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을 흔들어 놓은 일의 시작은 같이 한 조로 일하게 된 직원이 나에게 가능한 임시직일 때 overtime을 많이 해 두라고 하면서 였다. 그녀는 나보다 약 1년 더 일하고 있었는데, 정직원이 되면 overtime을 쉽게 할 수 없으니 할 수 있을 때 돈을 더 벌어 두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나중에 정규직 변환 평가 시, 일한 시간도 그 직원이 여기서 일할 마음이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고 했다. 돈을 더 버는 건 맞고 판단 기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라고 해 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명은 자기가 임시직일 때 매일같이 12시간씩 일했다는 실소 나오게 만드는 무용담과 함께 나도 그렇게 해야만 한단다.
무용담은 자신이 뭔가 성과를 크게 이루었거나, 결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해결했다던지 등등의 뭔가 흥미와 배울 점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난 너무나도 진지한 그들 앞에서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마스크가 날 살렸다.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의도였던 아니든 신경 쓰고 싶지도 않지만, 문득 드는 의문은, 자기도 고생해서 이만큼 왔으니 너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논리와 심리는 군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강산이 몇 번 지나도록 이해가 정말 안 된다.
내가 고생했고, 싫었던 부분이 있으면 나의 다음에 오는 사람들은 가능한 겪지 않도록 배려해주거나, 개선할 힘이 있는 위치에 있다면 개선하려 노력하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일이라 내 생각이 옳다고는 못 하겠지만, 최소한 명령조의 내가 했으니 너도 해야 돼가 아닌, 힘들겠지만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거야 가 인생 4막 시작하는 신입직원에게 조금은 더 설득 력이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냥 그들은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내가 여전히 신경이 예민하거나 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언제나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