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나비 Dec 11. 2022

MBTI 과몰입에 모자라서 커뮤니티까지 만든 개발자

기획부터 출시까지 혼자서 한 달만에!

작년 10월 MBTI가 한창 유행이던 시절, 나는 누구보다 MBTI에 과몰입되어 있었다. 특히 강유미의 MBTI시리즈 영상을 보고 더욱 과몰입하게 되었는데 주변 지인들의 MBTI를 대입해서 영상을 보니까 그렇게 공감이 갈 수가 없었다.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16가지 유형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그런 사람들이 있는거구나’하고 받아들여졌다. 그때부터 지인들의 MBTI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친구들의 MBTI를 다 외우고 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게시물이나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MBTI를 일일이 얘기하면서 댓글을 다는 현상을 발견했다.

출처: 에익쿠 MBTI 박물관 견학 편 댓글


만약 프로필에서 MBTI를 알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MBTI가 바로 보이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과몰입된 사람들이 모여서 MBTI얘기를 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바로 유사한 앱이 있는지 검색을 했다. MBTI라고 검색하니 내가 생각하는 컨셉과 거의 비슷하지만 활성화되지는 않은 앱들이 몇 개 있었다. 여러 앱을 설치해보니 커뮤니티로서 기능을 못할 정도로 서비스가 열악했고 이거보다는 내가 더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앱이 몇 개 있으니 수요는 있을 것 같고 조금만 더 잘 만들면 재밌게 쓰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앱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기획이라고 해도 별 게 없었다. 그때 나는 피그마를 쓸 줄 알았던 것도 아니고 어차피 혼자 개발할 것이었기 때문에 예쁜 문서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연습장에 슥슥 화면을 그렸고 바로 개발을 시작했다.

슥슥 그린 기획 문서(?)

다시 봐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기획이다. 아마 내가 기획자고 개발자한테 이 문서를 던졌으면 엄청나게 욕을 먹었겠지만 어차피 개발자는 나 혼자니까 상관 없었다. 대충 그린 이 그림을 바탕으로 바로 개발을 시작했다. 화면 구성도 최소한으로 했다.


컨셉은 ‘연애의 과학’, ‘블라인드’를 참고하여 ‘MBTI계의 커뮤니티’로 잡았다. 연애의과학 앱처럼 MBTI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과 동시에 게시글을 남길 수 있는 커뮤니티를 추가했고, 블라인드 앱이 같은 직장끼리 게시판이 있는 것처럼 같은 MBTI끼리 게시판을 만들어 서로 글을 남길 수 있게 하였다.


MBTI에 대한 밈, 유튜브, 정보를 볼 수 있는 판

모든 유형이 모여서 글을 올리는 게시판

같은 유형끼리만 글을 볼 수 있는 게시판


아주 심플하게 컨셉을 잡았다. 빠르게 개발해야 하니까. 복잡한 기능들은 다 빼고 오로지 필요한 기능만 추가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아이디어 검증이라는 개념조차 없을 때였고, 어떤 목표를 설정한 것도 아니었으며 어디서 주워들은 MVP라는 단어만 생각나서 최소기능제품을 출시하자고 마음 먹었을 뿐이었다.


완성된 커뮤니티앱 스크린샷


열악한 연습장 기획에서 한 달 만에 그럴듯한(?) 앱이 탄생했다. 나는 그동안 만들다가 출시하지 못하고 엎었던 앱들이 무수히 많았다. 개발자 동료들과 같이 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들도 몇 달에 걸쳐서 만들다가도 결국 마무리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아주 가볍게 혼자 개발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번에 출시까지 하지 못하면 다시는 앱 개발을 시작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정확히 한 달만에 개발을 끝냈다.


간단해 보이는 앱이지만 여기에는 많은 기술들이 들어간다. DB를 관리하는 백엔드 기술, 앱 화면을 그리는 프론트엔드 기술, 화면 UI/UX 디자인, 앱에 들어가는 이미지, 앱 아이콘 등등… 해야할 일이 끝도 없었다. 처음 해보는 것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출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를 다니면서 새벽 5시까지 잠도 안 자고 개발을 했다.


사실 이 단계에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 나는 속도만 늦출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혼자 해버렸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설명하는 시간, 구체적인 문서를 작성하는 시간, 피드백을 줘서 수정하는 시간을 아끼고자 했다.


특히 디자인 부분은 디자이너를 고용해서 쓸 수도 있었지만 돈만 주고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한 적이 많아서 그냥 내가 원하는대로 그림을 그렸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귀여운 캐릭터도 넣고 싶어서 앱에 들어갈 캐릭터도 그렸다. (지금 생각하면 사실 필요는 없었던 것 같지만)


<좌> 지하철에서 5분만에 갤럭시 노트로 그린 캐릭터 초안 / <우> 아이패드로 다듬은 캐릭터


Flutter로 만든 앱은 안드로이드, iOS에 'MBTI놀이터'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고 그 앱은 머지 않아 나름대로 폭발적인 반응을 거두게 된다.


이어서 다음 편에.


* 지금은 서비스 종료된 커뮤니티이며, 서비스 개발/운영에서 겪은 경험을 남기는 글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MBTI 커뮤니티의 시작과 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