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고마워서 하는 말이야
아직도 기억나. 열일곱 살 생일.
네가 첨으로 날 집에 초대한 날.
비가 무진장 쏟아졌는데,
초행길에 한 손엔 우산, 다른 한 손엔 배터리 나간 휴대폰을 쥔 채 길을 잃었어.
엄마가 연락이 안 되어 걱정하셨나 봐.
너한테 전화도 하셨었다며.
난 것도 모르고 헤매고 헤매다 겨우 도착했잖아.
비에 홀딱 젖어서는, 휴- 한 숨 돌리고 초인종을 눌렀는데.
"··· ···"
묵묵부답인 거야. 흠.
못 들었나 싶어 다시 누르려니까,
달칵-
문이 열리고
네가 무언가 막 덕지덕지 묻은 새하얀 케이크를 들고 서있었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울먹이면서.
걱정했다고. 연락은 왜 안 되냐고.
근데 생일 축하한다고.
나 너무 놀라서 초를 후- 후- 불고는 그랬지.
"어.. 고.. 고마워, 내가 미안해..!!ㅠ"
새삼 진짜 애기들이었다 우리. 그치ㅋㅋ
그 케이크 네가 손수 만든 거라고.
케이크 처음 만들어 본다고 웃으면서 얘기했었는데.
그거, 보기보다 꽤나 맛났단 말이지ㅎ
또 기억나! 작년 이맘때.
내가 많이 힘들었을 때.
네가 물었잖아.
"우리 집 올래? 내가 집밥 해줄게!"
그래서 나 무작정 찾아갔었지.
이번엔 헤매지도 않고 말야.
너 그때 요리하는 뒷모습 사진 아직도 있어.
이것저것 넣어서 뚝딱뚝딱하더니
금세 볶음밥이랑 된장찌개랑~
별거 아니라고 되게 수줍어하면서 권했는데
나는 있지, 그때 그 한상이 너무 맛있어서, 따뜻해서
지금까지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그리고 오늘!
네게서 느닷없이
진짜 별일 없느냐고 연락이 온 거야.
각자 삶에 바빠 전만큼 왕래가 없던 요즘.
꿈에 내가 나왔다며, 잘 살고 있냐는 며칠 전 네 물음에
내가 잘 산다고, 안 그래도 나도 네 생각 종종 했는데 너도 잘 사냐고 답했었는데.
너는 그때 내 답변이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는지 오늘 또 연락을 해주었지.
이런저런 근황, 그러다 기분까지 털어놓으니
"거봐, 뭔가 아니면서 잘 지낸다 하는 것 같았다니까. 괜찮아?" 묻더라니까.
있지, 친구야.
난 궁금해!
너는 왜 그래?
왜 항상 거기에 있어?
왜 부르면 나오고, 안 부르면 부르고
가까워도 멀어도 늘 내 곁에 있어?
나는 진짜로.
너라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 감사해.
우리 미래가 기대가 돼.
약속해!
앞으로도 계속 그 자리에 있어줘.
나도 바로 거기, 네 옆에 있어.
기억해.
<3
- 골루미가 골루미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