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는 온라인에 어떤 글을 남길까?
* MBTI놀이터는 MBTI를 주제로 한 커뮤니티 앱입니다. 지금은 서비스 종료된 커뮤니티이며, 서비스 개발/운영에서 겪은 경험을 남기는 글입니다.
- 지난 이야기 : Z세대가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방법
지난 글에서는 Z세대의 커뮤니티 이용법에 대해 알아봤다면 이번 글에서는 MBTI유형별 커뮤니티 이용법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MBTI놀이터는 유저들의 MBTI를 입력받았기 때문에 그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재미있는 통계를 내볼 수 있었다. 특히 유형별 게시판이 있어서 한눈에 봐도 유형별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아마 이 글을 보면 비과학이라고 외치던 사람들도 MBTI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커뮤니티에는 주로 어떤 유형이 많을까?
일반적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친목 커뮤니티에는 어떤 유형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예상이 되는가? 아마도 외향형인 E? 아니면 감정형인 F?
아마도 커뮤니티 특성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MBTI놀이터의 통계는 아래와 같았다. 1위~8위가 모두 P유형이고, 하위권은 모두 J유형이었다. 또한 1~4위가 FP, 5~8위가 TP, 9~12위가 FJ, 14~16위가 TJ유형이다.
커뮤니티 이용에 대세를 주는 성향은 E/I, F/T도 아닌 P냐 J냐였다. 이 순위는 정말 흥미로운 통계 결과였고 서비스를 운영하던 초기부터 마지막 종료를 하던 시점까지도 순위가 변동된 적이 없었다. 유저가 100명에서 70,000명이 되는 동안 4개 그룹 안에서 약간의 엎치락뒤치락은 있었지만 FP -> TP -> FJ -> TJ 순은 그대로였다. 정말 놀라웠다. 생각보다 외향이냐 내향이냐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내향인들이 집에서 커뮤니티만 한다는 것은 오해!)
추측하건대 J들은 현생을 사느라 바빠서 커뮤니티에는 시간을 쓸 여유가 없는 듯했다. 반면 P유형들은 새벽까지 남아 있는 특징을 보였고 커뮤니티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었다. 또 그 안에서는 F유형이 우세했다. T와 J의 조합인 TJ 유형은 가입자 수 자체가 아주 미미했다.
MBTI놀이터는 70% 정도가 여성 유저였는데 성별 분포가 달랐다면 또 순위가 어땠을지 모르겠다. 커뮤니티마다 순위 차이는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MBTI 성향이 커뮤니티 이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과학이 아닐까.
재밌는 것은 MBTI별 게시글과 댓글 수를 통계 내보면 가입자 수에 비해서 비율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유형이 있다는 것이다. 이 통계를 내보면 어떤 유형이 눈팅을 많이 하는지, 어떤 유형이 댓글 참여를 많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ENTP는 가입자수에서는 5위지만 게시글에서는 4위, 댓글에서는 무려 3위를 했다. INTP는 가입자 수에서는 8위지만 게시글에서는 6위를 했다. INTJ 유형은 가입자 수에서는 16위 꼴찌였지만 게시글 수에서는 무려 10위였고, 댓글에서는 9위를 했다. 소수민족이지만 커뮤니티 내에서 적지 않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일부가 헤비유저를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ESFP는 가입에서는 3위였지만 게시글에서는 5위, 댓글에서는 6위를 차지하여 눈팅을 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끔 유튜브 영상에서 "ESFP는 댓글 안 달고 넘어감" 이런 댓글들을 봤는데 실제로 그랬다. 그 외에 가입자 수도 적고 가장 활동이 없던 유형은 현생에서 가장 바쁜 ESTJ, ISTJ였다. 이들은 글을 남기지도 댓글을 남기지도 않았다.
유형별 게시글과 댓글 특징
MBTI놀이터에서는 아래처럼 같은 사람이 쓴 것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같은 유형에 내용이 같은 댓글이 달리는 재밌는 현상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유형별로 게시글을 남기는 분위기, 말투, 내용까지 닮아있었다. 사실 이런 현상이 있을 수 있는 것은 MBTI는 자신의 선호 지표를 나타낸 것이고 검사 질문에 대해서 비슷한 사람은 비슷한 대답을 하고 비슷한 유형이 결과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MBTI놀이터에는 유형별로 글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이 있었다. ENFP 게시판에는 ENFP들만 글을 남길 수 있는 그런 게시판. 그러다 보니 유형별로 게시판의 분위기가 아주 달랐는데 그 다른 분위기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아래 데이터는 실제 게시글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재미로 봐주세요!)
1. FP그룹 (ENFP/INFP/ESFP/ISFP)
FP 그룹은 유저수도 많아서 글이 많았고, 커뮤니티에서 친구를 구하는 글이 가장 많았다.
ENFP : 자신들을 귀여워했고, 발랄한 어투를 쓰며 친구를 원했다. 물결과 느낌표를 많이 사용한다.
INFP : 다른 유형에 비해서 우울한 감정에 대한 글이 월등히 많았고, 인생, 의미, 슬픔에 대해 생각이 많아 보였다. 친구를 구하는 글에서도 ENFP와 달리 부끄러움이 묻어났다. ".."을 많이 사용한다.
ESFP : ENFP와 마찬가지로 친구를 구하는 글이 90% 이상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성별을 드러내는 글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ISFP : 심심하다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은 유형이었다. 특히 ISFP는 낮보다는 밤에 자주 출몰하였다.
2. TP그룹 (ENTP/ISTP/ESTP/INTP)
TP그룹은 친구를 구하는 글보다는 질문글이 많았고 상대적으로 언어가 거친(?) 편이었다.
ENTP : 말투에 자신감이 넘쳤고 토론을 좋아했으며 궁금한 것이 많았다.
ISTP : 얼빠에 대한 글이 다른 유형에 비해 실제로 많았고 마찬가지로 궁금증이 많았지만 시니컬했다.
ESTP : TP 중에서는 가장 외향적이었으며 언어가 거침없었다. (?)
INTP : 게임에 대한 글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망상, 토론 등 깊은 주제를 다루는 것을 선호했다.
3. FJ그룹 (ENFJ/ISFJ/ESFJ/INFJ)
FJ그룹 역시 FP그룹과 마찬가지로 친구를 구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F유형은 사람 간의 관계를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게시글에서 FP, FJ그룹이 친구를 구하는 글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아 그 성향이 실제로 게시글에서도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ENFJ/ISFJ/ESFJ : 유저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유형별 게시판에는 글이 많지 않았으며, 이 유형들의 게시판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대체로 친근하고 온화한 말투였으며, 단합력을 강조했다.
INFJ : FJ그룹 중에서도 N성향이 가장 도드라졌다. 반말모드인 커뮤니티에서 존댓말 하는 유저의 비율이 가장 높은 유형이었고, 글이나 댓글을 길게 쓰는 경향이 있었다. INFP와 비슷한 분위기의 게시판이었는데 우울감보다는 조금 더 망상을 즐기는 것에 가까웠다. (친구를 구하는 글에도 친구라 표현하지 않고 천사라고 한다.)
4. TJ그룹 (ENTJ/ISTJ/ESTJ/INTJ)
TJ그룹은 워낙 유저도 없고 글 수가 없어서 분석하기가 애매했다. 아쉽게도 특히 ISTJ, ESTJ는 거의 분석할 수 있는 글이 없었다. 다만 TP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친구를 구하는 글은 없었다.
ENTJ : 멍청함을 극도로 싫어했고 뭔가 해야 하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INTJ : 예상했던 대로 TJ들은 이런 커뮤니티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유형별 게시판은 유저들이 16개의 게시판으로 분산되었기 때문에 글 리젠은 적었지만, 나름 같은 유형끼리만이 할 수 있는 대화 속에서 서로 공감하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MBTI에 대한 지나친 맹신과 과몰입은 지양해야 하지만, 이러한 현상들을 눈으로 지켜보면 과몰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보니 재미있는 글도 참 많았던 것 같다. 계속 운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나는 운영하는 과정에서 MBTI에 대한 공부를 더 하기 위해서 MBTI검사 자격까지 취득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더욱 MBTI에 대한 이해,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또 한편으로는 전문지식을 얻게 되면서, MBTI가 인간을 이해하는 더 적절한 도구로서 활용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자료들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보다 더 회의감을 느끼게 된 시점이 있었는데, 바로 창업과 MBTI의 연관성을 알게 되면서다(!)
다음 글에서는 창업가들의 MBTI 성향에 대해서 다루어보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 가시는 분들은 MBTI와 함께 댓글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