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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애미 Jul 03. 2024

회피형 부부지만 살만합니다.

- 남편의 뒷모습이 보였다.

얼마 전 나는 엎드려 있는 남편의 등위에 겹쳐 누워  남편의 귀에 대고 말했다.

'여보! 행복을 맛이라고 한다면 행복은 맛이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천천히 음미해야 하는 건가 봐.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하지만 며칠 후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자꾸 기분이 좋지? 왜 행복한 느낌이 드는 걸까? 행복이 이렇게 진한 맛이었던가?'


어릴 때부터 나에게 익숙한 것은

화기애애한 웃음소리보다 언성높이며 싸우는 소리가

편안한 분위기 보다 뭔가 긴장된 분위기가

밝음 보다는 어두움이 익숙했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늘 어두운의 표정의 볼품없는 나라는 자의식나를 지배했다.

수치심과 죄책감 자기혐오...

행복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게 행복이 어색해져 버렸다.

행복을 맛을 왜 느낄 수 없었는지 이제야 할게 되었다.

행복의 감각이 퇴화되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점점 그 감각이 살아나자 행복의 맛이 진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점차 변화되고 있다. 그리고 나의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남편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원수뎅이, 미친놈 같던 남편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13년간 미뤄두었던 '연애'라는 것을 해보자!



내가 만든 오이미역냉국

얼마 전 오이냉국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오미미역냉국을 만들었다.

맨날 육수를 제대로 못 만들어 맛이 좀 이상했는데

오늘은 맛소금, 참치액, 설탕대신 에리스리톨, 식초의 조합이 딱 맞은 모양이다.

"국물이 제대로인데!"

"참치액을 써보니까 생각보다 괜찮네."

채 썬 오이에서 퍼져나간 향긋한 수분이 육수와 섞이면서 냉국은 제대로 된 맛이 난다.

한여름 얼음 동동 띄운 오이냉국을 해 놓으면 남편이 밤에 냉장고를 열어 야식으로 먹을 정도이다.

늘 육수에서 제대로 된 맛이 안나 잘 안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좋은 방법을 알았으니 자주자주 해줘야겠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좋은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늘 익숙한 방법대로 흘러갔다.

익숙한 대로 싸우고 익숙한 대로 서로를 비난했다. 하지만 이제 좋은 방법을 알았으니 좋은 방법이 더 익숙해지겠지.....






남편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이런 시가?


그대는  

              - 닥애미-

그대는 이대로 아름다워

순수한 마음 품었으니

그대를 이대로 사랑할래

지금 이 모습 이대로


그대의 맑고 빛난 눈동자

세상의 거짓말에도

그대는 꺾이지 않는 영혼

비와 바람 한가운데


이대로이대로 괜찮다고

수만 번 말해 줄 거야

우리의 밝고 빛난 미래가

이미 와서 인사해


그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이 밤을 다 새우더라도

그대의 곁에 잠들고 싶어

서로의 아픔을 품고


사랑해 사랑해 그대만을

우리의 추억과 기억도

우리는 더욱 빛나게 될 거야

서로의 등대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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