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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Beluga 고래아가씨 Feb 22. 2020

국적기 업체가 위기에 빠진 수십 가지 이유 중 세 가지

두 번째 이유...쥐꼬리 끄트머리가 ‘특전’으로 둔갑


1. 영어로 자기소개를 시키는 등의 면접이 끝나갈 무렵, 한 달 급여가 얼마냐고 질문했다. “세전 3천 불입니다.” 내 표정에 무언가 드러나지 않았을 텐데, 너무 적은 액수를 밝혀야 하는 지점장이 스스로 민망했던지 서둘러 덧붙였다. “대신 저희는 기타 복지가 좋아요. 의료보험 다 해주고 항공권 할인도 됩니다...원래 항공권 가격의 20% 정도만 내면 되니까 서울 갈 때 좋죠.”  


2. 세전 급여 3천 불... 세금 떼고 나면 2천5백 불이다. 시간당 15불 좀 넘는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햄버거집에서 패티를 굽는 자리도 시간당 17불을 받을 수 있다.


3. 당시 우리 집은 사무실이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서 전철 단 두 정거장 거리였는데, 가장 저렴한 교통수단인 전철 왕복 비용이 7불이다. 최소한의 교통비, 최소한의 점심값을 빼면 남는 돈은 한 달 2000불. 이 돈으로 생활을 유지하려면 샌프란시스코에서 적어도 한 시간, 러시아워에는 두 시간은 걸리는 먼 곳에 살아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좁디좁은 스튜디오 월세가 3000불이다. 주차료가 비싸고 통행료까지 내야 해서 차를 갖고 시내에 가는 건 불가능이다.


4. 휴가는 한국의 여느 회사처럼 여름휴가 주는데 그럼 할인 항공권 특전이라고 해봤자, 일 년에 한 번 서울 왕복하는데 써먹는 게 전부가 된다. 돈으로 환산하면 한 8백 불 정도인데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여기 기준으로) 쥐꼬리 월급’에서 오는 박탈감을 상쇄할 “특전”은 아니라는 거다.


5. 근무시간은 오전 8시 반부터 5시 반까지. 경우에 따라 저녁 미팅이 있기도 하고 휴일에도 출근해야 한다는데 수당 얘기는 없다. 금요일에도 쉬는 회사가 수두룩 빽빽인 이 지역에서 한국에서 사람 등골 빼먹듯이 일 시키겠다는 거다.   


6. 결국 몸이 병들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의료보험을 잘 써먹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해 둔 거 같은데, 병원은 잘 보내줄지 모르겠다. 출산 휴가도 못써먹게 하는 데가 병가는 줄까 싶다.


7. 종합해보면 이들이 원하는 구체적인 인재상은
- 이곳에서 삶을 유지할 돈을 벌어오는 배우자가 있어서, 적은 월급을 받고도 일할 수 있고
- 임신, 출산을 하면 안 되니까 남편이 정관 수술을 했거나 내가 폐경했거나
- 때때로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수당 없이 일 할 열정 페이 지불 의사가 있어야 하며
- 이곳에 뿌리박고 살아 서울에 자주 안 가고  
- 완벽한 이중언어 구사 능력을 갖춘 자..... 가 되겠다.


8. 누가 오겠나? 그러니 채용공고가 다시 올라올 수밖에 없는 거다.  


9. 세 번째 이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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