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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이야기

비밀의 정원

by 닥애미

정말 신기한 일이다. 참 그렇다.

어릴 때 그렇게 들어가 보고 싶었던 비밀의 정원이 드디어 열렸다.

집에서 시내로 나갈 버스를 타려면, 나의 느린 걸음으로 20분 걸렸다.

옆마을로 가서 다시 대나무숲과 소나무 사이 길을 지나 '그곳'을 지나가야 했다.


어느 봄날, 시내 방향으로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건너 오르막길을 올라

멀리서 버스가 오는 지를 확인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길 건너편 곧고 길게 자란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는 '그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안에는 멋진 유럽의 성이 있을 것만 같았다.


나무에는 연초록 잎이 수채화처럼 칠해져 있었다.

비가 온 후, 습기를 머금은 세상은 칼라 TV처럼 선명해졌다.

바람에 흔들리는 연초록의 나무를 보며, 가슴이 설레었다.


비밀의 정원의 입구를 바라보며, 어릴 적 봤던 만화 속 빨강머리 앤이 되었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마차를 타고, 나의 왕자님을 만나러 가고 싶었다.


그로부터 30년 후, 비밀의 정원이 열렸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신기하다.


벌써 세 번째이지만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정말 올 때마다 감탄하게 만든다.

잘 가꾼 정원과 향나무, 빽빽하게 심긴 메타세쿼이아.

최근에서야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이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니.


정말 신기하다.

보물들은 항상 우리 근처에,

혹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든다.

아가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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