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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Dec 29. 2023

나다운 꿈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무엇일지 뒤늦게나마 고민해 본다. 오랫동안 행복의 원천이라 믿었던 대기업이 갈수록 불행하게 해 당황스러운 요즘이다. 이래서 꿈은 좀 더 본질적이고 나다워야 하나 보다. 나다운 꿈, 꿔본 적이 없는 듯하다. 이상하다. 꿈만큼 남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이 또 없는데, 나한테는 꿈이 나답기가 제일 어렵다. 꿈이 뭔지 아직 잘 모르겠는데, 나다운 건 더 모르겠어서 그런가 보다. 갑자기 미안해진다. 제일 오래, 가까이 있던 내가 날 제일 몰라준다.



2023년 끝자락의 나는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을 동경하고 있다. 아는 동생은 열아홉 때부터 딱 한 가지 향수만을 고집하는데, 지금 눈앞에 없어도 특유의 향만으로 그녀가 자리에 왔다 갔음을 알아차릴 정도다. 회사 동료 하나는 스타벅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미국에 살면서 여행을 다닐 때마다 각 주의 시그니처 컵과 엽서를 사 모은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컵이 바뀌어 나는 그걸 보고 그녀의 여행 이야기를 묻곤 한다. 전에 사귀던 친구는 어느 이름 모를 외국 밴드의 광팬이라 콘서트도 빠짐없이 다니고 주변 친구들도 그걸 알아서 생일 때 앨범 커버를 딴 맞춤 제작 케이크를 선물로 받았다. 그때 그가 느낀 행복과 감사를 나도 덩달아 함께 느꼈다. 또 대외활동 때 만난 팀원은 자기 계발서 읽기가 취미라 수없이 책을 읽고 영감을 나눈다. 최근에는 독서 클럽을 열어 벌써 5기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언가에 흠뻑 빠져본 적이 없는 내게 그들의 취향이란 취미를 넘어 달란트다. 좋아하는 것만큼 잘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실은 알고 있다. 여태 남들이 옳다고 말하는 것, 성공이라, 행복이라 정의 내리고 따라가는 것을 뒤따라가느라 바빴다. 어느 날 정신없이 달리던 발을 멈추고 돌아보는데 지나온 길 위에 내가 없길래, 그저 행복하고 싶었을 뿐인데 낯설고 허탈해졌다. 그런 날 두고 한 친구는 자책하지 말고 가여워하는 맘을 대신 가지라고 일러준다. 내가 남들에게 그랬을 것처럼 말이다. 이미 속상할 텐데 그런 나마저 미워하면 더 아프지 않겠냐고.



취향은 스스로를 사랑할 때 나오는 자연스런 산물이다. 나에 대한 부단한 경청의 결과다. 날 얼마나 아끼면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 가운데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을 거듭하며 비로소 나의 일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 나다운 게 헷갈려서 꿈도 흐릿한 가여운 나에게 지금이나마 귀를 기울여 본다. 나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무얼 할 때 행복하고, 어떤 색깔이 내 눈에 제일 예쁘고, 누구와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무슨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더라. 틈틈이 고민하고 잊지 않고 기록도 해나가고 있다.


진정 행복한 사람은 대기업에 들어간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만끽하는 사람이었다. 나 본연을 알아서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들로 맘껏 마음을 채우며 사는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이 되려는 전환점에 있다고 믿는다. 지혜로운 방황으로 꽉 찬 청춘이길 기도한다. 집요한 탐구 끝에 저들과 나란히 나다운 나로 서길 소망한다.


위시미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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