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을 위해 기차를 주로 탄다.
편도 한 시간 남짓이지만,
나에겐 상당히 소중한 시간이다.
나는 주로 잔다.
출퇴근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전투적으로 잔다.
그날 하루를 버틸 자그마한 힘을 얻어가는 장소이자 시간이다.
유독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책을 읽는다.
개인적으로는 불규칙적인 소음과 진동만큼 책 읽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작고 소중하고, 가끔은 행복하기도 한 순간은 생각보다 쉽게 깨져버리고 만다.
다른 사람들의 통화, 대화 때문이다.
기차 안내 방송에는 항상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긴 통화나 대화가 필요한 고객께서는 객실 밖 공간을 이용해주세요."
하지만 모두가 안내 방송대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모든 통화, 모든 대화가 거슬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슬리는 통화와 대화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짜증이 나는 제일 중요한 포인트다.
목소리의 크기나 대화의 흐름을 봤을 때 주변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목소리의 크고 작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의 평소 크기에 비해서 작게 말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가이다.
대화의 길고 짧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대한 통화나 대화를 빠르게 마무리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가이다.
짜증 유발자들은 말하던 대로 말하거나 혹은 기차라서 잘 안 들리기 때문에 더욱 크게 말한다.
짜증 유발자들은 기차 내에서 긴 통화나 대화가 남들에게는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아예 인지하지 못한다.
둘째, 중요한 내용이 없다.
그들의 발성 때문에 활성화되기 시작한 청신경은 그들의 대화나 통화를 본의 아니게 내 귀에 쏙쏙 박히게 만든다.
많은 경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굳이 저런 내용을 저렇게 큰 목소리로..?
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이들과의 언쟁은 불필요하다.
왜냐면 그들은 항상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짜증이 난다.
기차에선 항상 피해자가 되는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