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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열리 Dec 17. 2023

락, 락, 락

떨어진다는 건 어쩌면 부러운 일이다.

추락,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말 그대로 방향성이 있으니 말이다.

나락, 어디로도 갈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는 위치성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이전에 나는 스스로를 부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목적지도 의도도 없이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고 여기저기 떠가는 인생을 보낸다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냥 모르겠다.

이 느낌을 3차원의 세계에서 무엇에 빗대어 설명해야 할 지도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이해나 공감을 바라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고락, 괴로움과 즐거움이 함께하는 것이 한 인간의 삶이겠지만, 그리고 물론 현재의 내 일상도 그러하지만,

특정 에피소드가 인생이라는 긴 파노라마의 한 지점을 차지하는 것과 그 형태와 진행방향을 아는지의 여부와는 완전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눈이 펑펑 왔다. 쏟아지는 눈은 올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바람이 많이 불어 눈이 수평으로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부러웠다. 원래 가기로 정해진 길이 있었다는 게. 그리고 그 방향과 다르게 가고 있을 때 그 위화감을 감지할 수많은 이들이 있다는 게.


어처구니없지만 참으로 낭만적인 겨울밤의 버스에서 하염없이, 그렇게 애타게 건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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