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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Beluga 고래아가씨 Jun 19. 2020

“한인회는 가지 마세요!”

미국 코로나 위기, ‘유명무실’ 한인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셧다운이 된 지 벌써 넉 달째 접어듭니다. 이 기간 저는 샌프란시스코 베이를 중심으로 북가주 취약계층 어르신 6백 명께 식사, 식료품, 마스크 등을 지원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지역 한인회로부터 항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엄연히 한인회와 노인회가 있는데 단체장들에게는 아무 연락이 없이” 왜 사업을 진행하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앞서 해당 지역 어르신들을 지원해달라는 요청 메일을 받았을 때, 다른 경로를 통해 지원할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해당 한인회는 불투명한 회계관리 때문에 내홍을 겪고 있어,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진행할 여력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한인회 입장에서는 지원을 얻어내야 지역 사회와 회원들에게 한인회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데, 소외됐다고 느껴 반감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도 많은 한인회가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속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선단체나 개인 독지가 등을 통해 마스크를 구해 회원들에게 나눠주는 정도를 수행하는데 그쳤죠. 물론, 마스크가 부족했던 미국에선 그것도 큰일 한 거지만, 굵직굵직한 일은 거의 대부분 한인 1.5-2세대와 젊은 전문가 집단인 네오 이민 1세대가 주축인 봉사단체가 도맡아 성과를 냈습니다.


1. ‘늙은’ 한인회... 돈, 사업 능력 모두 부재  


전례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상황에서 한인회가 동포 사회를 위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이민 1세대가 주축이 돼 평균 연령이 높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가 지도부에 포함된 경우도 아주 드물게 있긴 하지만, 대부분 60-70대로, 시대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순발력이 떨어지고, 아이디어가 부족합니다. 팬데믹으로 직접 만날 수 없게 되자 관련 기관 단체들은 힘을 모으기 위해 줌 Zoom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는데, IT 기술 이해도가 낮아서 참석하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회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거나 정보를 얻을 방법이 제한될 수밖에 없죠. 영어 구사력이 뛰어난 사람도 손에 꼽다 보니, 각종 정부 지원금을 따내지 못하고, 기부금은 사업능력이 있는 젊은 봉사단체로 갑니다. 돈이 없으니 있던 사람들마저 떨어져 나가고, 사람이 줄면 회원비도 적게 걷히니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조직은 유지해야 하니, 회원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속하는 게 당면과제가 됐습니다. 특히, 한인회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노인회와 역할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노-노(老-老)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노인 점심 식사 지원 사업 초기, 어르신들의 주소를 받아내기까지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큰 당면 과제일 정도로, 노인회에서는 회원 명부 지키기에 안간힘을 씁니다. 한인회에 자신들의 명부가 들어가면 큰일(?) 난다며 몇 번이나 다짐을 받아갈 정도였으니까요.  


대표적인 예로 한 건물을 공유하는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와 노인회는 크게는 건물 소유권을 놓고 다투고, 작게는 밥솥, 노래방 기계를 놓고도 싸웁니다. 한쪽에선 못 쓰게 하려고 자물쇠를 채우고, 한쪽에선  자물쇠를 뜯어내면서 변호사에 사건 의뢰하겠다는 촌극을 빚어 지역 언론에도 오르내렸습니다. 동포재단에서 들어오는 지원금이나 각종 이권을 두고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 세금이나 보험금은 누가 낼 것이냐, 큰 행사 추진하는데 돕냐 안 돕냐 등 갖가지 사안을 놓고 이전부터 쌓여온 갈등이 이런 사소한 것들까지 서로 걸고넘어지게 된 겁니다.  



2.  투명성 결여... 법정다툼까지


한인회는 한인 사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이익집단이면서, 한인을 위한 봉사단체이기도 합니다. 봉사단체의 기본은 운영상의 투명성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시끄러운 나눔의 집 문제도 불투명한 운영과 기금 운용 때문에 불거졌습니다. 그런데 많은 한인회에서 회계부정으로 내분이 일어나 법정다툼까지 갑니다.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뉴욕, 애틀랜타, 메릴랜드 등 미국 전역 한인들이 다수 모여사는 지역마다 이런 분쟁이 없었던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최근 시끄러운 곳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2시간 정도 떨어진 몬트레이 한인회인데요, 이곳은 법적 의무인 정기 회계 보고를 하지 않아 비영리기구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때문에 많은 세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는데, 돈을 구할 데가 없어 지도부에서 한인회 건물을 팔아 세금을 내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건물을 공유하던 한국어 교실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고, 하필이면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하강국면이어서 헐값에 한인회 건물을 내놓게 되니 한인회는 물론 지역 한인 사회의 큰 손실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 와중에 회계 부정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한인회 건물 매각 반대파는 현 지도부가 낸 건물 매각 공고에서 지출 항목이 부풀려졌다는 광고를 냈습니다. 매각 공고와 회계부정 의혹 제기 공고가 아래 위로 나란히 떴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판데믹에 한인 돕는 사업을 할 여유가 없겠죠.


 


3. 자리싸움에 단체 난립, 단합 안 돼


이런 기본적인 회계 관리의 문제점 외에도 한인회 갈등은 자리싸움이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한인회장이 되면 본국 영사관을 비롯해 현지 기관장들과 안면을 트고 친분을 쌓을 수 있는 행사 등에 참석할 기회가 많아집니다. 운 좋으면 자신의 개인 사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회계 관리, 조직 운영 등 기본적인 의무는 뒷전으로 하고, 개인 영달에 치중한다는 거죠. 떨어지는 콩고물이 있기는 있는 모양인지, 늘 회장 선출 때면 시끄럽습니다. 상대 후보 흠집내기부터 부정 선거 의혹, 선거 무효 주장이 터져 나옵니다. 이런 내부 갈등도 있지만, 주변 한인회 간에 갈등도 있습니다. 몇 년 전, 샌프란시스코가 베이 브리지 건너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스트베이 지역에서 한인회를 따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 샌프란시스코와 이스트베이 한인 간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입장에서는 기존 회원 탈퇴에 이어 조직 영향력 축소는 물론, 회장의 입지까지 좁아지니 반대하고 나섰고, 이스트베이 입장에서는 단체장 자리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겠죠. 이렇게 각각의 입장에 따라 단체가 쪼개지고 난립해서, 위기 상황에서 힘을 모으기는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최근 어떤 분은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상황에서 한인회들의 각개전투를 한 데 모으면, 어려운 한인을 돕는데 효과적일 것이라며 본부 격의 단체 설립을 시도했다가 무산됐습니다. 뜻은 좋았지만, 이메일 한 통, 전화 한 통으로 사이 나쁜 단체들을 함께 일하게 만들 수 있을 거란 발상부터 무모했습니다. 새로 생긴 단체의 장은 누가 맡을지를 놓고 갈등이 생길 여지가 다분할 뿐더러, 한인회마다 돈 없다고 싸우는 통에 새로운 본부 운영에 갹출할 돈은 어디서 마련하겠습니까?  



지난해 한 한인행사에 관여하던 중 알게 된 어떤 사업가는 “한인회는 절대 가지 마세요”라고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한 한인회가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자며 동포재단에서 나오는 예산 절반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답니다. 그런데 일은 하나도 안 하고, 행사 주최로 이름만 걸고 싶어 했답니다. 프로젝트 공동 추진은 무산됐고, 해당 한인회는 회원, 어르신, 초청 인사 몇 모아놓고 동네잔치하듯 행사하고 예산을 쓴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본국에서 한국 문화 계승, 발전을 위해 해외 동포에게 지원된 예산이 정작 가야 할 곳에 안 가고, 오랜 관행에 따라 그저 한인회에 들어가 이렇게 허투루 쓰이니 아깝고, 안타깝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로 미국의 민낯이 드러난 이 시기에 이민을 생각하시는 분들 별로 없으시겠지만, 혹시 오신다면 이민 선배님의 “한인회는 가지 마세요”라는 조언을 새기시길 바랍니다. 대안이 있냐고요? 베이 지역에는 한인회 외에 많은 한인 관련 봉사단체와 친목단체가 있습니다. 아래 홈페이지 링크 걸어놓을 테니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 베이 지역 경력 여성 재취업 교육 제공 등


* 한인 친목 도모, 정보 공유. 오픈 채팅방 운영


* 한인 전문가 그룹 친목단체


*이스트 베이 한인 봉사단체. 무료 법률 상담 제공 등


* 실리콘밸리 한인 봉사단체

(*표지사진 출처: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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