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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oo Jan 28. 2021

우체국 공장

 일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력서만 보내다가 드디어 임시로나마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것도 정부기관이라 불리는 미국 우체국이었고, 난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오리엔테이션에 참석을 했다. 앞으로 하게 될 일들과 필요한 사항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던 중, 내가 지원한 직군에 대하여 설명을 하는데 무엇인가 이상했다. 난 분명히 1년 임시직으로 지원을 했고, 기간에 대한 변동에 동의하느냐는 연락을 받은 적도 없었건만, 나를 연휴기간에만 일을 하는 단기 직들과 같은 그룹에 집어넣었다.


 그러면 그렇지... 뭔가 오랜만에 일이 풀린다 했다.


쉬는 시간에 오리엔테이션 진행자를 찾아가 어찌 된 상황인지 추가적인 설명을 부탁했다가, 우선 잠깐이라도 돈을 벌면 좋은 것 아니냐는 설득에 결국 시작해 보기로 했다.


 하루에 10~12 시간 정도 주 6일을 우편물과 소포들을 계속 걷고 서서 분류하고 나르는 일을 했다. 오랜만에 하는 육체노동이어서 인지 아니면 내가 정말 나이를 먹어서 인지 처음 2주는 정말 힘들었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다. 밤을 새워가며 하는 일은 이미 익숙해서 괜찮았고, 육체노동의 요령도 생겨가 있지만 무엇보다 예전에 하던 일들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닌 것에 감사했다. 지금까지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근할 때 이렇게 걱정 없이 집에 갛 수 있었던 적이 언제 있었던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차피 정규직이 아니고 우체국 근무 경력이 미천한 이유로 받는 약간의 차별을 겪으면서 문득, 내가 여기서 지속적으로 일을 계속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나와 같은 직군으로 10년, 20년 이상 일한 들의 걷는 뒷모습을 보면 누구 하나 고통을 이기며 걷지 않는 이들이 없어 보이고, 그들의 지친 어깨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사람마다 이일에 부여하는 의미는 다르겠지만, 만약 나도 계속 일을 하고 기다리다가 정규직이 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은퇴까지 일하면, 저들처럼 지치고 아픈 모습이 되어 있을까...

 내가 원하는 모습도 원하는 일의 형태도 아니지만, 삶을 영위하고 수입을 만들어야 함이 우선이라면 가릴 것이 무엇이랴. 그러나 타고난 직성은 못 속인다고 무언가 더 할 수 있고 그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다시 꿈틀거림을 느낀다.

 회사에서 먼저 나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나 자신에게 4개월을 주기로 했다. '일단 4개월은 일해보자. 그러고 나서 다시 구직활동을 하자.' 이번에도 이 망할 그러나 감동적인 역마살이 날 떠돌게 만들지도 모른다. 덕분에 후회도 많이 했지만, 지금 이 순간은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만 아프지 않으면 쉽게 배워 할 수 있는 일들이고, 거대 조직의 분류센터에서 만나게 되는 정말 다양한 인간들을 통하여 내가 가진 약점들과 직성들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모순적이게도 가끔은 도망치고 싶은 곳에서 작게라도 깨달음을 얻고, 안주하고 싶은 곳에서 상처를 더 많이 받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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