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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Jul 09. 2023

계층 상승

2. 계층 상승을 전제로 교육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 여러분은 계층 상승을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치고 계신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는 속성이 있나보다. 나와 성향이 비슷하거나 남편의 직업이나 직위에 따라서 이합집산이 되었다. 근래는 달라졌지만 가부장제도의 기가 꺽이지 않았던 시절에는 그랬다. 나의 남편이 현역일 때 일차 동기생들이 어깨동무를 하였다. 또 아파트 통로에 동급의 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떨었다. 다음에는 상관의 댁으로 인사를 갔다. 자연스럽게 군인 가족들의 유대관계가 형성되면서 신분이 계층을 만들었다. 


  아파트 관리실 조경실장이 새로 왔다. 그는 군인의 작업복을 입고 다녔다. 싱거운 내가 질문을 했더니 예비역 소령 출신이었다. 이후 '초록은 동색(풀과 녹색은 같은 빛깔이라는 뜻으로서로 처지나 부류가 같은

사람들끼리 함께 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그에게 동질감이 들었다. 다른 주민들은 그와 인사는 커녕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만날 적마다 나의 손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등 서로 호의를 베풀었다. 


  군인의 신분상승은 진급이 전부다. 계층은 각기 속해 있는 곳에서 이루어져 있었고, 진급은 신분이 상승되면서 그 계층 속으로 흡수되었다. 남편이 직업군인이어서 군의 세계만 보았다. 현재는 딸이 공무원으로 복귀하여 누락된 승진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남편이 따주지 못한 저 하늘의 별을 딸은 거머쥐었으면 하는 발원이 크다. 육아로 동기들보다 두 해가 뒤쳐져진 형편이다. 그렇지만 딸은 최선을 다하며 이 순간에 충실하고 있다. 


  내 딸이 육아휴직 중일 때 우쿨렐레를 배우게 되었다.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 손가락 길이가 짧다는 핑계로 기타는 배우기를 중지하였는데, 나이가 많아질수록 악기를 잘 다루는 실력이 부러웠다. 야무지게 시작된 우쿨렐레 강좌는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손자의 상황에 따라서 결석으로 채웠다. 일주일에 한 번 출석하는 것만으로도 배우지 않는 것보다 좋은 효과가 있었다.


  어느날 손자가 우쿨렐레를 메고 기타주자가 하는 시늉을 했다. 손동작으로 봐서 전날 손자가 아파트 단지 밖의 공연장에서 기타치는 전문인의 모습을 보았던 모양이다. 교육은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것도 있지만 눈으로 보며 은연 중에 익히는 것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사실 우쿨렐레를 배우면서 손자에게 가르칠 의향도 있었다. 두 돌의 손자가 배우기엔 조금 빨랐다.


  아무튼 국가유공자 가족이자 경로층이어서 강사료가 100% 무료다. 배움의 장소도 아파트에서 몇 백 미터이니 무조건 배워야 하는 조건이었다. 금년에는 손녀까지 어린이집에 가는 좋은 조건임에도 강좌에 참여할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포기하기 전까지 수업에 참여하려고 갖은 지혜를 동원하였다. 동참하려고 노력해보다 악기를 벽장에 넣어버렸다.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 연습은 필히 동반되어야 한다. 필수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나는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유료보다 무료를 더 선호한다. 수업료를 낼 가치가 있다면 투자비도 아끼지 않는다. 재작년(2021년)부터 온라인으로 근력 운동을 무료로 배우며 활용 중이다. 근력운동은 배우면서 얻는 효과가 즉시 나타났다. 허리, 무릎이 좋지 않았으나 꾸준히 실행하였더니 자신감까지 상승했다. 내

나이에 뭘 배우냐고 부정적으로 대처했다면 이런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딸이 수시로 지적하며 가르쳐 주면 부끄럽기도 했지만 무조건 받아들였다.


  이런 생각은 자주 한다. 현재 나의 위치가 계층이고 신분이라고. 내가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니 사회제도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서서히 사람을 저울질 하던 잣대의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 독서가 나의 사고와 안목을 키우고 인품을 넉넉하게 만들어 주었다. 내 부모가 거울이었으면, 책은 풍부한 양식주었다. 편견 속에서 고정관념으로 배운 강압보다 2세와 3세에게는 보여주는 자율이었으면 좋겠다.  


  손자가 독서하는 내 모습을 자주 봤다. 이 녀석이 하루는 할머니가 보는 책이라며 잠자리 위에 갖다놓았다. 어른역할은 많은 말보다 묵묵히 보여주는 모습이 적절하다고 피력한다.     



사진 : 정 혜.

   

대문 사진 : 매미는 날아가고 허물만 남았다. 매미가 번데기 등을 뚫고 빠져나와서 그 흔적이 보인다. 

매미는 날개를 말린 뒤 비상한다.


아래 사진 : 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만난 매미와 허물.

 우화(羽化)를 마친 매미와 그의 전신이었던 허물이 옆에 있는 것으로 봐서 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매미는 손녀에게 설명한다고 손가락을 뻗어도 꼼짝하지 않았다.


매미를 보면서 부모의 역할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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