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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oo Mar 01. 2020

내가 '무엇'으로 판단될 때

부정적인 선입견  / 제발... Part I



이 글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견해 이므로 필요 이상의 분석이나 비판적 시선으로 읽으며, 본인의 소중한 몇 분의 시간을 힘들게 하실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냥 내용을 즐겨 주세요~^^*


자신이 자라고 생활한 터전을 비교적 오랫동안 벗어나면,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하여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 낯선 곳이 외국이라면 자신이 다른 이들의 눈에 비추어 어떤 모습이 될 수 있는지를 배울 기회도 얻는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분명 단 1분이라도 '아... 내가 이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시점은 온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의 기준이 아닌, 내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새로이 내려지는 순간이 외국에서는 비교적 많이 온다.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다 보면 많이 보게 되는 문구가 있다. 'ㅇㅇㅇ 회사는 차별 없이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하면서, 많은 회사들의 application questionary에는 인종을 묻고 성별을 묻는 질문들이 있다. 물론 답변 선택 부분에는 대답하기 싫다는 선택도 있으니 나름 조심한 부분은 보인다. 아마도 그곳에서 선택된 사항들을 통계를 내고 그 통계 자료는 나중에 국가 기관에서 minority에 대한 배려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따지는 데 사용될 것이다. 이 회사들은 그걸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리라. 


실제로 내가 아시아인이라는 것을 밝혀서 차별을 받았는지 아니면 혜택을 받았는지는 아직도 백수고, 어차피 아무도 알려주지 않을 거라서 모르겠다. 하지만,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분명히 그 부분에 대하여 조용히 그러나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내가 근무했던 곳처럼 해외 지점들은 한국어가 안 되는 현지 직원도 소수 고용을 했었지만, 그 고용률은 전형적인 사무직으로 갈수록 많이 떨어졌다. 지점에서 공석이 발생을 해도 구인공고는 현지에서 많이 쓰는 웹 사이트가 아닌, 한국사람들을 위한 곳에만 등재를 시키기도 했다. 직원 구인 시 어떤 방식으로 무슨 경로를 통하여 선택된 지원자들을 인사팀에 추천할 것인지의 세부 사항은 지점장들에게 전권을 주었으니, 신분적 결격 사유만 없으면 사실상 그 지점의 장 마음이었다.  


한국계 회사가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직원을 채용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어차피 한국어를 모르면 본사와의 대화도 힘들고, 영어가 잘 안 되는 한국계 직원들과의 교류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주재원으로 파견 나오는 부서장급들은 한국에서 아무리 영어를 많이 공부하고 각종 시험들을 통과했어도, 실전에서 애를 먹을 수밖에 없으니 한국말 못 하는 외국인 직원들을 밑에 두고 일 시키기가 많이 꺼려질 것이다. 갈구고 싶어도 영어로는 갈구기 어렵고 분위기가 한국 직장의 문화라고 해도, 괜히 말 한마디 잘 못하면 현지법인의 경우에는 고소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그것도 신경 쓰인다 할 것이다. 그러니 구인 단계에서부터 한국어를 못하는 직원을 차단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인 내가 미국 회사에 입사하기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분명 직장생활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 영어를 구사하고 신분적인 문제도 없는데, 가끔은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그 이유를 나도 알 것 같다는데 화가 날 때가 있다. 수년을 친하게 지내던 외국계 회사 매니저들에게 내가 어떤 자리에 들어가 일할 수 있느냐고 물어봐도 그들은 머뭇거린다. 분명히 그 자리가 공석임을 알고서 물어보고 내가 적임 할 수 있는 자리임을 둘 다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그들의 눈에 비친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들의 직장 문화를 배운 내가 과연, 자기들의 회사와 어울리는지에 대하여 자신이 없는 것 같았다. 외국인들이 아무리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다 해도 한국인들의 행동이나 말투 혹은 상하 관계에서 보이는 분위기 등으로 얼마든지 알 수 있다. 분명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계 회사 직원들은 일을 항상 빨리 처리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맘에 안 들면 화를 내고, 객과적인 기준이나 방침 대신 자기가 시킨 데로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하여 트집을 잡으니 말이다. 그리고 계약상 어쩔 수 없이 약간의 갑. 을 관계만 형성이 되어도 목소리는 왜 그렇게 커서 맨날 소리 지르는지는 늘 궁금한 사항이고, 백인 아닌 다른 색깔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예의 없이 대하고 직위 직급을 떠나서 무엇인가를 논의하거나 논쟁할 때는 이 xx가 감히...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사람들을 종종 경험했을 것이다. 미국의 가장 대중적인 구인구직 웹사이트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review의 con 사유에 가끔 등장하는 한국인들이 너무 많다 거나 한국 회사 문화라는 부분이 있는 것만 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내가 그 친한 외국 매니저들에게 한국계 회사 입사 초기에는 '나도 잘 몰라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겠지만, 오히려 그 문화 때문에 피해를 당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던 만큼 이제는 뼈 때리게 뉘우쳐서, 더 이상은 너희들이 싫어하는 한국인이 아니니까 그만 고민하고 나 써줘'라고 말한 들, 피부 색깔이 그 색깔이고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잘 보인 덕에 믿고 고용했다가 나도 모르게 그 못난 모습이 튀어나오고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날 추천한 자신들이 곤란해질 테니까 말이다. 


내가 이런저런 일을 했고 그에 대한 지식이 있으며, 맘 약하고 자유스러움을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고 일을 정말 열심히 한다는 내 성격과 취향 그리고 내 능력이 아닌, 난 한국에서 태어나고 이십 대 중반까지 한국에서 살아 그 문화에 익숙하며 내 피부 색깔은 약간 누리끼리 불그레한 전형적인 아시아인이라는 난 무엇이다로 정의될 때, 그 일자리를 얻어낼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업무 능력이나 경력상의 다름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면접에서 그들이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과연 나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을지 솔직히 이젠 자신이 없다. 나도 내가 한국계 회사에 아직은 지원할 마음이 없는 것만 봐도 그 문화와 88년도 스타일에 많이 지쳤던 모양이다. 분명히 한국인이라는 사실과 똑똑하다는 아시아인이라는 자부심도 있었다. 내 몸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문화적 다름들이 이국땅에서 자랑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이미 형성된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들이 이들에게 선입견이 되고, 나라는 존재가 그 부정적 선입견을 가진 커다란 부류와 정체성의 일부를 공유할 때, 난 그들에게 변명을 하거나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도 얻기 힘들어 짐을 느꼈다.


의식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변하려고 노력하면 분명히 변한다. 그러나 자신의 의식이 순간적으로 방심하는 찰나에 우리는 몸에 밴 문화적 습관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어른들에게 세뇌당하고, 나이 들어 사회에 나와 부딪히며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터득한 처세술과 행동들은 이미 의식적으로 깨끗이 지워버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닐 것이다. 나 또한 이를 알기에 정말 조심히 지내려 노력했다. 그리고 비교적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공통된 행동이나 말을 해서 형성된 것이 선입견 이기에 모두가 그렇다고 하는 것은 오류일 것이다. 


분명히 인종적 차이가 아닌 개인적 차이로 봐줘야 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타 인종에 대하여 험담하고 있듯이, 누군가에 의해서 이미 형성된 아시아인과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들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른 인종들을 그리고 타인들을 보라고 강요하지 말자. 차별하지 말자고 말만 하지 말자. 그러기 이전에 나로 인해서 내가 태어나고 자란 국가로 그 이름이 대신 불려질, 다른 모든 이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먼저 깨닫고 조심 좀 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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