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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비 Dec 07. 2022

MBTI 커뮤니티의 시작과 끝

프롤로그 - 개발자 창업 이야기


프롤로그


작년 11월, 나는 어딘가에 홀린듯 MBTI커뮤니티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출시했다. 그리고 올해 11월 애지중지하던 커뮤니티를 접게 되었다. 기획부터 개발, 디자인까지 대부분을 혼자서 진행했기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그 1년 간의 과정에서 배운 것도 얻은 것도 많았기에 조금은 상세히 기록해보려고 한다. 아쉬웠던 내 서비스는 지금 접속할 수 없지만,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그 동안의 경험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지 않도록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던 것들을 써내려 갈 것이다.


우선 나의 프로필을 얘기해보자면 IT대기업을 다니던 10년차 개발자였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퇴사를 하게 되었고 한때는 커뮤니티 운영자였지만 커뮤니티를 접은 현재는 백수다. 그리고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이다. 원래 문과였지만 프로그래밍을 좋아해서 제대로 배우기 위해 개발직군으로 지원했고 운좋게 취업을 했다. 그 당시에는 개발자가 그렇게 유망한 직업은 아니었으나 워낙 컴퓨터를 좋아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취업을 했고, 비전공자들을 개발자로 키워주는 회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직도 하고 쉼 없이 회사를 다니면서도 언젠가는 내 서비스를 만들어서 창업을 하리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 계획은 6년 차에 나와서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멋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회사를 7~8년 차에 퇴사하고 각 기업을 설립했다.) 계획보다 조금 늦어졌고 그 계획도 지금은 많이 변경되었다. 


운 좋게 개발자가 된 나는 웹페이지와 앱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개발자의 장점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실현에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풀스택 개발자라고 하기에는 실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백엔드, 프론트엔드 다 할 수 있어야 하는 시절을 지냈기 때문에 둘 다 개발이 가능했고 IT 관련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든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요새는 웹사이트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템플릿을 제공하는 사이트들도 많아졌지만 내가 원하는 기능들로 커스터마이징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개발이 필요하고, 투자비용 없이는 사실 개발을 하기가 어렵다. 만약 투자비용이 있어 외주를 준다고 하더라도 개발자가 아닌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시스템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지 알기 어렵고 또 외주업체를 선정하는 것부터 막막하기 때문에 제품 개발에 있어서 개발자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내가 만든 앱도 외주를 맡기려면 대략 7천만원 정도 드는 시스템이었다. 아이디어에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 정도 비용을 감당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개발자는 창업에 있어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발자의 단점은 개발만 할 줄 안다는 것이다. 만들 줄 알기 때문에 일단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만드는 것부터 시작을 한다.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발만 할 줄 알았기에 창업이 무엇인지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시장이 뭘 얘기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창업에 관한 스토리를 백날 보았어도 그 스토리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단지 '흥미로워 보이는 것'을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창업을 한다는 것은, 그저 서비스를 '잘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안일한 생각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기도 하다. 내 주변에는 직장인 개발자들 뿐이었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개발자들끼리 모여서 아이디어 내고 개발했기 때문에 이런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경험하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하는 나의 성향도 한 몫 했다. 그래서 내가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빨리 경험하고, 빨리 깨달을 것을.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 책이라도 많이 읽었어야 했다. 책 속에는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했지만,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갔었던 사람들의 경험담과 조언들이 있다. 물론 경험하기 전까지는 책을 읽어도 크게 와닿지 않기 때문에 뜬구름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어찌됐건, 나는 빠르게 경험했고 빠르게 실패했다. 다음 이야기부터는 실제 서비스를 만들었던 과정들과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일어났던 재밌는 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흥미로운 MBTI 이야기도 함께!


브런치의 첫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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