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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이야기

접었다 다시 핍니다

by 닥애미

5개월 전 나는 나의 유튜브채널을 접었었다.


그렇게 고양이 식당의 문이 닫혔다.


제풀에 꺾인 꿈...
요리채널도 아닌 것이

유익한 정보도 없는 것이
나 같아도 보지 않을
어색하고 오글거리기만 한 그런 채널이었다.

유튜브를 하는 것은 어쨌든
구독자도 늘고 조회수도 늘고 돈도 벌고 싶다는 그런 바람이 있었을 터였다.
아무리 좋은 목적을 붙여 봐도 그러하다.


지금 당장 유튜브를 열어봐도 좋아요가 몇만 개에 댓글이 몇천 개 넘는 영상만 보이는데 나의 채널이 작게만 느껴졌다.


핑계를 대자면 직장에서 거의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고
영상을 만드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다.

내 안에 없는 것을 끌어내는 듯했다.
마치 가짜의 나를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러다 작년 12월에
유튜브를 완전히 내려놓았다.

더 이상 애들에게 제발 협조해 달라고 소리 지르지 않아도 되고 음식도 내 맘대로 대충 만들었다.



"그래 난 원래 이런 인간이야. 아무것도 하지 말자.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해. 아무 의미 없어... 그런 일이야"

그렇게 몇 개월 후 애써 모르는 척하던 나의 채널을 열어 보았다. 나는 무서웠다.
하지만 아직도 800명 남짓한 구독자님들이 남아 있었고 누군가는 나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나는 한 영상을 틀어보았다
오글오글한 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 정말 진심이었구나!'

그랬다. 나의 채널은 서툴지만 정성을 다한 그런 음식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나의 진심을 알아주었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무언가를 간직하기 위해서였다.
그 무언가는
작고 소소하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일상, 기억,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래 나는 앞으로도 유능한 요리사는 되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내 안에 있는 재료로 정성을 다해 뭐라도 만들어 내자.
나의 진심에 화답해 준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고양이 식당의 문을 다시 열기로 했다.

이따금 오글거린다고 악플이 달리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압박하기를 내려놓고 그냥저냥 지금 이대로의 나를 말하는 채널로 운영하기로 했다.

음식을 통한 소소한 인생 이야기 채널

이게 바로 고양이 식당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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