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뉴욕여행 후기
기록을 위해 남겨본다.나는 혼자 여행하면서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현상들을 관찰하고, 내가 알고 있던 기존의 생각을 그 현상에 끼워 맞추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내용이 주가 될 예정이다.
- 신체적 스펙에 대한 생각
한국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나보다 키가 큰 여자는 하루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데(내 키 176) 뉴욕에서는 1분에 한 번씩 마주쳤다. 남자들은 더 큰 것 같음. 모든 사람들이 길 걸어 다닐 때 완전 정자세로 다니는 게 아니다 보니까, 내가 광배에 힘주고 목 최대한 빼면 177~179 이 구간까지는 내가 이길 수 있는데 이건 그냥 게임이 안된다고 느꼈다. 남자든 여자든 정말 컸다...
내가 지금까지 가본 나라 중에 제일 컸던 나라는 단연 네덜란드였는데(남자 평균 키 184인 나라) 그다음은 단연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0.98 네덜란드쯤은 되는 것 같다. 거의 비슷했음). 추측하건대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정착해서 자식들을 낳아 기른 곳이 뉴욕이니까, 그 영향이 분명 있을 것 같음.
키뿐만 아니라 골격도 컸다. 뼈대가 얇으면 길고, 두꺼우면 짧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깨짐. 두껍고 길었다.
- 스몰톡에 대한 생각
나는 젠하이저라는 브랜드의 헤드폰을 쓰고 있는데, 좋은 헤드폰이지만 소니, 애플, 보스, 마샬에 비해서 인지도와 점유율이 낮은 브랜드이다. 내 경험치에 따르면 사람들 95퍼는 위 4개 회사의 헤드폰을 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뭔 헤드폰을 끼고 다니는지 관심도 없겠지만) 그래도 대중적으로 잘 안 쓰는 회사의 헤드폰을 차고 다니다 보니까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6개월 정도 썼는데 한국에서는 한 명도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본 경우가 없었다.
신기한 헤드폰 발견 -> 저거 뭐지? -> 인터넷 검색 or 그냥 그런가 보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함. 나도 그렇고.
미국은 이런 프로세스가 아닐까 함.
신기한 헤드폰 발견 -> (무의식적으로) 저거 뭐지 -> 저거 뭐예요?
이런 별거 아닌 일들로 스몰톡이 자주 이뤄짐. 베이글 가게에서 줄 서면서, 공원 벤치, 카페, 식당 할 것 없이 모든 공간에서 스몰톡이 정말 쉽게 이뤄진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그들의 영역으로 쉽게 들어가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 자켓을 칭찬하면서 스몰톡 하는 사람도 있었고 여러 번이었다. 정말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말속에는 그간 그 사람이 겪어왔던 경험치와 그 사람의 시각이 고스란히 들어있고, 결국 대화라는 건(특히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경험치와 경험치의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기존의 관습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시각을 빚어내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모르는 사람 사이의 대화를 통해 다양성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 같음. 재밌다.
-인종에 대한 생각
뉴욕 여행은 인종 간에 발생하는 격차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월스트리트나 소호, 그리니치 빌리지, 첼시 같은 부촌에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순수 혈통의 미국인이었다고 생각된다.(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확연히 차이 났다.)
반대로 패스트푸드, 식당 홀, 청소, 공항 같은 육체적으로 힘든 일들에는 아시안이나 히스패닉, 흑인들이 많았다. 인종적으로 백인이 다른 인종에 비해 훨씬 더 똑똑하고 더 많이 노력하기 때문에 더 보수가 높고,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우니까.. 내가 생각한 결론은
노예제도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지만 그 이전에 백인이 누리고 있던 문화나 경제적인 부분은 후대로 계속 답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더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고, 그들에게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더 많은 돈을 물려주고 있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