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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이야기

먹겠다고 했으면 큰일 났겠어!

by 닥애미

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왔다.

나와 아이들은 일상의 문을 열고 꿈의 세계로 빠져들 듯 들떠 고향에 내려오는 도로 위에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10시 30분, 고향집에 도착하자마자 꺼낸 첫마디는 "배고파 죽겠어!"

엄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냄비 한가득 끓인 김치찌개를 데워 내주셨다.

밥을 먹고 바로 잠자리에 누웠다.


그냥 잠들기 참 아쉬운 밤이었다.

동생과 엄마에게 아무 이야기나 꺼내 놓는다.

최근에 키우기 시작한 강아지 라떼 이야기, 동생의 재취업을 위한 공부 이야기, 엄마의 백두산 여행 이야기를 잠꼬대 마냥 늘어놓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부터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뭘 만드는가 궁금해 들여다본다.

엄마는 머위탕을 만들고 계셨다.

어제 물에 담가 놓은 표고버섯이 재료 중에 하나였나 보다.

촬영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엄마는 재료들을 볶았다.

어느새 두툼하게 자란 머위, 버섯, 당근을 넣고 들기름을 잔뜩 붓고 볶았다.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를 뒤로한 채 식탁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윙윙' 들깨를 가는 믹서기 소리가 들려왔다.

"머위탕 끓는 법 까먹었다."

엄마의 혼잣말에 걱정이 불쑥 올라온다.


머위탕을 만들며 홀로 허둥지둥하던 엄마는 그만 고등어조림을 태워버렸다.

탄 고추양념의 매캐한 연기 때문에 기침이 난다.

콜록콜록 대는 나를 보며

"○○이가 안 봐서 탔어!"

엄마는 내 탓을 하신다.

"엄마가 봐달라고 하면 봤지!"

엄마 혼자 아침밥을 준비하느라 이렇게 된 건데, 참 궁색한 변명이었다.


그렇게 엄마는 분투 끝에 아침밥을 차리셨다.

밥상 위엔 미역국도 있었다.

어젯밤 늦은 저녁을 먹을 탓에 끼니를 거르려 했는데, 오랜만에 보는 미역국을 지나칠 수 없었다.


미역국만 먹어야지 했는데, 아쉬워 밥을 말았고...

이렇게만 먹으려니 매콤한 맛이 당겨 엄마가 전날 담근 얼갈이김치를 올려 먹었다.


지금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

어릴 때도 그랬다.

반찬투정하다가 먹기 시작하면 밥을 두 그릇을 비웠던...


그때 듣던 말이 떠올랐다.

"먹겠다고 했으면 큰일 났겠어!"


지금 나는 밥을 말은 미역국 한 그릇을 해치우며, 지금의 나에게 말한다.

"먹겠다고 했으면 큰일 났겠어!"


어릴 때 듣던 그 말이 들리는 듯했다.

엄마의 말인지, 아빠의 말이었는지 기억은 나진 않지만...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오후쯤 그쳤다.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와 고향 지역 축제를 갔다.


하나의 추억을 남긴다.

비 개인 고향의 밤하늘은 유난히 별이 반짝였다.


오늘도 꿈꾸는 듯 즐거운 하루가

솜사탕이 녹듯 달콤하게 입안을 맴돌다 사라졌다.

개떡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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