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글즈 5를 보고
돌싱글즈 5를 우연치 않게 보게 되었다. 돌싱글즈는 2021년 7월 MBN을 통해 처음 방송이 되었다. 돌아온 싱글 남녀들의 100% 리얼 연애 관찰물이다. 얼마 전, 2024년 5월 시즌 5가 시작되었을만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연애 예능 시리즈다.
일반인들이 나와서 연애하는 프로그램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터라 굳이 보려 하지 않았었는데, 오늘 우연치 않게 시즌 5의 1화를 시청하게 되어 하루 종일 정주행을 했다. 주말에 읽어보려고 빌려놓은 책 두 권을 쌓아놓고 말이다.
배놔라 감놔라 감상평을 이야기하면서 함께 볼 수 있었던 동성의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긴 하다. 친구는 아니고 7살 어린 후배지만, 남자인 남편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그리고, 특히 그 친구는 아직 미혼인지라 더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것도 같다. 역시, 이래서 동성과의 대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돌싱글즈 시즌 5에는 MZ 남녀 8명(민성, 규덕, 규온, 종규, 혜경, 새봄, 수진, 세아)이 출연한다. 1회에서는 서로가 만나고, 다른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한 채, 이름만 알고 첫인상으로 맘에 드는 사람을 뽑는다. 그리고 1:1 대화를 신청해서 1시간의 대화 시간을 갖게 된다.
1회에서는 종규와 세아가 서로 첫인상으로 지목을 하고, 대화 시간도 갖는다. 나머지 출연진들은 어긋나거나, 왔다 갔다 한다고 해야 하나. 그러는 가운데 서로 간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대화 속에 무심코 담긴 심리싸움이 재미있었다. 물론 편집자의 의도와 방향성대로 끌고 가는 것이 있겠지만, 중독성 있게 정주행을 하게 만든다.
인상적이었던 건, 배경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서로 간에 호감만 가지고 대화를 하고 데이트를 한다는 점. 그리고, 정보공개를 통해 서로 하나씩 차근차근 알아간다는 것. 그 안에서 알게 되는 서로에 대한 정보를 통해 변해가는 관계들이었다.
나는 대학 때 교생실습을 나갔던 적이 있다. 그때 나를 담당해 주셨던 선생님께서는 실습을 시작하기 전, 나에게 단지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만을 알려주셨다. 시간이 흐르고 교생실습이 끝날 때가 되니, 선생님께서 내게 처음에 얼굴과 이름만 알려주신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
"학생들의 가정 형편이나, 성적을 알려주면 편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어서 그랬어요."
그랬다. 내가 아이들을 처음부터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대할까 봐 그러셨던 것. 그러고는, A라는 학생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B라는 학생이 공부를 제일 잘하며, C라는 학생은 부모님이 어떤 분들이시고, D라는 학생은 정신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등등.
내가 아이들을 대하며 어렴풋이 느꼈던 것과 같은 면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처음부터 아이들에 대한 그런 배경들을 세세히 알고 시작했다면, 교생실습을 하는 동안 과연 모든 아이들을 편견 없이 대할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공부 잘하는 학생 이름을 먼저 기억했을 수 있고, 정신적으로 치료를 받는다는 아이를 대하기가 무서웠을지도 모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를 불쌍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 이름만 대면 아는 집안의 아이에게 잘 보이려 하지는 않았을까.
다행히,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의 이름을 첫 출근하기 전에 다 외웠고, 실습을 하는 동안 모든 아이들과 서슴없이 이야기하려 노력했다. 모두를 공평하게 수업 시간에 참여시켰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었다. 누가 1등을 하는지, 누가 꼴찌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모두들, 교생인 나의 말을 잘 듣고 따라줬다.
다른 동료 교생들이, 선생님이 알려주셨다며 아이들에 대해 바삭하게 얘기하는 것이 내심 부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를 담당해 주셨던 선생님의 큰 뜻 덕분에 나는,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할 수 있었던 귀중한 기회를 얻었었다.
돌싱글즈 시즌 5에서는 출연자들의 정보를 '정보 공개의 방'에 들어가서 볼 수 있다. 원하는 사람의 정보 6가지(직업, 재산, 나이, 자녀 유무, 생활기록부, 건강 문진표) 중 하나를 선택해 볼 수도 있고, 보지 않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배경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사람만 보고도 데이트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 제일 처음 정보의 방에 들어간 출연자들이 가장 많이 본 것은 자녀 유무. 하지만, 아예 보지 않는 출연자도 있었다.
배경을 알지 못한 채의 만남. 배경을 알고 시작하는 만남. 그 둘의 차이는 많이 다른 결과를 낳는다. 오로지 사람만을 보고 시작한 호감이, 배경을 모두 알게 된 뒤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4화까지 정주행한 지금 상태에서 매우 기대가 된다.
내가 학생들의 배경을 교생실습을 하는 중간에 알게 되었더라면,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행동도 달라졌을까. 선생님의 큰 가르침을 얻고도, 과연 지금 나는 사람을 편견 없이 대하고 있을까. 돌아온 싱글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며! 오늘도, 잠깐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