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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oo Apr 01. 2020

Pause

맘이 아픈 시간을 보내느라 잠시 글쓰기를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저에겐 글을 쓰면서 그동안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만 담아왔던 통증을 쏟아낼 수 있기에 가끔은 치유의 과정이 됩니다. 물론 걸러내야 할 것은 걸러 냈으니 완전하진 않아도 글을 쓰면서 정리되는 느낌은 늘 좋았네요. 그러나 말이든 글이든 남에게 들리고 보이고 기록에 남는다면 조심스러워지는데, 저의 정신세계가 그리 happy 한 곳은 아닌지 우울증이 오는 시기에는 가시 돋친 생각과 거친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럴 때는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되더군요.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을 앓아오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진단을 받게 되고 이제는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우울증으로 생활이 힘들어 짐을 느낄 때쯤, 전 맘 준비를 할 줄 할게 되었습니다.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정들에 관심을 기울여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무기력해 지거나 아니면 조절하기 힘든 눈물이 납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 이젠 생각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정지'


200년 전쯤 태어났었으면 숨어 살고, 조용히 살아도 괜찮았을까 싶고, 이 시대에 살기 때문에 나를 내세우고 홍보해야 직장도 잡을 텐데 그게 나에겐 너무 어렵습니다. 사람들에게 문자 한 번 말 한 번 하는 것도 가슴이 벌렁거릴 정도로 힘들고, 몸이 이유 없이 아파지는 때가 오면 서글픔에 사로 잡힙니다. 곁에서 걱정해 주는 마음과 응원도 그저 메아리로만 들릴 때가 있네요. 지원한 곳에서도 계속 거절해서 미안하다는 쓸데없는 답변이 오고, 계획한 일들도 사소한 것까지 자꾸 틀어집니다. 혼자 있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된다는 것도 너무 잘 안다는 것에 화가 나다가도 내가 그럴 때이겠거니 하며 또 한 번 울어버리고 넘깁니다. 무기력해지는 마음은 이를 악물어 보고 웃을 수가 없는 건 그저 넘기렵니다. 


다행히 오늘은 아침에 눈을 뜨자 일어날 기운이 생깁니다. 다시 글을 써야 할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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