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뉴욕여행 후기
나는 어떤 여행지를 갈 때마다, 그곳에 사는 현지 사람들과 꼭 소통하고자 한다. 랜드마크는 크게 관심 없다. 남들 다 가는 전망대도 왜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안 간다. 그래서 이번에 뉴욕에 3주나 있었음에도 전망대는 거들떠도 안 봤다. 그런 여행 방식보다는 현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먹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지 지켜보고, 그들과 대화하며 내 사고를 확장하고 싶다. 이게 내가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된 내 여행 방식이고, 앞으로의 여행에 있어서도 내 여행 스타일을 절대적으로 고수할 예정이다(다른 동행이 없다면).
랜드마크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고, 지역을 관광하는 데에 주 목적을 둔 사람들은, 혹은 패키지 여행을 통해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 여행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동의한다. 이런 부분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타인의 생각을 들을 필요 없이 본인이 추구하는 여행 스타일대로 여행하면 된다.
여행에 있어서는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 상대방에게는 오답일 수밖에 없다. 본인이 판단하고 결정하지 않은 선택은 늘 후회가 남는다. 그러니 타인에게 휘둘리지 말고 본인의 주관으로 여행 코스를 결정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어느 여행지를 여행하든 상관없이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여행을 다채롭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이전까지 돈과 영어,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요소라고 나는 믿어왔다. 돈이 있어야 누릴 수 있는 것들의 범위 자체가 넓어질 것이고, 영어는 세계 어디를 가든 써먹을 수 있으니까.
요즘 들어 생각이 바뀌었다. 여행 경비 많이 가져가면 더 좋고, 영어 잘 하면 더 다채로운 여행할 수 있는 것 또한 맞는데, '오픈 마인드'를 가진 게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움 앞에서 내 편협한 사고방식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과 삶의 태도 또한 존중해 줄 수 있는 것.
특히 뉴욕 같은 경우에는 다인종, 다문화의 끝을 달리고 있는 지역이다 보니 이런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고 본인의 사고방식에만 집착한다면-세상에서 물가 제일 비싼 뉴욕에서 건질 것 하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기간 여행했지만,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알려준 뉴욕을 많이 그리워할 것 같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시간 내서 다시 가보는 게 목표인데,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또 현생을 열심히 살 예정이다. 그동안 봐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리며, 내가 좋아하는 문구로 뉴욕 여행기를 마무리해보려 한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