소도 포기해야 했다. 이 돈과 시간들이 있으면 다른 멋진것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안다. 고액 과외를 받아 내 언어 실력을 늘릴 수도 있고, 1:1 피티를 받아도 일년이 넘는 기간을, 맛있는 음식들을 수십번 넘게 사먹을 수도 있는 금액이다. 이런 기회적인 측면을 포기하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 이상 여행은 분명히, 나에게 의미있는 가르침을 주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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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에서 배운건, 다양성에 대한 부분이였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한국에 있는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나' 라는 사람이 맞닥뜨리고 있는 사회는 한정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와중에 나는 성격적으로 붙임성도 없어서 어디 가서 쉽게 말도 잘 못 건다. 이러다 보니까 늘 만나는 사람, 그리고 하는 행동이 늘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늘 막혀있는 느낌이 든다.



좁은 의미의 여행은 그저 여행지 자체를 구경하는 것 이겠지만, 넓은 의미의 여행은 한국을 떠나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느끼는 과정속에 있는 모든 배움들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한국의 대학생인 나와, 칠레의 심리학 선생님인 pamela는 살아온 배경도 완전히 다르고 문화적인 부분도 생판 다르기에, 조금만 이야기 해봐도 다름에 대해 금방 캐치해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인 나와, 네덜란드 대학생인 이란인 faraz도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혹은 주관들이 깨져나감을 금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속에서 배우는 교훈은 절대로 돈이나 다른 가치들에 견줄 수 없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 시야가 넓어진다고들 말하는게 아마 이 뜻일 것이다. 다양성을 이해하려고 드는 과정속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편협하고 좁은 사람인지를 깨닫고 발전하려고 하는것, 결국엔 여행은 조금 더 넓은 사고를 위한 일종의 과정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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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행한 15개국 가운데, 가장 최근 여행한 국가들인 멕시코와 쿠바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부각되는 나라들 이였다. 한국인, 아니 동양인 자체가 적었고 정말 전 세계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우러져있었다.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에게 배운 점도 정말 많았고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도 할 수 있었기에 그 자체로 너무 좋았다. 정말 어디를 여행하더라도, 볼거리와 자연 경관, 맛있는 음식들 까지도 모두 갖춘 이런 완벽한 나라가 없다. 특히 멕시코는 세계여행 하시는 분들한테 여쭤봐도 정말 늘 순위권에 낄 정도로, 누가 여행해도 다 만족할만큼 호불호가 없는 나라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코로나가 한창인 이 시점에서, 올해까지는 섣불리 여행하기 어려울 것만 같다. 가까운 국내여행 정도는 조심히 다녀오면 되겠지만, 해외여행은 쉽지 않을 듯 하다. 함부러 다녀오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기에.. 그렇기에 18년도, 19년도의 여행을 늘 그리워하며 살 것만 같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마스크를 벗어 던진 뒤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그런 날이 얼른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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