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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Sep 15. 2022

더 주어지는 일에 대처하는 방법

직장생활 돌아보기, 퇴사 소감문 21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갑자기 일이 몰리는 시기가 있다. 예정된 일정 때문이라면 차라리 낫다. 스케줄에 따라 업무량이 변하는 거라면 언제 일이 줄어들 지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에 항상 예정된 사건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일이 쏟아지는 경우는 두 가지다. 일의 절대량이 많아지는 경우와 일의 양은 그대로인데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경우다. 첫 번째는 회사 제품의 선풍적인 인기, 외부 요인에 따른 사업 방향 변경 같은 것이 원인이 되며, 두 번째는 동료의 갑작스러운 퇴사나 인사이동 같은 요인이 원인이 된다. 


누군가 회사를 떠나면 그 일을 내가 해야 할 수도 있다. (Photo by Christian Erfurt on Unsplash)


  회사는 인력운영계획 같은 것은 미리 세워두고 예정된 변화에 대응한다. 갑작스러운 것이라면 회사 차원의 준비는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부랴부랴 직원을 새로 뽑는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일이 많아졌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을 더 뽑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부서장도 난감하다. 갑자기 사장실에 불려 가서 기존 일은 일대로 하면서 새로운 일을 더 담당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해야 한다. 부서장은 결국 부서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일을 분배해야 한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직원들이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오랜 시간 일을 하게 할 수 있을지 한참을 고민한다. 이때 무리수를 던지는 부서장들이 있다. 연말에 좋은 고가나 승진을 약속(약속을 지키는 부서장은 많지 않다. 그 자체에 권한이 없는 경우도 있다) 하기도 한다.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리고 자신에게 일이 더 주어질 때 어떻게 대처할지도 중요한 문제다. 어느 날 부서장이 난감한 표정으로 잠깐 보자고 한다. 옆자리 동료가 퇴사한다는 말을 꺼냈다면 뻔하다. 일을 더 주려는 것이다. 당장 하는 일이 별로 없다면 두말없이 받으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하는 일이 별로 없는 직장인은 드물다. 받을지 말지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한다.


   이 때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현재 내 일의 양이다. 추가 업무를 할 수 없다면 명확히 선을 긋는 것도 필요하다. 직장인은 회사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른 개인적인 일(자기 계발, 가사, 아이를 챙기는 일 등)도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 두 번째 고려할 것은 주변 상황이다.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이 일은 결국 내가 하게 될 것이 확실한 경우(예를 들어 출판사 편집부에 직원이 둘인데 한 명이 그만두면? 나머지 한 명에게 일이 몰린다)도 있다. 마지막으로 고려할 것은 나에게 일을 더 주는 부서장이나 상급자 그리고 주변 부서원들과의 관계다. 그들의 사정도 살펴야 한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는 했지만 보통 판단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내 판단대로 회사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일단 내 의견을 부서장에게 이야기할 순 있다. 


내 사정과 주변 동료들의 상황도 생각해 봐야 한다. (Photo by Arlington Research on Unsplash)


  일을 받기로 했으면 깔끔하게 받는 것도 방법이다. 부서장은 자신의 난감한 상황을 해결해준 직원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아니 느끼게 해야 한다. 결국에 일을 받을 거라면 불평불만을 쭉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그 부서장은 나를 어려운 상황에서 일을 더 담당한 고마운 직원이 아니라 불평불만만 많은 비협조적 직원으로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다. 오히려 일을 더 하고 인정도 못 받는 사태는 만들면 안 된다. 


  일을 더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분히 설명을 하자.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양(지난달에 이미 퇴사한 직원 일을 받았다)이나, 개인적인 사정(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같은 것들 말이다. 부서장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남에게 떠넘기기 스킬은 시전 하지 않는 게 좋다. A과장이 일이 별로 없다거나 B대리가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말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 괜히 동료 직원을 언급하다 보면 나중에 곤란한 상황(부서장이 A과장을 불러서 누가 너 일이 없다고 하던데...라고 할 수도 있다)이 생길 수 있다.


직장도 사람 사는 곳이다. 동료들과 함께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Photo by krakenimages on Unsplash)


  직장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곳이다. 돈을 받으려면 일을 해야 한다. 늘 내가 원하는 데로만 할 순 없다. 회사의 상황에 따라 부가적인 일을 해야 하는 경우는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가끔은 주변 동료들도 한 번씩 살펴보자. 누군가 일에 늪에 빠져 허우적대지는 않는지 말이다. 최근 직장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점심도 각자 먹고, 저녁 회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라이프 스타일이 다른 MZ세대와 기존 세대 간의 소통은 예전보다 확연히 줄어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소통이 줄었다고 동료가 아닌 건 아니다. 직장도 사람 사는 곳이다. 동료들과 함께라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얼마 전 나도 퇴사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내가 하던 일을 넘기고 나왔다. 내 일을 받으신 분은 출중한 능력을 갖고 계신 분인데 그 형님께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드릴 수 있는 건 없다. 직장을 떠난 마당이라 승승장구하시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표지 Photo by Wesley Tinge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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