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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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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Aug 25. 2021

친구야, 너는 왜 그래?

그냥, 내가 고마워서 하는 말이야

아직도 기억나. 열일곱 살 생일.

네가 첨으로 날 집에 초대한 날.


비가 무진장 쏟아졌는데,

초행길에 한 손엔 우산, 다른 한 손엔 배터리 나간 휴대폰을 쥔 채 길을 잃었어.


엄마가 연락이 안 되어 걱정하셨나 봐.

너한테 전화도 하셨었다며.


난 것도 모르고 헤매고 헤매다 겨우 도착했잖아.

비에 홀딱 젖어서는, 휴- 한 숨 돌리고 초인종을 눌렀는데.


"··· ···"

묵묵부답인 거야. 흠.

못 들었나 싶어 다시 누르려니까,

달칵-


문이 열리고

네가 무언가 막 덕지덕지 묻은 새하얀 케이크를 들고 서있었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울먹이면서.


걱정했다고. 연락은 왜 안 되냐고.

근데 생일 축하한다고.


나 너무 놀라서 초를 후- 후- 불고는 그랬지.

"어.. 고.. 고마워, 내가 미안해..!!ㅠ"


새삼 진짜 애기들이었다 우리. 그치ㅋㅋ

그 케이크 네가 손수 만든 거라고.

케이크 처음 만들어 본다고 웃으면서 얘기했었는데.

그거, 보기보다 꽤나 맛났단 말이지ㅎ




또 기억나! 작년 이맘때.

내가 많이 힘들었을 때.

네가 물었잖아.


"우리 집 올래? 내가 집밥 해줄게!"


그래서 나 무작정 찾아갔었지.

이번엔 헤매지도 않고 말야.


너 그때 요리하는 뒷모습 사진 아직도 있어.

이것저것 넣어서 뚝딱뚝딱하더니

금세 볶음밥이랑 된장찌개랑~


별거 아니라고 되게 수줍어하면서 권했는데

나는 있지, 그때 그 한상이 너무 맛있어서, 따뜻해서

지금까지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그리고 오늘!

네게서 느닷없이

진짜 별일 없느냐고 연락이 온 거야.


각자 삶에 바빠 전만큼 왕래가 없던 요즘.

꿈에 내가 나왔다며, 잘 살고 있냐는 며칠 전 네 물음에

내가 잘 산다고, 안 그래도 나도 네 생각 종종 했는데 너도 잘 사냐고 답했었는데.


너는 그때 내 답변이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는지 오늘 또 연락을 해주었지.

이런저런 근황, 그러다 기분까지 털어놓으니

"거봐, 뭔가 아니면서 잘 지낸다 하는 것 같았다니까. 괜찮아?" 묻더라니까.




있지, 친구야.

난 궁금해!


너는 왜 그래?

왜 항상 거기에 있어?

왜 부르면 나오고, 안 부르면 부르고

가까워도 멀어도 늘 내 곁에 있어?


나는 진짜로.

너라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 감사해.

우리 미래가 기대가 돼.


약속해!

앞으로도 계속 그 자리에 있어줘.

나도 바로 거기, 네 옆에 있어.

기억해.


<3



- 골루미가 골루미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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