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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 중독자 May 14. 2020

바다인가 강인가

사두 강

주앙 바스 João Vaz, 사두 강 풍경, 1931년 이전, 개인소장



주앙 바스, 사두 강 부두, 과르다 미술관



#1. 내가 사는 곳은 포르투갈 테주 강 남쪽, 바헤이루라는 도시다. 배를 타면 20분만에 리스보아 구시가지에 도착하는데다가 요 몇 년 포르투갈 수도의 집값이 폭등하다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긴 하다. 그러나 70년대까지는 리스보아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주거지라기보다는 노동자들이 많이 살던 나름 공업도시였다. 늘 선거에서 좌파가 승리하고 알렌테주 제1의 도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알렌테주가 아닌데도) 알렌테주 사람들이 많이 와 살던 곳. 지금도 알렌테주 사투리 쓰는 동네 사람이 많다는데, 사실 난 잘 구분이 안 된다. 


#2. 행정구역상 우리 동네가 속한 곳은 세투발이다. 그러다보니 행정 업무를 보러 30 km정도 떨어진 세투발에 갈 일이 가끔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름이 되면 아하비다 해변에 가느라 자주 가는 곳이다. 세투발 명물은 갑오징어 튀김인데, 어느 정도 안 먹고 지나가면 먹어주어야만 하는 맛이기 때문에 그걸 먹으러도 곧잘 간다. 

아하비다 산맥과 해변. 산과 바다의 조합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여름엔 주차지옥. 최근 여름엔 버스로만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은 Arlindo Camacho.
지금은 테이크아웃으로만 먹을 수 있는 갑오징어 튀김, 쇼쿠 프리투. 한 번 포장해와 먹어봤는데, 그맛이 아니다. 역시 튀김은 하자마자 먹어야한다. 

#3. 몇 년 전, 새로 문을 연 세투발 시립 미술관에 갔다. 16세기의 제단화가 멋졌고, 세투발 출신의 화가 주앙 바스의 작품이 꽤 있었다. 화가가 그 동네 사람이라 그런건지, 아님 시립미술관이다보니 화가의 작품 중 세투발을 그린 작품을 주로 모아 전시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작품엔 사두 강과 그에 연결된 대서양이 자주 나왔다. (눈 앞에 있는 넓은 물 덩어리가 강이냐 바다냐는 리스보아 테주 강, 세투발의 사두 강뿐 아니라 포르투갈 곳곳에서 할 법한 고민이다. 크기로 봐선 바다인데 여기저기 표지판엔 강이라고 써 있기 때문. 포르투갈 강들 하류는 그런 곳이 많다) 한가롭고 햇빛이 쏟아지는 공기와 강, 바다, 모래사장에 기대 있는 돛배들.


#4. 19세기 후반의 포르투갈 미술은 19세기 전반의 스페인 미술만큼이나(고야가 그 시절 화가다) 훌륭하다는 미술사학자 주세-아우구스투 프란사의 인터뷰를 들은 이후, 19세기 후반 포르투갈 회화를 눈여겨보게 됐다. 이 시절의 포르투갈 화가들은 자연주의 화가들이 대부분인데 겉치레 없는 진솔하고 소박한 사람과 얘기하는 느낌이 들어 좋다. 이 느낌이 궁금하다면 포르투의 소아레스 두스 헤이스Soares dos Reis 미술관을 추천하겠다. 리스보아에 있다면 시아두 현대미술관을 추천한다. 게으름을 떨치고, 간만에 시아두 미술관에 가봐야겠구나. 


*글을 올리는 지금은 포르투갈의 모든 미술관들이 닫혀 있다. 미술관의 날인 5월 18일을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연다고 하는데, 걱정없이 미술관 나들이를 할 날이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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