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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Aug 17. 2021

냥집사의 삶과 제로 웨이스트는 함께 할 수 있을까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찾아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에는 나와 함께 반려의 삶을 살아가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어서다. 내 삶으로 들어와 매일을 조금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해주는 고양이들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것은 반려인들의 공통된 마음일 테지. 하지만 반려 동물과 함께 하는 삶은 꽤 많은 양의 생활비뿐만 아니라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처음 고양이 입양을 고려했을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지속적인 수입이 필요하고 큰 지출이 나갈 수 있다는 것은 몇 번이나 복기해서 잘 알고 있었는데, 쓰레기도 두 배로 나온다는 사실은 키우면서야 알게 되었다.


한 달에 지속적으로 드는 지출에는 사료, 모래, 간식, 각종 영양제, 그리고 동물병원 비용 정도가 있는데, 어떤 사료를 먹이고 어떤 모래를 선택할지의 기준은 모든 집사들마다 다르고 그들의 입장에서 경제적 시간적 문제를 고려한 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는 입양 전부터 꾸준히 읽고 공부해왔던 다양한 서적과 기사 및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탕으로 습식 사료만 먹이는 편이 비용은 더 들어도 후에 올 수 있는 신장 쪽의 문제나, 음수량, 그리고 변의 냄새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식의 80-90%의 습식 사료, 불가피하게 오래 집을 비우거나 할 경우를 대비하고 놀이용으로 사용하는 10% 정도의 건식사료를 기본적으로 먹이고 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두부 모래는 선호도 문제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모래 유목민으로 살면서 다양한 벤토나이트와 대체적인 모래를 사용해보면서 정착한 몇 개의 모래 브랜드가 있다.


그리고, 매일 먹이는 습식 사료의 캔과 매일 캐는 감자와 맛동산의 양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사람만 살 때보다 훨씬 많이 드는 쓰레기봉투, 꽤 높은 빈도로 내놓게 되는 재활용 분리수거 가방을 보고 있던 어느 날 나는 정말 깊게 현타가 왔다. 이거, 정말 이래도 괜찮은가?


뉴스나 기사를 보면, 매 년 사람이 만들어내는 플라스틱의 양만 삼억팔천만 톤이고, 100만이 넘는 수중 생물이 우리가 만들어낸 쓰레기 때문에 죽는다. 내가 입양해서 키우는 동물들에게 최대한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제공하는 것도 반려인으로서의 의무겠지만, 바다나 숲 속에 살아가고 있는 야생동물들이 직간접적으로 내가 만들어낸 쓰레기의 영향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굶어 죽는 것에 대한 책임은? 내가 두 마리의 고양이를 반려함으로써 나오는 알루미늄 캔의 양은 매 달 130개 남짓, 일주일이 못돼 맛동산과 감자로만 가득 차는 10L의 쓰레기봉투, 내가 매 달 주문해서 쓰는 벤토나이트는 약 28L, 간식과 장난감, 그리고 사료를 포장한 플라스틱 봉투, 쏟아져 나오는 택배 상자, 뽁뽁이 그리고 테이프들. 숨이 막혔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이 필요했다. 지금 현재 당장 내가 만드는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 순 없더라도, 내가 분명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 있을 테니까.


첫 번째로 선택한 방법은, 그냥 내가 만드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었다. 일단, 고양이 육아를 통해 나오는 쓰레기의 양만큼 내가 덜 쓰고 덜 버려 보는 방법.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을 시작하기로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내가 나를 먹여 살리면서 드는 소비를 줄이고 나오는 쓰레기를 줄여보았다.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고, 택배 주문을 최소화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플라스틱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삶을 꾸리는 것, 이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그리고 시각적으로 꽤 큰 도움이 되었다.


 번째는 습식 사료의 선택이다. 사실 습식 캔을 통해 나오는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건식 사료로 다이어트를 바꿔보려는 시도를 해보았는데, 음수량  취향 그리고 정말 지독 해지는  냄새 때문에 금세 다시 습식 사료로 돌아왔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1) 파우치보다는 재활용이 용이한 캔으로 구입하고, 2)  마리가 하루 안에 먹을  있는 양은 200g 이상의 대용량 캔을 구입하며, 3)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 때는 두꺼운 종이팩에 들어있는 습식을 선택하는 . 그리고, 내가 먹이고  캔이  재활용될  있도록 캔에 붙어있는 스티커와 종이 띠를 제거하고 내부를 깨끗하게 씻어 말렸다가 캔만 모아 재활용한다.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쓰인 소재  깡통 캔은  소재에  제약 없이 가장 높은 비율로 재활용이 되고 있다. 반려인으로서 올바른 방법으로 분리배출을 한다면, 다시 새로운 습식 캔으로 탄생할 수도 있겠지.


세 번째는 모래다. 처음에는 먼지가 없는 벤토나이트 모래를 사용했었는데, 벤토나이트가 자연에서 발생한 재료이긴 하지만 심각한 채굴 (strip mining)로 환경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매 년 7.3백만 톤의 벤토나이트가 고양이 화장실을 위해 채굴되고, 이를 통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벤토나이트가 채굴되는 곳 주변에 심각한 물 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거기다가, 화장실 용으로 사용되는 모래는 자연에서 생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로 쌓이는 것도 큰 문제. 우리 집의 고양이들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름에 벤토나이트로 된 모래를 사용하다가 한 마리가 발바닥에 나는 땀에 벤토나이트가 녹아 피부로 흡수되면서 족염에 걸리는 일이 있은 후, 수의사 선생님도 벤토나이트가 아닌 다른 모래를 시도해보길 권유하셨기 때문에 나는 고양이의 습성과 취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모래를 시도해보았다. 식물에서 채취한 카사바와 옥수수로 만들어진 모래 (가필드), 보리 겨로 만들어진 가벼운 대체 모래 (벅시캣 에어), 그리고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업사이클하고 카사바를 섞어 만든 모래 (알프래드)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벤토나이트의 고질적인 먼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환경에 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벤토나이트보다 가벼워서 운반이 편하다는 것도 장점 중에 하나이다.  


네 번째로, 한 달에 한번 택배 주문이다. 고양이 용품을 최대한 직접 가서 구매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것이 훨씬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택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더라.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한 방법은 필요한 물품의 양을 잘 계산한 후, 한 달에 한번 대량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일단, 택배를 배달 받음으로써 드는 탄소배출량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고, 한 쇼핑몰에서 주문할 경우 큰 택배 박스에 함께 넣어 배송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오는 플라스틱이나 박스의 양이 적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순 없지만, 현실적인 방법으로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좀 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아예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생식을 급여하는 방법도 있고,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 가서 모래를 아예 구입하지 않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아직 가능하지 않다. 나의 목표는 나의 소중한 두 마리의 고양이의 생이 끝나는 날까지, 최대한 행복하고 안락하며 즐거운 삶을 제공하면서도 조금은 환경에 가하는 가해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을 모색하는 방법이다. 내 집에서 함께 반려하며 사는 동물의 삶만큼, 야생의 동물의 삶도 동등하게 가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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